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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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는 따뜻하더니 이내 추워진 아침입니다.

아직 겨울임을 잊지 말라 하는듯합니다.

쌩하게 추워진 날씨에 어깨는 움츠러들어도 버틸 수 있는 건 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옴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희망입니다.


그 희망을 이야기한 고정희 님의 시 한 구절을 그려봅니다.

충분히 흔들리라 합니다

충분히 아파하라 합니다

영원한 눈물, 영원한 비탄은 없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깜깜한 하늘 아래에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다 하니 말입니다.


혹독한 겨울 같은 혼란의 세상에서

그렇게 희망 한 줌 두 손에 고이 담아봅니다

봄의 기억을 담아 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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