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온다 - 신경림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그리운 것이 다 내리는 눈 속에 있다

백양나무 숲이 있고 긴 오솔길이 있다

활활타는 장작 난로가 있고

젖은 네 장갑이 있다

아름다운 것이 다 쌓이는 눈 속에 있다

창이 넓은 카페가 있고 네 목소리가 있다

기적 소리가 있고 바람소리가 있다


지상의 모든 상처가 쌓이는 눈 속에 있ㄷㅏ


풀과 나무가, 새와 짐승이 살아가며 만드는

아픈 상처가 눈 속에 있다

우리가 주고 받은 맹세와 다짐이 눈 속에 있다

한숨과 눈물이 상처가 되어 눈 속에 있다


그립고 아름답고 슾픈 눈이 온다


신경림 - 눈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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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눈도 천천히 여유로운 속도로 내립니다.

보는 마음도 편안해집니다.

더구나 영상과 영하를 오르내리며 적당히 포근하고 적당히 차가운 날씨 덕분에, 내린 눈은 쌓이지 않고 길에서 녹아줍니다.

눈 치울 걱정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날씨 이런 눈이 더욱 좋습니다

온 세상이 조용하고 평화롭습니다.


신경림 시인의 '눈이 온다'를 열어봅니다.

오늘의 눈발에 딱 어울리는 시입니다.

저 내리는 눈 안에 모든 것이 있습니다.

그리움도 아픔도,

사랑도 행복도,

우리가 주고받던 맹세와 다짐도 말이지요.


겨울의 지난함은 봄의 생명을 숙성시키는 정련의 시간일 겁니다.

세상의 평화도 긴 정련의 시간 후에 봄날처럼 열리기를 이 겨울에 기대합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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