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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Apr 12. 2024

무화과 -이재무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술안주로 무화과를 먹다가

까닭없이 울컥, 눈에

물이 고였다.

꽃 없이 열매 맺는 무화과

이 세상에는 꽃시절도 없이

어른을 살아온 이들이 많다.


무화과(無花果) - 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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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세월이 있습니다.

그런 시절이 있습니다.

어느 날 문득 밥 한술 뜨다가

어느 날 문득 술 한잔 들다가

돌아본 세월에

돌아본 시간에

울컥 눈물 나는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담장 아래 이름 없는 풀에도 꽃이 피는데,

보낸 세월 꽃 한 송이 보지 못함에

울컥 서러워지는

그런 시간이 있을 겁니다


이제 와 돌아보니 우리의 세월이 그랬을 겁니다.

비록 겉으로 보이는 꽃은 없었어도,

화려한 반짝임은 없었어도,

바람맞으며 비 견디며,

그렇게 무화과처럼

안으로 안으로

핏빛 뜨거운 삶을 익혀 왔을 겁니다.


꽃은 보이지 않아도

당신이 꽃입니다.

꽃은 피우지 않아도

당신이라는 꽃은 피어있습니다.

투박한 당신의 어깨를 도닥입니다.

세월에 두꺼워진

당신의 두 손을 잡아봅니다.

당신의 꽃시절에 감사합니다.


세상 모든 무화과 같은 삶들의 멋진 꽃시절을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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