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 할까요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아침 정리를 마치고 커피 원두를 볶을 준비를 합니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더워 커피 볶을 때 힘들었는데, 태풍 바람과 비가 지나간 후 선선해진 기온 덕에 커피 볶는 일이 조금은 수월해졌습니다.

똑같은 온도에서 구워지는데도 날씨에 따라 구워진 커피의 결과물은 미세하게 차이가 납니다. 맛의 큰 차이는 없겠지만 그날의 온도나 습기에 따라 맛에도 미묘한 변화가 더해지는듯합니다.

그 미묘한 맛의 차이를 조절해서 균일하게 맛을 만들어내는 게 로스팅의 주요점이겠지요.


그러게요.

맞는 말이긴 한데 쉽지는 않네요.

그런 면에서는 어쩌면 나는 프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나는 구워내는 커피 원두에 그날의 시간을 함께 담고 싶거든요.

촉촉하게 비 오는 날의 습기 가득한 시간도,

뜨거운 여름날의 열정과 땀의 시간도,

추운 겨울, 흰 눈이 조용히 내리는 겨울 아침의 평온함도,

구워지는 커피 알에 모두 다 담아내면서 말이지요.

그래서 그 원두로 내려진 커피 한 모금에서

뜨거운 여름의 시간을 담금질한 정련의 맛이,

태풍 지난 후 가을바람에 마음을 식힌 원숙의 맛이

지난한 겨울을 이겨내는 인내의 맛이

봄꽃 향 가득 담아 시작하는 새 생명의 맛이 함께 느껴지게 말입니다.


커피를 굽는 일은 시간을 담는 일입니다.

커피를 내리는 일은 시간을 기억하는 일입니다.

커피를 함께 마시는 일은 마음을 나누는 일입니다

우리 카페의 커피 맛이 다른 이유일겁니다.


하늘이 파랗게 높아진 오늘,

커피 한잔 할까요?


세상 모든 이들의 시간에도 평화가 가득 배어있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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