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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Nov 01. 2024

빈 집 -김경근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아무도 없다

뽑은 자들도 사라지고

뽑힌 자도 보이지 않고

아무도 뽑지 않은

난데없는 여 주술사만

한손에 명태 들고

한손으론 하늘에 구멍 뚫으며

내가 세상이다

내가 힘이다

주술 역병이 돌더니


아무도 없다

사람없는 빈집은

손길 끊긴 이 집은

지붕이 무너지고

기둥이 갈라지고

스러지고 넘어져

이 틈에

바퀴벌레는 꼬이고

이 틈에

쥐새끼들은 창궐하고


사람은 없다

그렇게 집이 무너지고

그렇게 땅이 꺼지고

이 집엔

아무도 없다

이 거리엔

아무도 없다

저 멀리 어둠 뒤에서

팔짱끼고 낄낄대며

내가 뭐 그럴줄 알았냐는

빈곤한 마음만

볼품없이 비루한 인생만

벌레가 되고

짐승이 되고


사람은 없다

이제 풀 말고는

아무도 없다


빈 집-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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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어둡고 낮은 곳에 평화가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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