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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Nov 05. 2024

하마터면 -김경근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하마터면

너를

사랑할 뻔했다


마른 가지

바.삭.

부서지지 않았더라면


하마터면

너를

기억할 뻔했다


마른 낙엽

툭.

내려앉지 않았더라면


하마터면

너를

부를 뻔했다


하마터면

이 가을에

하마터면

이 단풍에


김경근 - 하마터면 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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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월이면 단풍이 절정일 때입니다.

모든 나무가 울긋불긋 홍조를 띨 때입니다.

그런데 멀리 보이는 나무의 정수리만 단풍이 얹어져 있습니다.

마치 중년을 지나는 이의 머리에 내린 몇 가닥 흰머리처럼 말입니다.


달이 뜨고 해가 지면,

꽃 피고 꽃이 지면,

계절이 오고 가면,

그렇게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제 계절로 돌아가는 것이 세상 이치인데,

올해의 이치는 조금은 천천히 움직이려나 봅니다.


하마터면 이 가을을 그냥 보낼까 봐

하마터면 기억할 추억을 놓칠까 봐

하마터면 저 단풍을 잊을까 봐 말이지요


하마터면.

세상의 그 많은 '하마터면' 은

‘얼마나 다행인가’의 역설일까요


차가운 열정과 뜨거운 냉정 같은

역설의 계절

역설의 시간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로운 마음을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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