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발대발 - 김경근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아이고 영감

머리가 훤 해

대보름 달 마냥

머리가 훤 해

그 봄날 찰랑이던

아도니스 머릿결

그 여름 나고 지던

삼손의 머리

청춘이야 세월이야

바람 따라 강물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열심히 뛰더니만

아이고 영감

어느새

머리가 훤 해

아련히

그걸 보는

내 마음도 휑 해

노발대발 老髮待髮 -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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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몹시 내는 것을 노발대발怒發大發이라 합니다.

통상 이 단어는 윗사람이나 나이 많은 이들에게 쓰죠.

아마도 예나 지금이나 나이를 먹으면 상황 가릴 것 없이 버럭 화를 내곤 했나 봅니다.

예민해지고, 시야가 좁아지고,

자꾸 세월에서 밀려나는듯한 기분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해는 합니다만, 그 맞은편의 사람은 황당할 뿐이겠죠


날이 덥습니다.

누구나 짜증이 나고 화도 납니다

이럴 땐 피하는 게 상수입니다.

더위도 피하고

시빗거리도 피하고

한동안 눈 질끈 감고 견뎌보자고요


같은 음절로 노발대발을 머릿발을 기다리는

노발대발 老髮待髮로 바꿔 봅니다.

화를 길길이 내는 것보단 훨씬 보기 좋습니다.


머릿발이나 화나 다 내 맘대로 안되는 게 사는 건가 봅니다.

그래도 그 머릿결 사이사이로 지혜와 평화가 가득하길 기대해 봅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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