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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혹, 시키거나 당하거나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현혹 眩惑 이란 단어가 있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어떤 일에 정신이 팔려 올바르게 판단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합니다.


살다 보면 이런저런 사유로 갖은 유혹에 휩싸입니다.

사람 간의 관계도 그렇지만, 상업적인 마케팅의 현혹은 그 기술이 점점 발전하고 교묘해집니다.


집에 인터넷을 새로 설치했습니다.

며칠 후 고객 센터라며 전화가 옵니다.

서비스 향상이며 고객 감사며 장황하게 늘어놓더니 무료로 속도를 높여준답니다. 한 달 무료 어쩌고 비용 어쩌고 하는 설명은 휘리릭 지나갑니다

뭐 신규 마케팅으로 한시적으로 속도를 높여주려니 하고 그러라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영 찜찜합니다

나중에 통화 녹음을 몇 번을 들어보니, 결론은 업그레이드하고, 한 달만 무료이고 다음 달부터는 내가 비용을 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뭐 필요 없으면 해지하면 되는 일이겠지만. 순간적으로 그의 화술에 현혹되었다는 느낌에 한동안 매우 불쾌해졌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나의 의지와 정신이

똑똑하지는 못해도 명료하길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런 상술에 어이없이 현혹되었다 느껴서,

자괴감이 더 깊어진 건가 봅니다.

금액적인 문제보다 내 마음에 대한 상처가 더 큽니다.

마케팅 상술이었으니 망정이지. 대놓고 사기였으면 더 충격이 클 뻔했습니다.


세상의 유혹에 혹하지 말라는 불혹 不惑의 40이 지난 지 한참인데도 이런 걸 보면, 세상살이 마음공부 한참인가 봅니다.

어쩌면 아직도 어리석은 욕심이 마음에서 찰랑거리고 았었던것은 아닐까 반성해보는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마음에 평화가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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