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찬 파도 철썩이던 너른 동해바다
그물코 걸려 걸려 올려진 갑판 위
제 풀에 펄떡이며 배 뒤집던 밴댕이
비웃는 우리에게 던진 한마디
그래,
네 마음은 내 속보다
얼마나 넓더냐
밴댕이 -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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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해진 바람에 뜨끈한 국수 한 그릇이 생각납니다.
국수 국물맛을 내는데 디포리를 넣기도 하죠
그 디포리가, 우리가 흔히 '밴댕이 소갈머리'라 하며 속 좁은 이를 빗댈 때 이야기하던 바로 그 밴댕이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밴댕이 속이 작아 그런 게 아니라, 밴댕이는 공기 중에 노출되는 그 순간부터 몸의 바깥부터 시작해서 빠르게 산화가 진행되기에 금방 죽을 정도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펄떡거리는 것이랍니다.
다 아픈 사연이 있었습니다.
밴댕이의 이야기를 쓰면서 생각합니다.
어쩌면 옹졸한 건,
어쩌면 속이 좁은 건,
다른 이의 삶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는 나의 마음, 나의 시선은 아닐까 하고 말이지요.
국에서 꺼낸 밴댕이 한 마리가 내게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그래, 네 마음은 내 속보다 얼마나 넓더냐'
세상 모든 이들의 넓은 마음 안에 평화가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 사노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