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앞 산에
고운 잎
다 졌답니다.
빈 산을 그리며
저 강에
흰 눈
내리겠지요.
눈 내리기 전에
한 번 보고 싶습니다.
초겨울 편지 -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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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저곳에 가을의 낙엽이 제법 쌓여 있습니다.
그런데 날씨는 겨울로 들어서려나 봅니다.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내려갑니다
아직 12월이 되진 않는데 벌써 겨울로 들어가려나 봅니다.
몸도 마음도 을씨년스러워집니다
시인의 말처럼
앞산에 고운 잎은 다 지고,
바람은 버석한 계절입니다
머지않아 흰 눈은
머뭇대는 우리 발등 위로 그렇게 내리겠지요.
겨울의 입구에서
마음 한쪽이 덜컹합니다
급한 일도 없고
미룬 일도 없지만
공연히 마음이 바쁩니다
공연히 심란합니다
수십 번을 보내고 맞는 겨울이지만
또 한 번 만나는 겨울이 여전히 낯선 이유는
어쩌면 그대를 보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어느 하늘 아래에서
초겨울의 찬 바람에
빠알간 콧등을 훌쩍이고 있을 그대,
눈 내리기 전에
한번 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초겨울 편지 한 장
당신에게 보내봅니다.
세상 모든 그리움들의 따스한 하루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