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놈들은 고양이도 통조림 해 먹는 구만
“아버님 미국에서는 개고기를 먹으면 큰일 나요, 감옥에 갈 수도 있어요"
미국의 아들집으로 온 시아버지는 며느리의 첫날 엄포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할머님이 돌아가시고 혼자 남은 아버지는 미국의 아들네 집으로 이민을 오게 되었다. 평소 보신탕을 즐겨드시는 걸 못마땅하던 며느리는 아버님이 미국에 오자마자 미국에서는 강아지는 가족과 같다며 행여나 개고기를 드시는 경우는 감옥까지 갈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지금은 한국도 거의 없어졌지만 88년 올림픽 이전만 해도 여름 나기 음식으로 보신탕, 영양탕 등의 이름으로 복날 개를 잡아먹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으로 이민오고도 어디 입맛이 쉽사리 사라지겠는가? 미국으로 이민 와서도 보신탕을 먹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어디 LA 근교 산장에 가면 들개나 코요테로 보신탕 비슷하게 끓여준다는 집도 있었고 LA에서 몇 시간 거리인 멕시코 국경을 넘어가면 보신탕을 파는 한국 가게가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멕시코는 개고기 취급에 관련된 법이 없다)
필자가 미국을 오던 86년도 당시에는 한국에서는 개를 위한 사료를 사 먹이는 집은 거의 없었다. 개라는 존재는 집에서 남는 음식이나 처리하던 존재였고 복날이면 돌아다니다 마을 청년들에게 잡혀 먹기 십상이니 잘 묶어 놔야 하는 존재이기도 했다. 그나마 동네 환갑잔치라도 열리는 날이면 동네를 어슬렁 거리는 누렁이가 뼈다귀 라도 횡재하는 날이기도 했다.
그러던 시절 미국에 와보니 사람들 음식 파는 마켓에 버젓이 개를 위한 사료는 물론 건강이 듬뿍 담긴 강아지용 쇠고기 통조림 그리고 견공 영양제까지 파는 것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곤 했다.
하루는 무료하던 아버님이 아들 내외와 미국 마켓 구경을 가게 됐다. 혼자서 마켓을 구경하던 아버님이 갑자기 역정난 목소리로 외쳤다
“양놈들은 개고기는 안 먹는다더니 고양이를 간스메(통조림) 해 먹는 구만!”
아버님은 고양이 얼굴이 그려진 고양이밥 통조림을 보시더니 고양이 고기 통조림으로 오해하신 모양이다.
하긴 개 사료도 없던 시절 미국에 왔으니 고양이를 위한 사료를 통조림에 넣을 것이라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80년대 당시 이러한 문화 차이 때문에 웃지 못할 해프닝이 많다. 개가 그려져서 개고기 통조림이라고 생각하고 집에 와서 들깨와 깻잎을 잔뜩 넣고 끓여 먹었다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하물며 고양이 사진 통조림은 고양이 고기라고 생각할 만도 하지 않았겠는가?
비슷한 에피소드로는 틀니 전용 치약을 일반 치약이라 생각해서 사용했던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영어가 헷갈리니 치약 비슷하게 생긴 틀니 치약을 사 와서 미제라 맛이 조금 이상한가 하고 사용한 사람들도 있었다 한다(당시 한국에서 틀니는 일반 치약으로 닦곤 했다)
이제는 미국에 있는 제품 중 한국에서 못 구하는 건 없고 LA에 없는 한국제품은 구공탄과 개고기 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무역과 물자가 풍부해졌다.
너무나 황당해서 설마 할까 하는 이야기들이지만 당시 정보도 없고 영어도 짧았던 이민 선배들 웃지 못할 사라져 버린 이민야사(移民野史)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