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고 정서는 많이 건강해졌는데 이상하게 새벽에 자꾸 깨는 일이 많아졌다.어느 날새벽3시에 깼다. 다시 잠들기 어려워 두 시간을 뒤척이고 핸드폰으로 하릴없이 서핑하며 브런치도 왔다 갔다, 잠들기를 기다렸다. 새벽녘에 간신히 까무룩 잠이 들었다.
드디어 드디어 처음으로 엄마가 꿈에 나온 것이다. 아버지도 있었다. 작은 오빠도 있었다. 아버지가 거리에서 헤매는 엄마를 어찌 알고 모셔다 두었다. 엄마는 우리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하염없이 잠을 자고 있었다. 아버지 말로는 우연히 엄마를 발견했다고 한다. 그리고 엄마는 치매에 걸려서 비루하고 남루한 상태에서 발견된 것이다. 마치 길고양이처럼 거리를 헤매다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작은 오빠는 꿈에서는 위험인물이다. 언제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사람이다. 나는 엄마를 보호하기 위해 작은 오빠를 계속 경계한다.
한참을 자고 또 자던 엄마가 깨어났다. 엄마는 나를 못 알아본다. 나는 길고양이처럼 엄마가 집을 나갈까 봐 불안하다. 나는 속옷도 챙기지 못하는 엄마를 위해 새 속옷도 준비해 둔다.
나는 엄마를 모시고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교회에 예배를 드리러 모시고 간다. 차에서 내린 엄마는 휘청하고 쓰러지신다. 걷지를 못하신다.
엄마가 걷지 못해도 하나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힘이 센 사람이다. 최근까지 중학생 남자애들을 팔씨름으로 몇 번이나 이긴 사람이다. 나는 엄마를 번쩍 안아 올린다. 하나도 무겁지 않다. 내가 감당할만한 엄마의무게다. 아프셔서 그런지 너무 가볍다.
그렇게 소원하던 엄마를 모시고 교회에 들어가 예배를 드린다. 엄마가 거동이 불편하니 방에서 엄마와 같이 예배를 드린다. 교회 사람들에게 엄마를 소개한다. 우리 엄마를 찾았다고 소개한다. 목사님도 기뻐하시고 엄마의 상태를 보시고 안타까워하신다.
나는 개의치 않는다. 아픈 엄마여도 나는 돌볼 수 있으니까 그저 이 모습이어도 엄마가 내 옆에 있으니까 상관없다.
나는 엄마에게 밥을 먹인다. 아기에게 이유식을 먹이듯 한 숟갈 한 숟갈 먹인다. 뜨거우니 입으로 호호 불어서 엄마 입에 먹여준다.
그전까지 마음 푹 놓지 못하던 엄마도 내가 밥을 먹여주니 안심을 하는 눈치다.
여기까지 꿈의 내용이다.
그저 좋다. 엄마가 내 꿈에 나와서 정말 좋다. 아픈 엄마여도 좋다.
브런치에 엄마 이야기를 많이 쓰고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가 드디어 소원을 풀었다.희한하게 글을 끝마치기 직전에 이런 꿈을 꿔서 꿈이 날아가면 안 되니까, 일어나자마자 기억이 사라질세라 얼른 글로 붙잡아 두었다.
이 꿈은 엄마가 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내 마지막 글의 완결이 엄마 꿈 이야기라서 너무 좋다. 감사하다.
원래 '아홉 살, 나는 살고 싶었다.'브런치북은 20회로 끝나는 내용이었다. 끝나기 전 엄마 꿈을 꾸는 바람에 21회로 된 것이다. 작은 오빠 이야기로 끝을 맺는 거였는데 엄마가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된 것이다. 엄마가 마지막 완결에 도움을 주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