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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력 Aug 08. 2024

엄마, 보고 싶었어. 아주 많이

엄마에게 쓰는 편지

몇 년 전 어버이날, 나는 어딘가에 전화를 하고 싶었다. 어머니?(시어머니), 아버지? 엄마?. 어버이라고 하는 그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 싶었다. 전화번호를 다 검색해 보고 만지작 거려도 전화 걸 사람이 없었다. 어버이날이라고 안부 전화할 부모님이 없었다. 


그날따라 마음이 울적했다.


'이제 전화 걸 부모님이 안 계시는구나.'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며, 또 눈을 감으며 엄마를 생각하고 있으니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그때 마침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큰애였다.


"엄마. 뭐 해. 안부전화했지."


어버이날이라고 전화 한 모양이다. 마침 우연히 딱 그  시간에 전화 온 딸에게 지금 마음을 털어놓는다.


"엄마. 엄마 생각이 나서. 전화할 부모도 없는 게 슬프더라. 오늘 만큼은 엄마를 부르고 싶네. 우리 엄마를 부르고 싶네."


나는 감정이 격해져 아기처럼 전화통을 붙잡고 '엄마, 엄마아.' 울었다. 내 딸이라는 것도 잊고, 엄마라고 생각하고 '엄마, 엄마, 엄마.' 부르며 울었다. 다른 날은 참을 수 있는데 오늘만큼은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목 놓아 울었다.


전화기너머 딸아이도 같이 우는 게 느껴졌다.


오늘만큼은 엄마 대역이라도 좋으니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전화상대가 누가 됐든 내 엄마가 된 것이다.




살면서 정작 엄마에게 편지를 쓴 적이 없다.


이모집에서 썼던 편지 한 통 이후로 써 본 적이 없다. 어버이날 쓸쓸해서 울기만 했었는데 이제 편지를 써야겠다.


세상에 엄마가 없지만 내 마음속엔 영원히 엄마가 있으니까.


엄마에게


엄마 나야 막내. OO이

엄마가 아홉 살 때까지 너무 많이 사랑해 줘서 평생을 그 힘으로 살았어. 고마웠어 엄마.  


엄마. 아버지가 엄마 많이 아프게 했는데 오랫동안 견뎠지. 나 때문에 그런 거 다 알아. 엄마 그 사랑으로 충분했어.


나는 사랑이 많은 사람으로 컸어. 자식도 네 명이나 낳았어.  엄마가 있으면 얼마나 이뻐했을까. 참 많이 아쉽네. 엄마는 넘치도록 이뻐했을 텐데.


엄마 내 걱정 많이 했지. 나 생각보다 씩씩하게 잘 살았어.  중간에 위기도 있었는데 그래도 잘 극복해서 잘 살고 있어.


엄마 혼자 나가서 많이 힘들었지. 엄마 인생도 참 불쌍했어. 마음이 많이 아팠어. 고생했어 엄마.


엄마 많이 보고 싶었어. 내가 안 보고 싶었던 게 아니야. 참은 거야. 엄마가 너무너무 보고 싶었어.


 엄마가 어디 가서 점 보고 와서 그랬지.

 "막내는 노후에 부자로 살 거다"라고 그랬지. 큰 부자는 아니어도 작은 부자로 살 거라고 큰오빠 집에서 만났을 때 그랬잖아. 엄마 그건 틀렸어. 겨우겨우 애들이랑 살아. 그래도 남한테 빚은 없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아. 그래도 자식 부자니까 절반은 맞았네.


엄마 내가 자식을 낳아보니까 엄마 생각이 많이 났어. 처음 아기를 키울 때 많이 힘들더라고.. 엄마가 이렇게 나를 힘들게 낳고, 나 아기 때 키웠겠구나 생각하고 많이 고마웠어. 엄마는 천 기저귀 썼었잖아. 그리고 엄마가 젖이 안 나와서 나 분유 먹였다고 그랬잖아. 나도 엄마 닮아서 젖이 안 나와서 분유로 다 키웠어.


큰오빠랑 작은오빠가 나이 들수록 내가 엄마를 닮았다고 하는데 다 틀렸어. 엄마가 훨씬 훨씬 이뻐.


엄마 이제 엄마 얼굴이 잘 생각이 나지 않아. 아무리 그리려 해도 그려지지 않아. 점점 희미해져. 그게 또 미안해.


엄마 꿈에서라도 어쩜 그렇게 안 나와. 미운 아버지는 맨날 나오는데. 꿈에서라도 엄마 한 번만 보면 좋겠다.


엄마. 엄마. 엄마. 내 진짜 엄마. 사랑해




쑥스럽지만 나에게 편지를 써본다.

너무 방치하고 제일 불친절했던 나에게 말을 걸어본다


안녕?


의 또 다른 나야. 안녕? 너 좀 고생 많이 했더라. 그런데도 잘 살아왔더라.


아홉 살의 나야 안녕? 할 수만 있다면 너의 아픈 기억을 지워주고 싶어. 너는 소중한 아이야. 너는 정말 특별해. 너를 꼭 안아주고 싶어.


이십 대의 나야 안녕? 너는 참 재미있는 친구야. 너 같은 친구가 있으면 좋겠어. 너는 참 용감하고 강인한 것 같아. 지금 나는 힘이 없는데 너는 참 대단해.


너는 잘 살았어. 너의 삶은 소중해. 앞으로의 삶은 너를 위해서 살았으면 좋겠어. 남은 시간은 네가 행복한 것으로 살아봐. 아마 더 멋있어질 거야.


이제 더 이상 아파하지 말고 건강하게 살아봐. 행복은 바로 너 자신인 거야. 살아있는 너 자신이 행복인 거야. 알았지? 잊지 마. 너는 가장 소중하고 고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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