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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J Oct 27. 2024

라이프 코칭을 받았습니다

[우울증 환자 생존기] 하루 8시간씩 일하기 위해서

주말에 훌라 댄스를 배우고 있다. 3월에 시작해서 8월 한달 쉬고 매주 하고 있으니, 벌써 7개월째. 6개월이 넘어가면서부터 안무 외우는 것이 좀 더 쉬워졌다. 수업 시간 외에는 따로 연습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매주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를 꾸준히 한 것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우리 훌라 선생님은 단순히 춤만 가르쳐주는게 아니라 하와이 문화를 가르쳐주려고 노력한다. 하와이 원주민들이 자연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왔고, 모든 생물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사랑하며 살아왔는지를 가르쳐준다. 전체 1시간 반 수업 중에 2-30분 정도는 서로의 일상을 나누고, 위로하고 축복하고, 하와이 명상을 한다. 그래서인지 수업을 듣는 사람중에는 유독 명상이나, 심리와 영성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최근 같이 듣는 오하나 중에 그림도 그리고 이야기책도 만들면서 라이프 코칭 전문가 과정을 준비하는 분도 계셨다. 그 분이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50시간의 코칭 실전이 필요하다며, 무료로 라이프 코칭을 하니 원하면 신청하라고 했다. 주변에서 조금씩 코칭을 받는 거 보고 나도 신청했다. 라이프 코칭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라이프 코칭은 심리상담과는 좀 다르다고 했다. 심리상담은 상담사가 여러가지 제안을 할 수 있지만, 라이프 코칭은 스스로 문제상황 또는 주제에 맞는 목표 또는 목적을 찾아가고 실행방법을 찾아가도록 가이드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훌라 선생님은 공부를 더 하는 것에 대한 계획을 잡는 것에 도움을 받았단다. 나는 지난 주부터 약속한 프로젝트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일이 밀리지 않게 계획적으로 일상을 디자인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그 문제를 해결해보기로 했다. 


현재 총 4개의 프로젝트를 돌리고 있다. 하나는 인터뷰집을 만드는 거고, 두개는 사업성과분석 연구, 하나는 사업 기획이다. 이 모든 것들이 10월 중순이 넘어가면서 동시다발적으로 포문을 열었다. 인터뷰집의 현장 인터뷰는 거의 끝나가서 원고 정리를 해야 하고, 두개의 사업성과분석 연구는 각각 읽어야 할 자료들이 수십개이고, 그걸 정렬하고 통합해서 인사이트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관련 논문과 보고서, 연구자료 등 공부해야 할 것도 많다. 그나마 사업 기획은 '아! 나 이런거 재미있어하는 사람이었지? 너무 씐난다! 안했으면 어쩔 뻔!' 하면서 하고 있다. 


모두 물리적인 시간투자가 필요한 일들이라서 하루에 적게는 5시간, 많게는 10시간을 쏟아붓다보니 일주일만에 나가떨어졌다. 저질 체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적어도 3일 일하고 하루 정도는 쉬어야겠다 생각했다. 어쨌든 적어도 하루에 8시간 정도는 성실하게 일해야 모든 일들을 일정 안에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시적인 프로젝트는 순간 몰입을 잘 하면 되지만 글 쓰는 일은 꾸준히 하지 않으면 멘탈이 무너지고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대체로 8시간보다 더, 10시간 정도는 자야 피로가 풀리는 나는 10시에서 12시 사이에 일어나는 편인데, 그래가지고서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8시간의 업무시간을 가질 수 없다. 그래서 아침을 좀 더 일찍 시작하며 하루에 꼭 해내고 싶은 명상 10분과 묵주기도, 일기쓰기를 기상 후에 하기로 했다. 우선 9시 기상을 목표로 했고 일어나는 방법은 '알람을 들으면 일단 일어나 앉는다'로 시작했다. 사랑이랑 인사하고 치카하고 약먹고 명상하고 기도하고 일기쓰며 하루를 시작하는 행동을 정리했다. 수면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기는 어려우니 잠드는 시간도 앞당겨 치카를 저녁먹고 TV 보는 시간에 하고, 남편이 잠드는 시간에 같이 누워서 잠이 안 오면 묵주기도 영상을 들으면서 자기로 했다. 


이렇게 액션을 정하기 전에 내가 왜 아침루틴을 꼭 가지고 싶어하는지에 대한 욕구를 파보았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일들을 하면서 불안과 두려움 없는 편안함을 가지고 싶어한 거였다. 나는 그저 단순히 내가 여타 성공한 사람들의 장점을 따라하면서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나는 일상의 편안함을 만들고 싶었던 거다. 자주 즉흥적이고 영감에 의존하는 나는 마감이 다가와야 움직이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완벽주의자여서 겉으로는 게으르고 느긋해보이지만, 마음은 늘 쫓겨다녔다. 그런 나 자신을 올 가을 프로젝트들을 맞이하면서 더 명확히 보게 되었고, 그런 상황들이 나를 불안과 공황으로 이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뭔가 조치를 취해야 했다. 


나의 성실함에 대한 동경은 이상형에서 알 수 있는데, 오래전부터 나의 이상형은 윤종신과 스팅이었다. 월간 윤종신을 10년 넘게 발표하는 성실한 음악인 윤종신과 나이와 상관없이 매해 앨범을 내는 스팅의 성실함이 나는 너무 좋았고, 동경했다. 주변에서 찾으라면 아빠도 그런 사람중에 하나다. 아빠 역시 매일 아침 수십년을 기도하고 일기를 쓴다. 안타깝게도 아빠의 성실함은 언니들과 오빠에게 거의다 흘러갔다. 매일 10분 명상을 하고 있는 내 남편도 이상형 분류에 넣어야 한다. 


이상형을 이상형으로 남기지 않고 나 자신이 해내야 하는 순간이 왔다. 라이프 코칭을 받은 다음날부터 아침 9시에 일어났다. 수, 목, 금을 그렇게 일어나서 명상을 했다. 금요일은 아침부터 울리는 카톡에 일을 시작하면서 명상과 일기쓰기만 중간에 했다. 솔직히 너무 피곤했다. 일주일 내내 쉬지않고 일하고 나니 집중력도 떨어지고 몸이 힘들었다. 아침 9시에 일어나는 것도 너무 힘든 일이었다. 토요일에는 10시에 일어나서 금요일의 연장선으로 휴식시간을 보내다가 오후 늦게 일을 시작해서 새벽 3시 반까지 일하고, 잠은 충분히 자야겠기에 일요일에는 11시에 일어났다. 하루 종일 일하려고 앉아있기는 했는데, 자꾸 걱정만 되고 딴짓을 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빨리 회의안건을 정리하고 1분이라도 더 자야하지만.. ㅡㅡ;; 마감기한이 있어서 오늘 밤 안으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데 ㅜㅜ..


그래도 일을 시작하고 컨디션이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해서 10점대이던 컨디션이 20점대를 기록하고 있다. 라이프 코칭을 받는 것을 기점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우울증이 나아서 예전의 내 몰입과 활력, 열정을 되살려 되돌아가겠다는 건, 우울증을 만든 그 상황으로 나를 다시 데려가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라던 정신과 의사의 말도 큰 도움이 되었다. 


단박에 좋아질 수 없고,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나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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