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팔자와 심리상담

[우울증 환자 생존기] 점을 보는 건 어때?

by 마담 J

우울증에 한창 시달릴 때, 공황장애가 뭔지도 모를 때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권한 것들이 있다.

1. 영양제 섭취 : 이건 마치 알러지가 생겼을 때, 면역력이 떨어져서 그런 거니까 뭐든 잘 챙겨먹으라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2. 호르몬을 위한 생약 투약 : 생약만 상담하는 의사? 약사가 있다. 호르몬과 신경 전달 물질이 문제이니 호르몬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핸 생약 처방을 권한다.

3. 점집 / 사주 상담 : 인간의 힘으로 해결되진 않을 때는 귀신의 힘을 빌리자!


이 중 제일 많은 추천은? 당연히 점집 상담이다. 지금이야 정신과 치료나 심리상담이 많아져서 다행이지만,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오죽하면 몇 조원의 점집 시장 규모를 이야기하겠나? 우리나라 심리상담소는 점집이라고 신문 칼럼까지 나고 그랬다.


정신과 치료, 심리상담, 점집의 공통점이 있다. 나와 의사, 상담자, 역술가 또는 무당과 내가 합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간의 합 뿐만이 아니라 시기도 중요하다. 그래서 여러 곳을 돌아보고 나와 맞는 곳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인연'을 만나는 것과 같다. 그 중에서 나는 뭘 했냐고?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2번 호르몬을 위한 생약 투약은 상담만 받고 먹지는 않았지만.


아. 4번도 있다. 종교를 갖는 것이다. (이하 생략. 이에 대해서는 따로 이야기하겠다.)


정신과 치료의 경우, 정말 상담없이 투약처방만 주는 곳이 아직도 많고, 상담이 아무리 길어도 3~40분, 보통은 10~20분 사이다. 그 짧은 시간에 나에 대해서 뭔가를 다 이야기 나눌 수는 없다. 투약 관련한 약효나 기타 등등도 이야기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나에 대해서 탐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심리상담과 점집의 경우, 결과적으로 봤을 대 비슷한 점이 상당히 많다. 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앞서 말했듯이 나와 궁합이 잘 맞는 상담사와 역술가를 만났을 때이다. 나의 타고난 성향과 성장하면서 발달시켜야 하는 부분, 마음정리를 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 알아갈 수 있다.


점술가가 '당신은 자웅동체에요. 남자와 여자가 한 몸에 있어요.' 라고 말했는데, 임상심리학자는 '당신은 남성의 성향이 50%, 여성의 성향이 50% 고루 섞여있는 것으로 분석되어요.' 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역술가가 '당신을 말하는 한자는 辛이에요. 당신은 예리한 바늘끝이에요. 원래 辛은 맵다는 뜻이 아니었어요. 옛날에는 바늘끝, 면도날로 노예들에게 문신을 새겼죠. 슬픔, 고통의 의미가 있는 한자에요. 매운 것이 통각이기 때문에 매울 신자가 된거고. 그러니까 당신은 기본적으로 슬픔과 고통을 잘 느끼는 사람이에요.' 라고 말하고, 임상심리학자가 '당신은 타인의 슬픔과 고통에 감응하는 인자가 타인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되어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점술가가 '당신은 일이나 공부에 집중해야 남편을 괴롭히지 않아요.', 역술가가 '당신은 일이 굉장히 중요하고 일을 잘해서 권력을 얻는 것이 중요한 사람입니다. 남편은 당신의 모든 것을 포용해주는 사람이니 남편 걱정은 거두고 당신 일에 집중하세요.', 임상심리상담사가 '성취지향형 인간이에요. 일을 계속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당신의 남편은 당신을 옆에서 도와주는 걸로 보면 상위 0.1% 남편이에요. 남편은 안정추구형 인간이라 바람필 걱정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라고 하기도 한다.


이래서 점술가와 역술가를 더 믿게 되냐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그래서 임상심리학자를 더 믿는 편이다. 점술가와 역술가의 말은 임상심리학자의 말에 좀 더 신뢰를 가지게 해주는 토대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임상심리학자는 나에 대해서 과학적인 방법과 수치로 나를 분석해주고 지금까지 내가 스스로에 대해 생각했던 것을 도표로 보여주며 다양한 기법을 통해 내 안의 자아를 만날 수 있게 해준다. 심리상담을 받는다는 것은 아직도 많은 것을 시도해보려는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내심 이게 맞나 싶을 때는 때로는 용하다는 점술가와 역술가, 나와 궁합이 맞는 사람을 찾아 확신을 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하고 싶다.


내가 이것만 해 봤겠나? 사회학자의 '행복'에 대한 강의도 들었고, 뇌과학자의 '안정'에 대한 강의도 들었다. 모두 같은 이야기를 자기의 언어로 이야기한다. 그 안에서 나를 찾아가는 건 오로지 내 몫이다. 임상심리, 점술, 역술, 사회과학, 뇌과학, 생약학자 등 모두의 이야기에서 나를 찾아가는 건 나의 몫이다. 모두 포기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건 다해보며 오늘도 살아남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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