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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자인한스푼 Nov 17. 2019

좋아서 하는 일

‘새로운 일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좋아서 하는 일    

‘새로운 일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브랜딩  작업(BI작업)을  하면서  늘  떠올리는  말이다.  그래서일까.  나에게  있어서  가장  설레는  일은 새로운 작업을 하는 것이다.  ‘새로운 일’이란 그 작업이 어떤 형태인지에 따라서 작업 방식과 스타일이 달라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담당자와 소통하면서 브랜드 스토리나 의미를 엿볼 수 있다.     


때로는 일하면서 접한 에피소드까지 나의 가슴 창고에 저장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새로운 일은 많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부산에 오픈한 황민당베이커리 사장님의 빵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단 하나도 없다고 했다.

더 맛있게, 더 오랫동안 기억되고 더 많은 손님에게 각인시키려면 결국 ‘느리게’를 고집할 수밖에 없다. ‘느리게’ 본질에 다가가는 것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한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두 자매가 운영하는 꽃집에 대한 이야기다. 어느 날 한 여자 손님이 꽃집을 방문했다. 그날 따라 인심 좋은 주인은 이 꽃 저 꽃을 그 손님에게 더 얹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 주인의 인심과 따뜻한 마음을 듬뿍 받고 기쁜 마음으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가게를 떠난 손님은 다음날 주인에게 감사의 문자를 보냈다. 그날 아이가 유산되어 슬프고 괴로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자신에게 꽃을 선물해주고 싶어서 들렀는데, 꽃집 주인의 마음으로 위로를 받았다는 감사의 문자였다.


꽃을 통해 진심을 나누었고, 따뜻한 마음은 다시 다른 사람들과 더 많이 나누길 바라는 철학을 갖고 있었던 꽃집이었다. 그저 좋아서, 마음이 가서 하는 일이었다. 

평창에서 특강 수업을 하던 날이었다.  그런데 재료가 아직 도착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교육  직전에야  알게  되었다. 놀랍고  당황했지만,  노랗게 질린 얼굴을 애써 감추고 교육생들에게 교육이 끝나는 금요일 3시 전까지는 받을 수 있게 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서울로 이동해 재고 부족으로 발송되지 않았던 재료를 일일이 발품 팔아 수집한 뒤 하루  만에  배송되는  우체국  택배를  이용했다.  다음날  물건이  오긴  하지만,  대부분의  택배는 오후  5시경  도착하기  때문에 금요일 3시전까지 배송이 어려울 수도 있었다. 봉평우체국에 전화를 걸어 전화를 받는 직원에게 다짜고짜 부탁먼저 했다. 
 
 봉평으로 부친 택배가 3시 전에 도착하지 않으면 서른다섯 명의 교육생들이 뿔뿔이 흩어진 후 개별 발송을 해야 하는 큰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난감한 내용을 전달하고 내 택배만 딱 골라서 제일 먼저 배송 해주십사 염치없는 부탁만 해댔다.     

형평성을 고려한다면 개별 부탁은 무례한 일이고 불가능하거나 무리일 수도 있다. 우체국에서 배송해주지 않아도 나는 할 말이 없는 처지였다.  우체국에서는 노력해보겠다고만 짧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 오전 10시 우체국으로부터 문자와 전화를 받았다. “고객님이 요청하신  배송을 안전하게 마쳤습니다. 감사합니다. “     

오후 1시도 아닌 이른 아침 10시에 배송이 완료가 되었다니 감동이 아닐 수 없었다. 

우체국 직원도 친구도 아닌 고객의 일방적인 부탁을 지켜주셨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말로만 감사를 내 뱉기가 죄송스러워서 봉평우체국 외관을 그림으로 그리고 미디어에 올렸다. 우체국 아니라고 할까봐 소식 또한 빨랐다. 올리자마자 <강원지방우정청 홍보담당>자로부터 우체국 그림과 글을 <강원 우체국 뉴스>에 거제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내가 바라던 바였다. 봉평우체국의 수고를 우체국 직원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소문을 내주고 함께 공감하고 싶다.       


좋아서 하는 일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느리게, 더 느리게  가더라도 적어도 누군가에게 마음을 울리는 감동을 주고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하며 따스한 희망이 되는 것. 그 선물을 받은 사람은  또  그  따뜻한  마음을  다른  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하게  될  것이다.  민들레  홀씨처럼 많이 퍼지고 날아가 사람들 마음에 내려앉았으면 좋겠다. 사람이 사람에게, 하나의 희망이  또 다른 희망이 되는 가치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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