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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자인한스푼 Nov 17. 2019

시간을 내서 웃고

좋은 생각을 해요

 

가을이 되면 야외 행사들이 지역축제처럼 펼쳐지는데 내가 가을과 봄을 좋아하는 진짜 이유는 축제속에서 즐기는 캘리그라피 행사에 참여하는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캘리그라피 글씨 써주기 행사로 참여했던 ‘용인시드론페스티벌’축제다.

드론매니아들에게 더 없이 좋은 체험이며, 드론뿐 아니라 다양한 부스에서 무료체험과 푸드트럭에서 맛있는 먹거리까지 준비되어 있으니 풍성한 가을 축제 가족들이 몰리는 행사다.    

서포트를 해 주긴엔 너무 어린 초등학교 3학년이지만 딸아이를 일일 알바생으로 임명했다. 부끄러움 없이 당당하게 5살 때도 엄마의 마켓을 도와준 미소덕에 완판신화를 경험 했었다. “너 때문에 사는 거야” “안 사고는 못가겠네” “너를 어쩌면 좋니” “귀여워” “또 말해봐”

손님들이 남겨준 완판했던 그날이 생각난다.    

상황극을 연습하지 않은 우리 모녀는 현장에서 제대로 애를 먹었다.

아이가 해야 할 일을 미리 일러주지 않은 엄마와 작은 실수를 할 수 밖에 없는 미소 
 우리 모녀는 호흡을 맞춰 나가는 과정 속에서 옥신각신하고 있는 사이 손님들이 우르르르 몰려오는 구름떼는 군인아저씨들이다. 한 사람씩 오면 좋겠구만~ 떼거리로 와서는 글을 써 달란다. “한 사람씩 요청 글귀를 불러주세요” 
 “넵 소정아~ 꽃 피는 봄에 만나자” 얼마나 씩씩하게 당당하게 멘트를 날리는지~ 

여친 없는 녀석들 들어봐라 라는 식이다. 떼거지로 합창한다. “우와~” “욜” 

글귀를 쓰고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데 지켜보던 군인아저씨들 또 합창을 한다.  “우와~” “욜” 감탄이 주는 품사는 사실 작가에게 무안한 에너지를 전달 해게 된다.    

“일필일획”소박·단순하지만 함축적이면서도 뜨거운 열정을 품어내게 하는 제대로 붓질을 하게 만드는 힘이기도 하다.     

아이도 저도 군인아저씨들이 준 에너지에 하하 호호 웃으며 세상 즐겁게 글씨를 섰다.

군인아저씨들의 점령으로 너무 바쁜 나머지 물통에 물을 교환할 시간이 없다고 했더니

옆에서 듣고 있던 군인아저씨가 “제가 물 교환 해드릴게요”한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인데 물통들고 가고 있는 군인아저씨를 보니 장난기가 급 발동했다.

“너무 감사드려요 그런데 물통에 오줌 물 받아오시면 안 됩니다.” 라고 말해버렸다. 
 옆에서 듣고 깜작 놀라하며 아이가 “엄마 왜 그런 막 말을 왜 했어요” 

“아저씨가 화내시면 어따ᅠ갛게 해요” 그러면서도 너무 웃긴지 귀청 터지도록 크게 웃는다.    

생각할 사이도 없이 터져나온 장난끼라 물통 들고 돌아오는 군인아저씨게 “죄송해요 너무 감사한 나머지 유머랍시고 장난을 쳤네요”라고 했더니 괜찮으시다며 손짓을 한다. 다행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 물통 교환 해주신 군인아저씨가 ‘핫초코’를 건내며 “고생이 많으신데 이거 드시면서 하세요” 그러고는 쑥스럽게 내뺀다. 아니 물통교환도 감사한데 돈도 없으실 텐데 이런걸 다~ 주시는 아저씨 미소와 저는 군인아저씨를 좋아하게 되었다.    

아침부터 줄을 서서 점령을 하고 혼을 빼놓더니 따스한 핫초코로 마무리를.... 요즘 군인아저씨들은 드라마틱하시다. 군인아저씨들이 사라지자 미소가 말한다.

“엄마 군인아저씨들이 가고나니 햇살이 들어와요. 캄캄한 부스가 밝아 졌어요.” 정말 그랬다.

햇살이 들어올 틈도 없이 줄서서 기다렸던 군인아저씨들이었지만 
 호흡이 맞지 않아 옥신각신 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던 우리 모녀의 사이를 하트로 채워주셨고 기분 좋은 에너지와 감동을 선물 해주고 가셨다. 

남은 군 복무 무탈하게 잘 마치시고 제대하시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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