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 하다가 배낭 메고 도망간 썰
벌써 2년 전 일이다. 2017년은 내게 여러모로 잊지 못할 년(?)이다.
살면서 외국 땅을 가장 많이 밟아본 한해였달까. 당시 24살이었던 나는 사실 취업 준비에 이제 매진해야 될 것 같은 궁지에 몰렸었다. 24살은 어린 나이지만 대학생으로서, 그것도 심지어 대한민국의 대학생으로서 24살은 이제 사회로 쫓겨날 위기에 처한 나이며 취업에 매진해야 할 고학년에 속한다. 망할 헬조선
암튼 차치하고 나의 대학생활 동안 '방송국'이란 거창한 이름의 동아리는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소속은 분명 동아리인데, 거의 스타트업 신입사원처럼 밤낮을 그곳에 투자했다. 순수한 봉사보다는 '투자'에 가깝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고 알아주지 않아도...생각해보니 겁나 슬프다...우리는 방송을 위해 3년 내내 방송국에서 엽떡과 편집기와 함께 거주했다.
그리고 그 억겁의 세월을 함께한 나의 동기가 2016년 겨울, 유럽에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 나 참 페이스북에서 유럽여행, 배낭여행 등 많이 보기도 봤지만 그게 나도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당시에는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제안을 받았을 때, 나는 가볍게 YES! 를 외쳤다. 이후에 닥칠 고통과 고난은 모른 채...(준비과정은 백조의 물장구와 비슷하다. 숙소부터 교통, 항공, 투어 등 40여 일의 여행을 준비하기까지 치열한 시간을 보냈다. 보통 두세 달은 최소한으로 투자한다고...)
지금도 물론 취준생(aka백수)이지만 돌이켜보면 취업 준비는 조금 늦춰졌더라도, 신입사원이 되는 시기가 남들보다는 조금 늦춰지더라도, 그래서 지금 조금 초조하더라도(장난아니게 초조함) 40여 일간 배낭여행을 갔다 오길 참 정말 진심 잘했다고 나쉐끼를 칭찬해주고 싶다.
생각해보면 그때 여름 내내 여행을 갔다 왔기에 하반기 공채시즌은 통으로 날렸다 하하. 물론 아쉽긴 하지만 절대로 돈 주고는 못살(이런 구태의연한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경험을 몸에 깊숙이 배어 왔다. 그래서 다녀온 김에 그곳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고, 당시의 나는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지금 다시 한번 회상하고 영감을 받기 위해서 기록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진장 그리워서ㅠㅠㅠ기억력이 우리집 물고기와 비슷한 내가 여행했던 걸 아예 까먹어버릴까봐...여행기를 다시금 정리해보고자 한다.
취업 준비 따위 발로 걷어차고 다녀온 나의 유럽 여행기, 완성은 언제일지 벌써 아득하다.
'죄송하지만 한 달만 놀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