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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한 자유인 Nov 24. 2023

스무 살 나에게 편지를 쓰는 이유

오늘은 한 가지 고백을 해보려 해

스무 살의 나에게 편지를 쓰는 연재를 왜 시작했는지.

표면적으로 봤을 때 스물다섯의 내가 5년 전 갓 성인이 된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쓰는 글들이야.

그동안 있었던 어려움들을 알고 내가 성취한 것들을 알고 있으니 이것들을 기반으로 어린 나에게 응원과 격려의 글들을 남기는 것이 이 연재 글들의 시작점이지.


그런데 이 프로젝트는 사실 서른의 내가 나한테 와서 난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 말해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했어. 스무 살의 나에게는 마치 내가 모든 걸 겪고 이룬 것처럼, 마치 다 큰 어른처럼 조언을 해주고 응원을 건네지만 사실 나는 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맞게 살고 있는 걸까? 5년 뒤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나한테 날아와서 지금 A, B, C는 잘하고 있지만 D, E, F는 조금 방향설정을 다시 해보는 게 어때?처럼 나한테 조언을 해줬으면 좋겠다. 나는 5년 뒤에 어떻게 살고 있을까? 스무 살의 내가 스물다섯 나의 인생을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내가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까?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이 고민들에서 시작했어. 5년 후의 내가 지금 나에게 어떤 말을 해줄까를 상상하면서 지금의 나는 5년 전의 나에게 어떤 말들을 할 수 있지? 를 생각하게 된 거야. 그렇게 글을 쓰다 보면, 5년 전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쓰다 보면 서른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들도 예측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솔직히 말하면 나는 5년 뒤에 지금과 다른 인생을 살고 있었으면 좋겠어. 오늘 처음으로 회사에서 조퇴를 했다? 정말 많이 아팠어. 출근하던 팀장님이 너 진짜 안 좋아 보이니까 집에 가라라고 얘기할 정도로 안 좋았어.

집에 와서도 약국까지 걸어가지 못할 정도로 몸이 안 좋았는데 그랬는데도 걱정이 되는 거야. 재택 근무용 노트북을 몇 번 열고 닫았는지 모르겠어. 로그인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서 결국 회사 노트북으로 아무것도 못했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아마 집에 와서도 일을 했을 것 같아. 거기서 현타가 오더라. 난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살고 있지? 지난번 글에서 '열심'히 하는 것에 대해 재고해 보겠다고 얘기해 놓고 결국엔 아파서 집에 와서도 일 걱정이라니.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5년 뒤의 나는 조금 더 나를 위해 사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지금의 나는 남들의 시선에 많이 좌지우지되는 사람이고 평판을 신경 쓰느라 나 자신을 잘 돌보지 못하고 있어. 남들이 나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게 두려워서 그냥 조금 참고 조금 견디고 누르고 그러고 살고 있는데 미래의 나는 그러지 않는 사람이면 좋겠어.


내 시간, 내 공간, 내 일의 자유가 생겨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시간에 하고 싶은 만큼 하고 남들의 시선은 조금 덜 신경 쓰는 그런 서른이 되고 싶어. 아플 때는 걱정 없이 푹 쉬고 조금 내려놓고,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똑똑하게 살고 싶어. 그런 서른이 되고 싶어서 내 생각을 정리하려고 스무 살의 나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어. 내가 지금 계속 가지고 가야 해 할 좋은 습관은 무엇이고 버려야 할 태도는 무엇일지 고민하는 시간을 주더라고. 그래서 이 형식을 빌려서 글을 쓰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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