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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의 영혼 Dec 06. 2021

터널을 벗어나 빛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일상

가을을 온몸으로 품으며 사색하기 좋은 집앞 공원길

출구가 보이지 않았던 어두운 터널에서 작은 빛줄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남편 일을 도와 함께한 지 3개월째부터 변화가 생겼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달 생활비를 조금 넘어선 고정 수익도 창출했다. 하24시간을 둘이 함께하다 보니 투닥투닥 다툼도 피해 갈 수 없었다. 하지만 힘든 과정을 함께 극복하며 나름의 돌파구를 찾아내기 시작했다. 조금 여유가 찾아왔고 틈틈이 여행도 다니며 우리는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돈을 벌기 위해 지금의 일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도시에서의 삶을 정리하기로 했다. 그 후로 어디에서 어떤 삶을 살 것인지 마음속 그림만 그리며 길을 나섰다.

사람들과 소통하며 전원생활을 꿈꾸는 마을과 터를 찾는 일이 우선이었다. 막상 찾아다니다 보니 모든 게 순조롭지 않았다.


인터넷 정보를 통하고, 때론 하염없이 걸어도 보고, 지역 부동산도 찾아가며 우리가 원하는 마을 분위기부터 파악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지치기 시작했다. 거기에 서울양평고속도로 계획안으로  땅값은 수직으로 상승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서 알게 된 강원도 한 마을에 끌렸다. 6개월  넘게 꾸준히 발품을 팔았던 양평에서 마음을 접고 강원도로 방향을 틀었다.


앞쪽으로 바라보이는 산풍경에 반해 덜컥 사버린 토지에 녹비식물과 잡풀이 무성하다


터도 인연이 있는 걸까. 수없이 찾았던 양평과 달리 첫 번째 방문에서 바로 이 마을이다 싶었다. 을에서 바라다보이는 앞산 풍경에 마음이 사로잡혔다.

두 번째 방문에서 덜컥 토지 구매를 결정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배로 넓은 부지였지만 모든 걸 우리 입맛에 맞출 수 없었다. 그렇게 한걸음 내디뎠는가 싶었다. 막상 현실이 되고 보니 이제 집 짓는 일부터 시작해 예상치 못했던 이런저런 어려움이 따랐다. 그곳에 마련한 토지가 하얀 백지처럼 막막하게 다가왔다.

그러다 보니 갈등도 생겼다. 편리했던 도시생활을 접고 이곳으로 이주해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우리가 생각한 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더 이상 진전은 없고 이런저런 불안한 요소들이 쌓여가고 있다.


어두운 터널을 벗어날 준비를 하면서 우리의 선택이 빛을 향해 가는 게 아닌 또 다른 터널로 들어서는 건 아닌지 말이다.


막상 떠난다고 생각하니 지금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애정은 더 깊어만 간다. 계절 따라 하루하루 변해가는 아름다운 집 주변 마을 풍경은 물론 주거환경으로는 최고라고 누리고 살았던 그 모든 것들이 유난히 소중하게 느껴진다.

도시 집에서 바라본 가을 풍경(일산의 에쁜집들이 모여있는 마을 뒤로 정발산이 감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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