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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누가 사료에 농약을 탔어요

by 부지깽이


어느 조용한 마을, 오래된 연립주택 화단 구석에 고양이 가족이 살고 있었어요.

엄마 고양이와 이제 태어난 지 보름 정도 된 새끼들이었어요.


새끼들은 낮에는 나무 아래 숨어 있다가 해가 저물면 살금살금 기어나와 세상구경을 했어요.

엄마 고양이는 하루 종일 골목을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아 헤맸지요.

다행히 이 고양이 가족을 돌보는 다정한 캣맘이 있었어요.

그녀는 매일 매일 화단을 찾아 신선한 사료와 물을 놓아줬죠.


어느 날 저녁, 엄마 고양이가 화단으로 돌아왔을 때― 보금자리 앞에 사료가 가득 담긴 그릇이 놓여 있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새끼들 그릇은 텅 비어 있었죠.

고개를 갸웃하던 엄마 고양이는 ‘캣맘이 바빴나 보구나’ 생각했어요.

엄마 고양이는 배가 몹시 고팠지만, 새끼들부터 먹이기로 했어요.

그녀는 자신의 그릇에 든 사료를 입에 넣어 잘근잘근 씹은 뒤 새끼들의 빈 그릇에 뱉어주었어요.

그런데!… 뭔가 이상했어요.

사료에서 기름 냄새가 났고, 입 안엔 쓴맛이 퍼졌어요.


그래도 배가 너무 고팠기 때문에 사료를 조금씩 씹어 반은 삼키고, 반은 새끼들 그릇에 뱉어주었죠.

새끼들은 허겁지겁 사료를 오물거렸어요.

그리고 잠시 후―

엄마 고양이와 새끼들은 숨이 가빠지고 몸이 굳기 시작했어요.


* * *


“딸랑딸랑~”

“부르르~”


얼음방 앞에서 장난치던 쏠과 넬은 방울 소리에 깜짝 놀라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렸어요.

둘이 화단에 도착했을 땐, 엄마 고양이와 새끼들의 영혼이 천천히 떠오르고 있었어요.

넬이 새끼들의 영혼을 조심스럽게 품에 안았어요.

쏠은 엄마 고양이의 영혼을 부축하며 말했어요.


“걱정 마세요, 저희가 안전하게 쉼터로 모실게요.”


그들이 쉼터로 돌아가는 숲길을 걷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 앞을 가로막았어요.

푸른빛이 나는 털에 반짝이는 눈, 부드러운 목소리—

며칠 전 실종되었던 치프, 매그너스였어요.

“쏠, 넬! 오랜만이구나.”

“치… 치프님!”


둘은 깜짝 놀랐어요.

매그너스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어요.


“이젠 치프가 아니란다. 이쪽으로 오렴. 내가 지름길을 가르쳐 줄게.”

쏠은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저었어요.


“아뇨. 저희는 이 길이 더 익숙해요.”


매그너스는 미소를 잃지 않았어요.


“그래… 곧 다시 만나게 될 거야.”


매그너스는 그렇게 말하고 숲속으로 사라졌어요.

쏠과 넬은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어요.


쉼터에 온 엄마 고양이가 아이리스를 보고 울먹였어요.

“누군가 사료에 농약을 넣은 것 같아요. 우린 그걸 먹고….”


그녀는 말끝을 맺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어요.

“너무 억울해요… 저 어린 것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쏠과 넬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아이리스가 조용히 다가와 셋을 메아리 거울 앞으로 데려갔어요.

그녀가 살며시 거울 표면을 문지르자 영상이 펼쳐졌어요.


거울 속엔 한 노인이 보였고, 그의 과거가 스쳐 지나갔어요.

그는 수의사였어요. 딸 부부, 손자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어요.

그는 손자에게 새끼 고양이도 선물했죠.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손자의 숨이 멈췄어요.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의사들은 소년의 기도에서 고양이 털 뭉치를 발견했어요.


딸 부부는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집을 떠났어요.

노인은 그렇게 홀로 남겨졌고, 그의 마음은 자책과 원망으로 점점 일그러졌어요.

그리고 고양이에 대한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어요.

그리고 오늘 오후―

더 이상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노인이 화단에 놓인 고양이 밥그릇에 농약을 섞었어요.


거울 속 영상이 서서히 흐려지며 마지막 장면이 나타났어요.

노인이 수갑을 찬 채 경찰에게 연행되어 가고 있었어요.

멀리서 캣맘이 젖은 눈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죠.


엄마 고양이는 한참 동안 거울을 바라보다 길게 한숨을 내쉬었어요.

그리고 새끼들을 안고 넬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어요.

잠시 후, 넬이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쏠이 아이리스에게 말했어요.


“저… 돌아오는 길에… 치프를 만났어요.”


“매그너스….”

아이리스의 눈빛이 흔들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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