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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by 부지깽이


쏠과 넬은 점심을 먹고 이세상으로 넘어왔어요.

며칠 전 넬이 아이리스에게 '뜻밖의 제안'을 했거든요

"아이리스! 쉼터에 있다가 방울소리를 듣고 달려가면 늦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넬답지 않은 말에 쏠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아이리스는 웃기만 했어요.

"호호! 넬, 대견한 걸… 그럼 어떡하지?"

"저랑 쏠이 이세상에 건너가 있다가 방울이 울리면 재빨리 영혼을 찾아 데리고 올게요."

쏠은 '훈련하기 싫은' 넬의 속셈을 금세 알아차렸지만, 아이리스는 웬일로 흔쾌히 허락했어요.


그렇게 둘은 평소처럼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장난을 치고 있었어요.

그때였어요.

갑자기 들개 무리가 튀어나왔어요!

깜짝 놀란 쏠과 넬이 재빨리 담장 위로 뛰어올라 도망쳤지요.

숨을 헐떡이며 서로를 보던 둘은 깔깔 웃음을 터뜨렸죠.


“너는 너무 느려.”

쏠이 숨을 고르며 놀렸어요.

“그러다 들개한테 잡히거나 독수리 밥 된다니까!”


“웃기시네!”

넬이 받아쳤어요.

“너는 발은 빠를지 몰라도 점프가 낮잖아. 그게 더 위험해!”

둘은 오늘도 아웅다웅, 티격태격했어요.


바로 그때—

“딸랑딸랑~”

“부르르~”


둘은 즉시 방울소리를 따라 달렸어요.

신호는 학교 뒤편, 오래된 창고 앞 시멘트 마당까지 이어졌지요.

그곳엔 힘겹게 숨을 쉬고 있는 할아버지 고양이가 엎드려 있었어요.


잠시 후, 그의 희미한 영혼이 천천히 떠올랐어요.

쏠이 다가가 부드럽게 속삭였어요.

“할아버지, 저희가 쉼터로 모실게요.”

둘을 따라 걷던 할아버지 고양이는 자꾸 뒤를 돌아보며 중얼거렸어요.

“그녀가 온다고 했는데… 꼭 온다고 약속했는데….”


그날 밤, 쏠과 넬은 카페에서 야식을 먹고 있었어요.

그때, 아이리스가 웬 할머니 고양이를 데리고 들어왔어요.

잠시 후, 2층에서 할아버지 고양이의 영혼도 내려왔어요.

아이리스가 쏠과 넬에게 설명해 줬어요.


“할머니 고양이는 고양이 세계에서 주술사셨어. 무지개다리 시스템을 알고 계시지. 방금 전에 문을 두드리시길래 모시고 왔단다.”


할머니 고양이가 할아버지 고양이의 영혼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어요.


“난 영혼이 보여요… 그리고 그들과 대화할 수 있죠. 오늘이 이이의 마지막 날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내일이 나의 마지막이란 것도요.”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고백하듯 말을 이었어요.

“우린 작년 가을에 만났어요. 서로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졌고… 아기를 가졌어요.”

할머니는 수줍게 얼굴을 붉혔고, 할아버지는 흠흠 헛기침을 했어요.

“그 아이는 우리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이었어요.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 우리는 시장에 가서 친절한 사람들이 주는 간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어요. 그런데 그만… 아이를 잃어버렸어요.”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흐느꼈어요.

“내가 아이를 찾아서 이이가 돌아가기 전에 데려오겠다고 약속했는데… 결국 약속을 못 지켰어요.”

그때 아이리스가 쏠과 넬에게 눈짓을 했어요.

“어서 나가서 아이를 찾아오렴.”

“지금요? 이 시간에요?”

쏠이 놀라서 물었어요.


“시간이 없어. 내일 점심때까지 꼭 찾아 데려와야 해.”

둘은 어이없어했지만, 곧 단호한 눈빛을 주고받고 일어섰어요.

둘이 문을 나서는 순간, 발치에 뭔가 툭 떨어졌어요

그건 바로 패딩 조끼였어요.


아이리스가 미소 지으며 말했어요.

“이거 입고 가렴. 감기 걸리지 말고….”


다음 날 점심 무렵, 아이리스와 할머니, 할아버지 고양이는 카페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날 아침에 할머니 고양이는 조용히 숨을 거두었고, 이제는 영혼이 되어 할아버지 곁에 서 있었어요.

2층 베란다 창문에 무지개가 어렴풋이 나타나고 있었죠.


그때—쾅!

카페 문이 벌컥 열렸어요!

쏠과 넬이 숨을 헐떡이며 뛰어들어 왔지요.

쏠의 품에는 통통한 아기 고양이가 안겨 있었어요.


“우리 아가…!”

할아버지 고양이와 할머니 고양이는 기쁨에 찬 외침을 터뜨렸어요.

둘은 새끼 고양이를 꼭 껴안고, 볼을 비비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바라보았어요.

할머니 고양이는 아기 고양이의 이마에 조용히 입을 맞추며 말했지요.

“우리 아가… 잘 살아야 해~”

새끼 고양이는 아빠 엄마가 눈물 흘리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눈을 깜빡이며 작게 하품을 했어요.

할아버지 할머니 고양이는 새끼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쏠과 넬, 아이리스에게 고개를 숙였어요.

"너무 고마웠어요. 우리 아가 좀 부탁 드릴게요."

"네. 걱정 마시고, 안녕히 가세요"

셋은 앞발을 들어 작별인사를 했어요.


할아버지 할머니 고양이는 손을 꼭 잡고 천천히 2층으로 올라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답니다.

카페 안은 다시 조용해졌어요. 새끼 고양이는 어느새 잠들어 있었죠.


쏠과 넬은 그제서야 땀에 흠뻑 젖은 조끼를 벗어 바닥에 던졌어요.

둘은 아직까지 숨을 헐떡이고 있었죠.

아이리스가 둘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말했어요.


“자, 우선 밥부터 먹고, 새끼 고양이를 동물 보호소에 데려다 주렴.”

쏠과 넬은 눈이 동그래졌어요.

서로의 눈을 빤히 쳐다보던 둘은 동시에 외쳤죠.


“가위, 바위, 보!”




※ 8화부터 작품 공개시간을 저녁 7시에서 아침 6시로 변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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