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내내 내리던 비가 오후가 되자 그쳤어요.
쏠과 넬은 점심을 먹고 이세상을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그때였어요.
산등성이 위로 아름다운 무지개가 걸렸어요.
평소 아이리스가 고양이의 영혼을 건네주기 위해 쉼터 2층 발코니에 띄우던 무지개와는 왠지 조금 다른 느낌이었어요.
둘은 잠시 넋을 놓고 무지개를 바라봤어요.
바로 그때—
“딸랑딸랑~”
“부르르~”
목에 걸린 방울이 울리고, 떨렸어요.
쏠과 넬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신호를 따라 달렸어요.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폐건물 뒤편, 찢어진 철망 앞이었어요.
철망 너머로 넓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어요. 철망 앞 공터엔 흰색 고양이 털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핏자국 같은 얼룩도 보였죠.
방금 전까지 무슨 일이 벌어졌던 듯 살벌한 기운이 감돌았어요.
그 때 강쪽에서 싸늘한 바람이 휘익 불어왔어요. 쏠과 넬의 몸이 뻣뻣하게 굳고, 온몸의 털이 쭈뼛 섰어요.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오싹한 기운이었어요.
그 순간—철망이 흔들리면서 누군가 조용히 다가왔어요. 돌아보니 매그너스였어요.
“쏠, 넬! 또 만나는구나.”
그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어요.
“요즘 너희가 그렇게 일을 잘한다면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오늘 한 번 볼까?”
쏠이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치프! 왜 쉼터로 돌아오지 않으세요? 그때 데려간 영혼은 무지개다리를 건넜나요?”
매그너스의 얼굴에 잠시 복잡한 표정이 스쳤어요.
“그 얘기는, 영혼을 찾고 난 후에 하자꾸나.”
그는 대답을 마치자마자, 강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풀숲을 훑기 시작했어요.
쏠과 넬은 크게 숨을 들이쉬고, 공터를 살폈어요.
공터엔 무언가를 태운 듯한 흔적과, 코를 찌르는 역겨운 냄새가 아직도 스멀거렸어요.
둘이 가까이 다가가려던 순간—등골이 오싹해졌어요.
겁에 질린 둘은 꼭 붙어서 함께 수색하기로 했어요.
둘은 매그너스가 간 반대 방향으로, 키 큰 풀 사이를 수색했어요.
하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어요. 시간이 흐르고 하늘은 점점 어두워졌죠. 결국 둘은 다시 공터로 돌아왔어요.
잠시 후, 땀에 흠뻑 젖은 매그너스가 돌아왔어요.
셋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어요.
“날이 너무 어두워졌어.”
매그너스가 말했어요.
“이대로 계속 찾다간 위험해질 수 있어. 너희 둘은 쉼터로 돌아가거라.”
“그럼, 치프는요?”
“나도 돌아가야지. 내일 아침에 다시 올 거야.”
쏠이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그럼… 지금 함께 돌아가요. 아이리스가 치프를 기다리고 있어요.”
하지만 매그너스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없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어요.
쏠과 넬은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렸어요.
쉼터로 돌아가는 길은 헷갈렸어요. 넬이 아이리스가 알려준 대로 목에 걸린 방울을 톡톡 두드려 진동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었어요.
밤늦게서야 쉼터에 도착한 둘은 긴 숨을 내쉬며 카페 문을 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