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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임무는 끝났지만…

by 부지깽이


쏠과 넬은 손전등을 들고 공터로 돌아와 바닥을 비췄어요. 그때 찢어진 철망 아래 풀숲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게 보였어요.


“혹시… 새끼 고양이의 영혼?”

둘의 심장이 마구 뛰었어요.

뛰어가서 풀숲을 헤치자 매그너스가 땀에 흠뻑 젖은 채 수색을 하고 있었어요.

불빛에 놀란 매그너스가 고개를 돌렸어요.


“치프! 아직 안 가신 거예요?”

“뭐… 그냥… 갈 데도 없고… 혹시라도 영혼이 흩어질까 봐…”

매그너스가 어색한 표정으로 대답했어요.

쏠과 넬은 그 말에 깊이 감동했지만, 곧 걱정이 밀려왔어요.


‘아직까지 못 찾았다면… 이미 흩어진 게 아닐까?’

바로 그때, 쏠이 강가에 묶여 있는 작은 나룻배를 발견했어요.

“혹시 강 건너는 확인해 보셨어요?”

“아니… 그렇게 멀리까지 갔을까?”

매그너스는 고개를 저었어요.

“여긴 이미 다 뒤졌잖아요.”

넬이 말했어요.

차가운 바람이 휘익 휘익 불어왔어요.


“혹시 너무 놀란 영혼이 바람에 강 건너까지 날아간 게 아닐까요?”

쏠의 말에 매그너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럴 수도 있겠구나. 가 보자.”

셋은 강가로 뛰어 내려가 나룻배에 올랐어요.

매그너스가 노를 저어 강을 건넜지요.

맞은편 강가에 도착한 셋은 각자 흩어져서 수색을 시작했어요.


이번엔 쏠과 넬도 두려움을 이겨내고 흩어져서 용감하게 풀숲을 헤쳐 나갔어요.

그렇게 수색해 나가던 넬의 귀에—

야옹~ 무서워…”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 왔어요.

넬이 재빨리 소리가 들린 곳으로 달렸어요.

그곳에는 서로 꼭 껴안고 떨고 있는 새끼 고양이 두 마리의 영혼이 있었어요.


넬이 조심스럽게 다가가 속삭였어요.

“이제 괜찮아. 따뜻한 곳으로 데려가 줄게.”

그리고 소리쳤죠,

“여기예요! 찾았어요!”

쏠과 매그너스가 달려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답니다.


나룻배 위에서 쏠이 조심스럽게 매그너스에게 말했어요.

“치프! 쉼터로 돌아가요. 아이리스가 꼭 데려오라고 했어요.”

하지만 매그너스는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어요.

“아니야. 난 실패자야. 낙오자가 돼 버렸어. 돌아갈 자격이 없어.”

넬도 애원했지만, 매그너스는 고개를 돌릴 뿐이었어요.


배가 강가에 닿자, 강둑에서 손을 흔드는 그림자가 보였어요.

아이리스다!”

쏠과 넬이 외쳤어요.

아이리스는 영혼을 안고 있는 둘에게 따뜻하게 미소지으며 매그너스를 향해 말했어요,

“뭘 망설여! 어서 따라 와!”

매그너스는 어색한 한숨을 쉬고, 마침내 배에서 내렸어요.

쏠과 넬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로를 바라보다가 환하게 웃었답니다.

그날 저녁, 카페에는 성대한 잔치가 벌어졌어요. 평소엔 보기 힘든 특별한 음식들이 테이블마다 가득 차려졌어요.

소울 가이드들은 삼삼오오 앉아 맛있게 먹고 마시며 웃고 떠들었어요.

가장 가운데 테이블엔 아이리스가 앉아 있었고, 양 옆에 쏠과 넬이 자리했어요.

그 옆에는 키팅과 매그너스가 앉아 즐겁게 대화를 나눴어요.


아이리스가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쏠, 넬! 정말 수고 많았다. 무지개다리 아래로 영혼들을 잘 안내했구나. 이제 치프도 돌아왔으니 소울 가이드 일은 쉬어도 된다. 그리고 낮에는 가끔 이 세상에 나가 놀아도 좋단다.”

다른 가이드들이 박수를 쳤고, 키팅과 매그너스는 활짝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어요.

그 순간, 쏠과 넬은 서로 눈을 마주쳤어요.

그리고 망설임 없이 함께 외쳤죠.

“우린 계속 소울 가이드 하고 싶어요!”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곧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어요.

“그럴 줄 알았다니까!”

키팅과 매그너스가 장난스럽게 윙크했어요.

아이리스는 주머니에서 소고기맛 츄르 두 개를 꺼내 둘에게 건넸어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잔치는 계속 이어졌어요.

하지만 곧—얼음방 앞에서.

“네가 먼저 들어가!”

“아냐, 네가 먼저 들어가!”

녀석들은 또 티격태격 몸싸움을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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