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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소울 가이드의 자격

by 부지깽이


“네, 캡틴! 오 나의 캡틴~!”

쏠과 넬이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목청껏 외치자, 키팅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으이구, 이 개구쟁이들!”

아이리스는 못 말리겠다는 듯 간식 그릇을 밀어주며 웃었죠.

코코아 한 모금을 꿀꺽 삼킨 넬이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아이리스, 그런데 소울 가이드는 어떻게 뽑아요?”

아이리스는 넬이 대견한지 흐뭇한 미소를 짓다가 키팅을 바라봤어요.

키팅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죠.

아이리스가 차분한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어요.

“소울 가이드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니란다. 죽음을 맞이한 고양이들의 슬픔을 깊이 이해하고, 그들을 돕겠다는 용기와 강한 책임감이 있어야 해.”

쏠과 넬은 눈을 반짝이며 아이리스의 말에 귀를 기울였어요.

아이리스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어갔어요.


“그래서 나는 착하고 용감한 고양이의 영혼이 이곳에 도착하면 ‘혹시 소울 가이드가 되어 보지 않겠니?’라고 제안을 한단다. 만약 그가 하겠다고 하면 필요한 훈련을 거쳐 일을 시작하고, 그렇지 않으면 무지개다리를 건너 저세상으로 건너간단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넬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어요.


“그럼 저희는요?”

그 말에 아이리스와 키팅은 잠시 서로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어요.

마치 ‘이 이야기를 해 줄까 말까’ 망설이는 것 같았어요.

조금 뒤 키팅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아이리스는 차를 한 모금 더 마시고 마침내 입을 열었어요.


“쏠, 넬!… 너희는 사실 남매란다.”

“네에?”

쏠과 넬은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로를 바라보았어요.

“지난번에 해님과 달님 이야기를 해 주셨잖아요?”

넬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어요.

“쯧쯧! 그걸 믿었던 거야? 그건 너희 이름에 얽힌 전설을 말해 준 거지.”

아이리스가 혀를 차자, 쏠이 넬의 옆구리를 쿡 찔렀어요.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

“뭐라구?”

넬이 도끼눈을 뜨고 쏠을 째려보자 카페 안은 금세 웃음바다가 됐어요.

아이리스가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고, 다시 입을 열었어요.

“쏠, 넬! 음… 어디서부터 말해 줄까?… 아, 그래! 먼저 쟌 얘기를 해야겠다. 쟌은 작년 가을에 무지개다리를 건넌 훌륭한 캡틴이었단다. 소울 가이드 역사상 최초의 여성 캡틴이었지. 그리고 바로 너희 외할머니란다.”

쏠과 넬은 놀란 눈으로 서로를 쳐다보았어요.

“쟌은 살아 있을 때, 위험에 빠진 친구들을 정말 많이 도와준 용감한 고양이였단다. 쟌이 쉼터에 왔을 때, 내가 소울 가이드 일을 제안했지. 쟌은 사랑하는 딸, 엘린이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조금 더 보고 싶어서 소울 가이드가 되기로 마음먹었단다.”

쏠과 넬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눈만 동그랗게 뜬 채 아이리스를 바라볼 뿐이었죠.


아이리스는 작게 한숨을 쉬고, 이야기를 계속했어요.

“쟌의 딸이… 바로 너희의 엄마, 엘린이란다.”

쏠과 넬은 입을 떡 벌린 채 서로를 쳐다보았어요.

“그리고 너희 엄마의 첫 번째 남편이 바로 이 옆에 있는 키팅이란다. 키팅은 어느 날 길을 건너다 차에 치일 뻔한 너희 엄마를 몸으로 밀쳐 구해내고는, 대신 목숨을 잃었지.”

쏠과 넬은 깜짝 놀라 키팅을 빤히 바라보았어요.

키팅이 엄마의 첫 번째 남편이었고, 엄마를 대신해 죽었다는 이야기는 둘에게 너무 큰 충격이었죠.

아이리스가 천천히 말을 이었어요.

“키팅도 이곳에서 소울 가이드가 되었지. 하지만 혼자 남은 너희 엄마는 한동안 무척 힘들어했단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헨리를 만나 새 가정을 꾸렸지. 그리고 너희가 태어난 거란다.”

쏠과 넬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아이리스와 키팅을 바라보았어요.

“하지만, 슬프게도 너희가 태어난 지 일주일째 되던 날, 집에 갑자기 불이 났단다. 온통 연기로 가득 찬 집 안에서, 너희 엄마와 아빠는 필사적으로 너희를 밖으로 밀어냈지만, 안타깝게도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단다. 그날은 쟌이 캡틴 임기를 마치고,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바로 전날이었어. 그런데 사랑하는 딸과 사위가 쉼터로 오자, 쟌은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단다.”

쏠과 넬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눈물을 주르륵 흘렸어요.

안타까운 눈으로 둘을 바라보던 아이리스가 깊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어요.


“겨우 정신을 차린 쟌이 나에게 말했단다. ‘저 어린 손자들을 두고는 도저히 무지개다리를 건널 수 없어요’라고… 하지만 난 쟌에게 그럴 수는 없다고 말했지. 대신, 너희를 데려와 정성껏 키우겠다고 약속했단다.”

쏠과 넬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아이리스를 바라보았어요.

눈시울이 붉어진 아이리스가 조용히 말했어요.


“다음날, 너희 가족들은 모두 무지개다리를 건넜단다. 이제 이 이야기가 왜 너희에게 중요한지 알겠니?”

쏠과 넬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서로를 마주 보았어요.

그들은 이제 자신들이 어떻게 이곳에서 살게 됐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될지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어요.

잠시 뒤 넬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키팅에게 조용히 물었어요.


“캡틴은요? 우리 엄마를 다시 만났을 때 어떤 기분이었어요?”

키팅은 말없이 천장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어요.

쏠은 넬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그런 건 왜 묻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어요.

아이리스가 키팅을 대신해 잔잔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어요.


“캡틴은… 정말 많이 슬퍼했지. 그런데 헨리가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더구나. 덕분에 키팅과 엘린은 서로를 그리워했던 마음을 마음껏 쏟아내고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었단다.”

쏠과 넬은 “캡틴…”하고 작게 속삭였지만,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어요.


이야기가 끝나자 카페 안에는 쏠과 넬의 훌쩍이는 소리와, 아이리스와 키팅의 한숨소리만 남았답니다.

길고 긴 침묵이 흘렀어요.


그러다 갑자기!

넬이 앞발로 테이블을 ‘콩’ 치며 큰소리로 외쳤어요.

“쏠! 이제부터 나를 누나라고 불러!”

쏠읏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하는 표정으로 넬을 빤히 쳐다보았어요.


넬이 능글맞은 표정으로 아이리스에게 한쪽 눈을 찡긋하고 물었어요.

“아이리스! 내가 얘보다 먼저 태어났죠? 맞죠? 내가 누나 맞죠?”

아이리스와 키팅은 어이가 없어서 “푸하하!” 웃음을 터뜨렸어요.

당황한 쏠이 아이리스에게 다급하게 물었어요.

“아이리스! 아니죠? 내가 오빠죠? 그렇죠?”

아이리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소리쳤어요.

“그건 비밀이야! 절대로 말해 주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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