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나라니까!”
“내가 먼저 눈 떴거든!”
쏠과 넬이 티격태격하고 있을 때였어요.
카페 문이 힘없이 열리고 줄리아가 들어왔죠.
늘 밝고 상냥했던 줄리아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어요.
“줄리아?”
깜짝 놀란 키팅이 달려가 줄리아를 조심스럽게 데리고 와서 자리에 앉혔어요.
줄리아의 얼굴에는 공포와 절망이 가득했어요.
아이리스가 따뜻한 차를 내왔고, 쏠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조심스럽게 줄리아의 눈물을 닦아주었죠.
줄리아는 입술을 달달 떨며 겨우 말했어요.
“끝마을… 뒤쪽 숲속에…”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어요.
아이리스가 말없이 줄리아를 안아주면서 키팅에게 눈짓했어요.
키팅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쏠과 넬도 따라 일어났죠.
카페 밖으로 나온 셋은 말 없이 달리기 시작했어요.
줄리아가 말한 숲속에 다다랐을 때, 쏠과 넬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어요. 고양이의 몸은 온데간데없고, 끔찍하게도 곳곳에 핏자국과 뜯긴 털만 널려 있었죠.
키팅은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다가 쏠과 넬에게 다가왔어요.
“얘들아. 정신 바짝 차려야 해. 그렇지 않으면 너희도 위험해질 수 있어.”
“캡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
“아마도 굶주린 들개 떼에게 당한 것 같구나. 몸에서 빠져나온 영혼이 너무 무섭고 잔인한 광경에 놀라서 그만 도망쳐 버린 거야. 줄리아는 아직 이런 상황에 익숙지 않아서 도망친 영혼을 찾지 못했을 테고… 그러니 우리가 꼭 찾아야만 해.”
“네, 캡틴!”
키팅은 오른쪽 풀숲을, 쏠과 넬은 왼쪽을 수색하기로 했어요.
출발하기 전, 키팅이 진지하게 당부했어요.
“쏠, 넬! 나는 살아 있는 동물들에게 보이지 않지만, 너희는 달라. 그러니 더더욱 조심해야 해. 이 숲에는 무시무시한 늑대와 뱀들이 아주 많이 살고 있거든. 알았지?”
“네, 캡틴!”
쏠과 넬은 사방을 경계하며 왼쪽 방향으로 조심조심 걸어갔어요.
둘의 앞에는 짧은 풀들과 크고 작은 바위들이 흩어져 있었죠. 그렇게 한참을 수색하다 보니 갑자기 낭떠러지가 나타났어요.
더는 갈 수 없었죠. 고개를 내밀어 아래를 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이쪽으로는 안 왔나 봐…”
쏠과 넬은 힘없이 한숨을 쉬었어요.
발걸음을 돌려 숲 입구 쪽으로 돌아가는 길, 둘의 어깨는 잔뜩 처져 있었답니다.
캡틴은 혹시라도 영혼을 찾게 되면, 그 영혼이 자기가 죽었던 끔찍한 장소를 다시 보면 놀라서 또 달아날 수 있으니, 숲 입구로 데려오라고 했죠.
둘이 숲 입구에 도착하니 키팅이 서 있었어요.
그리고 그의 품에는, 아직도 온몸을 벌벌 떨고 있는 작은 고양이의 영혼이 안겨 있었죠.
쏠과 넬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깊게 내쉬었어요.
그리고 셋은 조용히 쉼터로 돌아왔답니다.
키팅은 아직도 떨고 있는 영혼을 안고 2층으로 올라갔어요. 따뜻하고 부드러운 바구니침대에 조심히 눕히고, 포근한 이불을 덮어줬죠.
잠시 후, 고양이는 ‘새근새근’ 소리를 내며 잠이 들었답니다.
키팅이 1층으로 내려왔을 때, 테이블 위에는 따뜻한 차와 간식이 놓여 있었어요. 아이리스는 보이지 않았죠. 아마도 스승과 제자들이 조용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준 것 같았어요.
“무섭고 힘들었지?”
키팅이 나지막이 말했어요.
“그럴 거야. 처음이니까….”
쏠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캡틴… 우린 아무것도 못 했어요.”
“아니야. 너희는 너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어. 그게 가장 중요해. 그런 일을 해내는 건 정말 쉽지 않단다.”
넬은 말없이 고개를 푹 숙였고, 쏠은 가만히 주먹을 꽉 말아 쥐었어요.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던 키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말했어요.
“갈 데가 있다. 따라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