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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by 부지깽이


쉼터 지하 훈련장.

쏠과 넬은 앞발을 쉴 새 없이 놀리며 점프 훈련 중이었어요.

“하나, 둘, 셋!”

“하나, 둘, 으악!”

쏠이 멋지게 착지하자, 뒤에 있던 넬이 쏠의 엉덩이를 살짝 밀었어요.

그 바람에 쏠이 중심을 잃고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죠.

“넬! 장난치지 마!”

“헤헤, 네가 나보다 빠를진 몰라도 착지는 내가 더 잘하거든?”

키팅은 그런 둘을 슬쩍 보고, 조용히 숨을 고르며 자세를 가다듬었죠.


바로 그때였어요!

“띵동댕~”

작고 부드러운 종소리가 훈련장에 울렸어요.

“아이리스다!”

셋은 동시에 동작을 멈추고, 쏜살같이 1층으로 뛰어 올라갔어요.


카페에는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들고 있었어요.

아이리스는 ‘메아리 거울’ 앞에 서서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죠.

셋이 다가가자 아이리스가 입을 열었어요.


“방금 전에 한 소울 가이드가 영혼을 놓쳤단다.”

“정말요?”

“응. 아주 젊고 멋진 터키시 앙고라야. 이름은 클로버. 행운의 상징이지.”

아이리스가 메아리 거울을 부드럽게 쓰다듬었어요.

그러자 거울 속에 서서히 빛이 퍼지더니, 하얀 털이 눈부신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어요.

그녀는 마치 잡지 속 모델처럼 백화점 앞을 사뿐사뿐 걷고 있었죠.


“와! 예쁘다…” 넬이 작게 속삭였어요.

“클로버는 늘 사랑받았어. 카페 골목에서, 백화점 거리에서, 바닷가 펜션에서도….”

아이리스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어딘지 모를 슬픔이 배어 있었어요.

“수컷 고양이들에게 사랑 고백을 많이 받았고, 몇 번 결혼도 했단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계속 헤어졌단다.”


장면이 바뀌었어요.

고급 펜션의 창가, 혼자 앉아 먼 바다를 바라보는 클로버.

그녀의 눈은 맑고 투명했지만, 어딘가 텅 비어 슬퍼 보였어요.

그리고 마지막.

그녀가 힘없이 걷다가 벽에 부딪히는 모습이 나왔어요.


“작년에 치매가 시작되었지. 하지만 겉모습만 보면 아무도 믿지 않았을 거야. 누구보다도 우아하고 아름다웠거든.”

쏠과 넬은 숨을 죽인 채 거울 속 클로버를 바라보았어요.

키팅이 조용히 입을 열었어요.

“영혼이 사라졌다는 건, 클로버의 소중한 기억들이 아직 어딘가에 붙잡혀 있다는 뜻이야.”

아이리스가 마지막으로 말했어요.

“쏠, 넬! 이건 단순한 수색이 아니야. 그녀를 찾기 위해선… 그녀가 잃어버린 기억 속으로 직접 들어가야 한단다.”


쏠과 넬은 마음을 굳게 먹고 키팅의 뒤를 따라 나섰어요.

“이쪽 골목 기억나지?”

키팅이 말하자 쏠과 넬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거울 속에서 봤던, 클로버가 우아하게 걷던 바로 그 장소였어요.

그날부터 셋은 쉴 새 없이 도시를 헤매기 시작했어요.

백화점 거리, 카페 골목, 해안가 펜션, 공원, 병원, 심지어 미용실까지!

클로버가 지나갔을 법한 곳이라면 어디든 다 뒤졌어요.


“이쪽엔 아무 흔적도 없어…”

넬이 코끝을 씰룩이며 중얼거렸고, 쏠은 한숨을 푹 내쉬었어요.

키팅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눈빛은 점점 더 깊어지는 듯했어요.

밤낮없이 수색이 이어졌고,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 어느덧 6일째 밤이 되었어요. 그들은 발걸음을 돌려야 했죠.


쉼터 1층 카페.

셋은 털썩! 하고 테이블 앞 의자에 쓰러지듯 앉았어요.

잠시 후, 아이리스가 따뜻한 참치죽과 간식을 들고 나타났어요.

“많이 힘들었지?”

하루 종일 굶어 배가 고팠던 쏠과 넬은 참치죽을 허겁지겁 먹었어요.

키팅은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보던 아이리스가 조용히 고개를 저었어요.

잠시 후 눈을 뜬 키팅이 아이리스를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이번이… 우리 셋의 첫 실패가 될지도 모르겠어요.”

그 말에 쏠은 숟가락을 내려놓았고, 넬도 씹던 간식을 삼키지 못한 채 고개를 푹 숙였어요.

카페 안엔 지친 숨소리와 조용한 탄식만 맴돌았어요.


그 순간 갑자기…

‘쿵!’

아이리스가 테이블을 힘껏 내리쳤어요!

쏠과 넬이 깜짝 놀라서 고개를 번쩍 들었어요.

아이리스의 눈이 반짝였죠.


“안 되겠다. 최후의 수단을 써야겠다.”

아이리스는 키팅을 향해 단호하게 외쳤어요.

“캡틴! 소울 가이드들 집합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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