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 고양이는 아기가 없는 젊은 부부와 함께 살았어요.
부부는 샴을 아기처럼 키우며 속삭였죠.
“넌 소중해.”
“넌 우리 가족이야.”
부부는 샴을 깊이 사랑했어요.
샴은 부부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따뜻한 손길, 포근한 무릎 위에서 자랐죠.
샴의 털은 윤기가 흘렀고, 반짝이는 파란 눈은 별처럼 빛났어요. 살짝 위로 올라간 눈매가 샴을 더욱 특별하게 보이게 했지요.
샴의 하루하루는 따뜻하고, 배부르고, 행복했어요.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이 변했어요.
낮잠을 자는 동안, 샴의 세상이 바뀌었어요.
깨어났을 때는 해가 지고 있었고, 집 안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어요.
그리고 샴은— 혼자였어요.
현관문은 꽉 닫혀 있었고, 베란다 창문만 반쯤 열려 있었어요. 그리고 밥그릇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료가 담겨 있었어요.
무언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샴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어요.
“여행을 갔을 거야. 꼭 다시 돌아올 거야.”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다시 또 하루가 지났지만 부부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샴은 배가 고팠지만 밖으로 나갈 수 없었어요. 샴에게 바깥은 한 번도 나가 본 적 없는 두려운 세상이었으니까요.
시간이 흐를수록 샴은 점점 더 불안해졌어요.
부부가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고, 반짝이던 파란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죠.
그리고 결국 쓰러지고 말았어요.
* * *
쏠과 넬은 카페 구석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어요.
그때— “딸랑딸랑”, “부르르~”
둘의 목에 걸린 방울이 울리고 떨렸어요
깜짝 놀라 잠에서 깬 둘은 소리를 따라 달려갔어요.
어느 적막한 집에 도착했을 때, 반쯤 열린 창문이 보였어요.
“이건 쉬워.”
“뛰어넘자!”
쏠과 넬이 폴짝 뛰어서 거실로 들어갔을 때, 샴 고양이 한 마리가 마지막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어요.
“나는… 버려진 게 아냐… 우리 가족은… 꼭 돌아올 거야….”
바로 그때, 어디선가 나타난 늙은 길고양이가 나직이 말했어요.
“그들은 돌아오지 않을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넬이 물었어요.
길고양이가 안타까운 눈빛으로 샴을 보며 말을 이었어요.
“이 집 부부는 며칠 전부터 몰래 짐을 쌌어. 우편함엔 빚 독촉장이 잔뜩 쌓여 있고. 그들은… 떠난 거야.”
샴의 눈이 힘없이 떨렸어요.
마지막 숨결이 천천히 잦아들고, 잠시 후 푸르스름한 영혼이 떠올랐어요. 쏠과 넬은 샴의 영혼을 조심스레 쉼터로 데려갔어요.
둘은 샴의 이야기를 아이리스에게 전했어요.
샴의 영혼은 깊은 슬픔에 잠겨 있었어요.
아이리스는 샴을 조용히 거울 앞으로 데려갔어요.
“이건 메아리 거울이란다.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울림, 그러니까… 살아 있을 때 기억의 조각들을 비춰주지. 영혼이 떠난 자리엔 언제나 메아리가 남거든.”
아이리스는 손끝으로 거울 표면을 살며시 쓸었어요.
흐릿했던 거울이 서서히 밝아지면서 무언가를 비추기 시작했어요. 그 속엔 부부가 경찰서에 앉아 있었어요.
아이리스가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어요.
“부부는 아기를 가지려 여러 번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단다. 한 번은 겨우 성공했는데 아깝게 유산됐고. 마지막으로 시험관 시술을 시도했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았지. 그런데 그 와중에 가게가 망했고, 시험관 시술은 해 보지도 못한 채 빚더미에 앉아 힘들어하다가… 결국 도망친 거란다.”
거울 속에서 부부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어요.
아이리스가 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어요
“너를 데리고 가고 싶었지만 남은 게 아무것도 없어서 못 데려간 모양이더라. 네가 밖으로 나가서 돌아다니다가 누군가 좋은 사람을 만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창문을 열어둔 거야.”
아이리스의 말이 끝나자 거울이 천천히 흐려졌어요.
샴의 떨리던 눈빛이 서서히 가라앉았어요.
샴은 말없이 넬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어요.
그날 저녁, 쏠이 조용히 입을 열었어요.
“샴 정말 예쁘더라….”
넬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마음속엔 슬픔이 가득했지… 가족에게 버림받으면 얼마나 아플까?”
그때 아이리스가 한숨을 쉬며 말했어요.
“사람들은 반려묘를 귀여울 땐 가족처럼 사랑하지만, 살기 힘들어지면 가축처럼 여겨 버리기도 한단다. 고난이 닥쳤을 때 가장 먼저 등을 돌리는 것도… 결국 가족일 때가 많지.”
카페 안이 잠시 조용해졌어요.
어색한 침묵을 못 참고 넬이 입을 열었어요.
“아이리스! 그런데 저 거울은 어떻게 그런 걸 보여줘요?”
“맞아요! 정말 신기해요!”
쏠이 맞장구를 쳤어요.
“마치 백설공주에 나오는 마녀의 거울 같아요!”
넬이 짓궂은 표정으로 물었어요.
“그래서 말인데요, 혹시 아이리스는… 마녀는 아니죠?”
“뭐라고? 이 장난꾸러기 녀석!”
아이리스가 넬의 이마를 '콩' 쥐어박았어요.
모두 유쾌하게 웃었지만—
카페 안엔 아직도 희미한 냉기가 감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