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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고마워! 내 마음에 파도쳐 줘서

by 부지깽이


길고양이들 중에 꼬맹이라고 불리는 작은 고양이가 있었어요.

몸집이 작고 조용해서 눈에 잘 띄지 않았죠.


하지만 꼬맹이의 눈은 항상 한 고양이만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건 바로 파랑이였어요.


파랑이는 정말 아름다웠어요.

빛나는 은빛 털에, 깊고 푸른 눈동자는 마치 잔잔한 바다처럼 반짝였죠.

그녀는 다정한 성격이었지만, 마음을 쉽게 내주진 않았어요.

도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선택하면 다른 고양이들이 상처받을까 두려워서였죠.


많은 수코양이들이 파랑이에게 다가갔지만 몇 번 거절당하면 금세 포기했어요.

그녀를 진심으로 이해하려 한 고양이는 없었어요—꼬맹이를 빼고는요.


꼬맹이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어요.

빛나는 조약돌, 알록달록한 실타래, 예쁜 나뭇잎들을 가져다주며 마음을 전했죠.

파랑이가 다치면 곁에 앉아 상처를 핥아주고, 추울 땐 몸을 덮어주며 지켜줬어요.


조금씩 파랑이의 마음도 열리기 시작했어요.

어느 날 저녁, 파랑이가 조용히 속삭였어요.


“꼬맹아… 오늘 밤 공원에서 볼래?”


꼬맹이의 눈이 반짝였어요.

설레는 마음으로 몇 시간이나 일찍 도착해 가로등 아래에서 기다렸어요.


나뭇잎이 바람에 살랑거렸어요.

멀리서 파랑이가 조심스럽게 도로를 건너고 있었어요.

꼬맹이의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죠.


그런데 갑자기— 빨간 스포츠카 한 대가 파랑이를 향해 돌진했어요!


“안 돼!”

꼬맹이가 비명을 질렀어요.

그리고— 망설임 없이 펄쩍 뛰어올라 운전자의 얼굴을 할퀴었어요.


놀란 운전자가 핸들을 급히 꺾었고, 꼬맹이는 공중으로 튕겨 날아갔어요.

꼬맹이는 반대편에서 달려오던 트럭의 앞 유리에 부딪힌 후 파랑이의 발 아래 떨어졌어요.


“꼬맹아! 제발… 눈 좀 떠봐…”


파랑이는 울먹였어요.

그때 쏠과 넬이 도착했어요.

넬이 재빨리 파랑이를 도로 밖으로 이끌었고, 쏠도 부서진 꼬맹이의 몸을 조심스럽게 안아 옮겼어요.


잠시 후, 꼬맹이의 몸에서 푸르스름한 영혼이 살며시 떠올랐어요.

쏠과 넬이 꼬맹이의 영혼을 쉼터로 데려가려 할 때, 꼬맹이가 쏠에게 부탁했어요.


“파랑이에게 전해줘… 내 마음에 파도쳐 줘서 고마웠다고….


쏠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려 외쳤어요.

“파랑아! 꼬맹이가 전해달래… 자기 마음에 파도쳐 줘서 고마웠대!”


도로변에 홀로 남겨진 파랑이는 눈물을 닦으며 힘차게 외쳤어요.

“꼬맹아! 고마워! 우리 다음 생에 꼭 다시 만나자!”



그날 밤, 쏠과 넬은 카페 테이블에 나란히 앉았어요.


“꼬맹이는 괜찮을까?”

넬이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응. 방금 보고 왔어. 조용히 울다가 스르르 잠들었어.”

쏠이 대답했어요.


“나는 파랑이가 더 걱정돼.”

넬이 한숨을 쉬었어요.

“파랑이도 괜찮을 거야. 언젠간 새로운 친구를 만나게 될 거야.”


바로 그때, 아이리스가 그릇 두 개를 들고 왔어요.

그릇 안엔 늘 먹던 사료 대신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고등어가 한 마리씩 담겨 있었어요.


“고등어다!”

녀석들은 환호성을 지른 후, 순식간에 뼈만 남기고 다 먹어 치웠어요.

아이리스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봤어요.


배가 빵빵해진 둘은 장난스런 눈빛을 주고받더니 지하로 달려갔어요.

오늘은 아직 얼음방에서 놀지 못했거든요!


"쯧쯧쯧~ 얼마나 놀고 싶었으면…."

아이리스는 고개를 저으며 살짝 웃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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