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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첫번째 임무

by 부지깽이


소울 가이드들은 쉼터에 도착하면 영혼을 2층으로 안내했어요.

2층 바닥은 늘 뜨끈뜨끈했고, 벽을 따라 포근한 바구니 침대가 놓여 있었어요.


고양이의 영혼은 다음날 베란다에 무지개가 뜰 때까지 푹 쉬었답니다.

이곳은 추위를 싫어하는 고양이들을 위해 그래마 아이리스가 마련한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찜질방’이었어요.


1층엔 아이리스가 작은 카페를 운영했어요.

맛있는 간식과 츄르, 따뜻한 차, 그리고 기분 좋은 음악이 흐르는 넓은 휴게실까지! 모든 게 공짜였답니다.

가끔 새로 온 영혼들이 너무 많이 먹어서 다음 날 무지개 다리를 건너기 힘들어하는 일도 있었어요.

지하엔 소울 가이드들의 숙소가 있었어요.

그들은 매일매일 훈련해야 했어요.

왜냐하면 이 일이 결코 쉽지 않았거든요.


고양이들은 누군가의 반려묘로 행복하게 살다가 죽기도 했지만, 길에서 살다가 병에 걸려 죽거나, 차에 치여 죽거나, 잔인한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하거나, 늑대나 독수리들에게 습격당해 죽기도 했어요.


그리고 그렇게 참혹하게 죽은 고양이의 영혼들은 자신의 죽은 몸을 보고 놀라서 도망치기도 했어요.

그러면 소울 가이드들이 찾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고양이들에게 마지막 순간이 오면, 소울 가이드들은 얼른 달려가 영혼들을 무사히 쉼터로 데려와야 했어요.


만약 게으름을 피우거나 실수를 하면 벌칙을 받았어요.

벌칙은 바로 얼음방! 바닥은 얼음처럼 차갑고, 벽도 온통 얼음이라 냉기만 가득한 방이었죠. 추운 걸 싫어하는 고양이들에게는 작은 지옥 같은 곳이었어요.

짧으면 5분, 길면 10분 동안 갇혀 있어야 했어요.


그런데 이곳엔 소울 가이드도 아니면서, 아주 특별한 고양이 두 마리가 살고 있었어요.

바로 쏠과 넬이었죠.

둘은 원래 이곳에 있으면 안 되는 고양이들이었어요.

눈 내리는 어느 겨울밤, 바람을 쐬러 이 세상에 내려온 아이리스가 골목에서 덜덜 떨며 죽어가는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발견해 데려왔고, 그날부터 이곳에서 살게 되었죠.

검은 고양이 쏠은 수컷이었어요. 성격이 차분하고 신중한 츤데레였죠.

흰색 암고양이 넬은 밝고 쾌활한 수다쟁이였어요.

녀석들은 항상 붙어 다니며 장난을 쳤어요.


그날도 둘은 얼음방에 서로를 가두며 장난을 치고 있었어요.

그때 소울 가이드들의 캡틴이 나타났어요.

“아이고! 문이 또 헐거워졌잖아!”

캡틴은 화난 척 말했어요.

쏠과 넬은 오히려 더 깔깔댔어요.


캡틴은 한숨을 푹 쉬더니, 녀석들의 뒷목을 잡아 번쩍 들었어요.

발이 공중에 둥둥 떴지만, 녀석들은 오히려 더 신나서 킥킥댔죠.

녀석들은 캡틴이 진짜 화난 게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거든요.

캡틴이 못 말리겠다는 듯 웃으며 녀석들을 내려놓고 말했어요.


“아이리스가 부르신다. 어서 카페로 올라가 봐.”

녀석들의 눈이 동그래졌어요.

“아이리스가?”

“간식을 주려나 봐!”

둘은 잽싸게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어요.


1층에 도착하니 아이리스가 눈을 감고 앉아 있었어요.

테이블 위엔 간식은커녕 아무것도 없었죠.

둘은 살금살금 다가가 그녀 앞에 앉았어요.

잠시 후, 눈을 뜬 아이리스가 드디어 입을 열었어요.


“쏠! 넬!… 너희도 이제부터 밥값을 해야겠구나.”

갑작스러운 말에 쏠과 넬의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밥값이요? 저희가요?… 무슨 일인데요?”

그녀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설명하기 시작했어요.


“소울 가이드 치프가 실종되었단다. 3일 전 임무를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어. 그가 데려오려던 고양이의 영혼도 함께 사라졌지.”

쏠이 깜짝 놀라 말했어요.

“그 간식 잘 나눠주던 치프님이요?”

“그래.”

그녀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무슨 일이 있었는진 아직 몰라. 이런 일은 처음이란다. 가이드들이 수색에 나섰지만 아직 찾지 못했어.”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무거워졌어요.


“영혼이 이곳에 도착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너희도 알고 있지?”

“네…”

넬이 조용히 대답했어요.

“소울가이드 언니 오빠들이 가르쳐 줬어요. 영혼을 찾지 못하면 그 영혼은 이 세상을 끝없이 떠돈다고요.”

그녀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어요.

“맞아. 하지만 떠도는 것도 영원하지 않아. 시간이 너무 지나면 완전히 흩어져 버려. 그렇게 되면… 무지개 다리를 영원히 건널 수 없게 되지.”


둘은 몸을 살짝 떨었어요.

그녀가 부드럽게 말을 이었어요.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는 캡틴만 알아. 그래서 캡틴이 혼자 수색을 나가기도 하지. 캡틴이 며칠씩 자리를 비우는 걸 본 적 있지?”

“네. 돌아오셨을 땐 항상 많이 지쳐 보이셨어요….”

넬은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그녀는 조용히 미소 지었어요.

“이제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지? 임무 중엔 절대 장난치면 안 된다. 할 수 있겠니?”

둘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어요.

그리고 동시에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어요.

“네. 열심히 할게요!”

아이리스는 작은 주머니를 열고, 그 안에서 조그만 방울이 달린 목걸이 두 개를 꺼냈어요.

“이 방울들은 아주 특별하단다.”

그녀가 설명했어요.

“쏠! 네 방울은 고양이가 마지막 숨을 내쉴 때 울릴 거야. 넬! 네 방울은 미세하게 진동하면서 영혼이 있는 곳을 가리킬 거란다.”

쏠의 방울은 ‘딸랑딸랑’ 울리고, 넬의 방울은 ‘부르르~’ 떨렸어요.

“방울에서 소리가 나거나 진동을 느끼면, 그 신호를 따라가렴. 고양이를 찾아 영혼을 다독여서 이곳으로 데려오면 돼.”

“혹시 길을 잃으면…”

아이리스가 덧붙였어요.

“넬! 네 방울을 톡톡 두드리면 집으로 오는 길을 알려줄 거야.”

둘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어요.

새로운 임무가 주는 무게가 둘의 마음에 느껴졌어요.


그때 넬이 장난스럽게 물었어요.

“혹시 잘 하면… 간식 주나요?”

쏠이 넬의 옆구리를 콕 찔렀어요.

“간식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 바보야!”

아이리스가 웃음을 터뜨렸어요.

“간식? 그럼~ 물론이지. 가끔은, 영혼들만 먹을 수 있는 특식도 줄게.”

특식이란 말에 녀석들의 눈이 반짝이고 입안엔 저절로 침이 고였지요.


바로 그때—

“딸랑딸랑~”

“부르르~”

그녀가 쏠과 넬의 목에 걸어준 방울이 울리고 떨렸어요!


둘은 잠시 서로의 눈을 바라보더니, 아이리스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고 카페 밖으로 달려 나갔어요.

녀석들의 꼬리가 문 너머로 사라지자, 아이리스가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말했어요.

“잘 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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