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6. 킬러 컴퍼니

1972년 4월 ‧ 베트남 닌호아 백마부대

by 부지깽이

“백마!”

장춘동은 막사의 천막을 젖히며 우렁차게 경례한 뒤 절도 있게 섰다. 책상 위에는 작전 지도와 무전기, 손때 묻은 수첩이 놓여 있었다.


“됐어. 거기 앉아.”

책상에 고개를 박은 채 볼펜을 굴리던 장기동 중위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말투는 퉁명했지만, 태도엔 익숙한 신뢰가 묻어났다.


“아닙니다. 서 있겠습니다.”

“으이구··· 알았어. 좀 기다려. 다 끝나가.”


잠시 후 장 중위는 의자를 밀고 일어나며 턱으로 의자 너머를 가리켰고, 장춘동은 그제야 절도 있게 맞은편에 앉았다.

소총은 무릎 옆에 세웠다.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흘러 내렸지만 미동도 없었다.


“우리끼리 있을 땐 편하게 해.”

장 중위가 말했다. 말끝에 피로가 섞여 있었지만, 눈빛엔 묘한 여유가 있었다.

“여긴··· 군대입니다.”

“됐어, 이 자식아! 집안 막내동생뻘인데···”

짧은 숨을 내쉰 장춘동이 고개를 끄덕였다.

굳게 다물렸던 입술이 살짝 풀렸다.


“···네. 알겠습니다.”

“그래. 나도 숨 좀 돌리자. 근데 밖에서 무슨 일 있었냐? 시끄럽던데···”

“겁쟁이가 좀 거슬려서요.”

“겁쟁이? 누구?”

“박 병장 말입니다. 대학물 좀 먹었다고 잘난 체만 하고, 작전 때마다 사사건건 방해만 합니다.”


장 중위의 눈썹이 살짝 꿈틀했다.

“박 병장이 잘난 척을? 그건 처음 듣는 소린데? 작전을 방해해? 내가 모르는 작전도 있나?”

장 중위의 말이 끝나자마자 장춘동의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순식간에 어깨가 굳고, 표정이 얼어붙었다.

“···별 거 아닙니다. 마을에 가면 늘 하는 일들 있지 않습니까. 베트콩 은신처 수색 같은 것 말입니다.”


장 중위는 말없이 장춘동을 바라봤다. 턱을 괴고 있던 손가락이 천천히 접혔다. 잠시 뜸을 들인 후,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흘렀다.

“동생! 아직도 민간인 함부로 죽이고 다니냐?”

단호한 말투였다.

“형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베트콩 놈들은 씨를 말려야죠.”

“베트콩은 쏴도 민간인은 쏘지 말라는 거다. 너무 나대다가 총 맞는 수가 있어.”


장춘동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깟 총알, 하나도 안 무섭습니다. 형님도 어깨에 총 맞고 후송됐다 복귀하셨잖아요.”

“야, 이놈아. 나는 전투 중에 맞은 거고, 너는 쓸데없는 짓 하다 맞지 말라고! 살아서 돌아가야 할 거 아냐?”

장 중위가 혀를 끌끌 찼다.

“니가 킬러 컴퍼니였다는 건 알지만, 자제 좀 해. 박 병장도 괴롭히지 말고. 어쨌든 전우고, 동포 아니냐.”

“전우는 개~”

장춘동은 말을 내뱉다가 입을 틀어막았다.

“···네. 알겠습니다. 문제 생기지 않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귀 모으는 것도 적당히 좀 해라. 진급도 좋지만 민간인 귀 잘라서 갖고 오는 거 누가 모를 줄 알아? 베트콩 시체 앞에서 돌아가며 사진 찍어서 전공 올렸던 것처럼 귀 잘라 오는 것도 금지된 지가 언젠데··· 뭐든 과하면 탈 난다. 나가 봐.”

“넵! 알겠습니다! 백마!”


장춘동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철모를 쓰고 소총을 멘 후 힘차게 거수경례를 했다.

막사에서 나오자마자, 그의 얼굴이 흉포하게 일그러졌다.

“빠큐, 이 개자식! 두고 보자. 내가 널 가만둘 줄 알아? 난 킬러 컴퍼니야, 킬러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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