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원 Jul 14. 2022

라이더 없이 카메라와 레이더만으로도 자율주행이 가능한가

테슬라가 자율 주행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숨은 배경에 대해

어느덧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의 수단이 아니라 전기 장치가 되어 가고 있다. 사람이 하던 운전도 각종 센서와 AI를 기반으로 한 자율 주행이 대체하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다.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과 크루즈 델파이 같은 대형 부품 업체들이 앞 다투어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그중 가장 큰 화두는 카메라와 초음파 레이더만으로 자율 주행이 가능하냐는 질문이다. 다른 모든 메이커들이 3단계 이상의 자율 주행을 구현하려면 라이더라는 레이저를 이용한 장거리 진단 센서가 필요하다고 보는 반면, 테슬라를 이끄는 엘런 머스크는 라이더 없이도 5단계에 준하는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선언하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엘런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간단하다. 결국 자율 주행도 사람이 하는 운전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고 사람은 라이더 같은 센서 없이도 충분히 잘해 내고 있으니 자동차도 궁극적으로는 가능하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과연 그럴까?



AI가 개입하면 사고 확율은 확실히 줄어 든다.


차량 개발하면서 자동차 운전성 튜닝을 하게 되었을 때, 우리 팀에 계셨던 테스트 드라이버 명장이셨던 고성훈 기장님으로부터 운전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그분 말씀이, 고속도로를 달리면 자기 앞 10대, 자기 뒤로 5대 정도는 늘 시야에 두고 운전 경향을 살펴봐서 예측하지 못한 끼어들기나 사고의 위험성을 미리 주의해야 한다고 하셨다. 또 브레이크를 밟을 때면 실제로 뒤차에게는 내 차가 다가가는 것과 마찬가지이니 백미러를 보고 뒤 차의 제어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으면 오히려 브레이크를 풀어서 뒤차와의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고 하시면서 교육 내내 앞을 주시하는 동시에 시선을 고르게 두고 있는지 점검해 주셨던 기억이 난다.


명장 드라이버 같은 마음으로 운전하는 운전자는 사실 거의 없을 거다. 사람의 두 눈으로 보는 범위는 정해져 있고, 운전의 숙련도도 제각각이니, 분명 여러 개의 카메라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기장님 이상의 이성적인 상황 판단을 사람 대신해주는 인공 지능이 있다면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훨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사고가 아예 나면 안되다는 무한 책임론이다. 


하지만 운전자가 아예 운전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자율 주행 5단계에서는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훨씬 줄어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인명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차를 만들어서 판매한 자동차 회사가 무한 책임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사고율 제로를 목표로 해야 한다. 그러면 자율 주행의 안전에 대한 목표는 숙련된 운전자 그 이상이 되어야 한다.



카메라는 라이더에 비해 싸고 설치가 용이하지만, 안개가 끼거나 어두운 밤에는 제한적이고, 거리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영상을 분석해서 산출해야 한다. 그리고 블랙박스 사고 영상에서 단골로 나오는 것처럼 큰 차 옆 그늘에 숨어 있다 직진하는 차를 보지 못해 발생하는 교차로 사고처럼 빛의 명암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안 보이는 건 안 보이는 거다. - 한문철 TV 유튜브 캡처


사람의 눈만큼 빠르게 초점을 잡고 노출을 제어하는 카메라가 개발되면 눈이 하는 일을 대체할 수 있겠지만 대신 눈을 통해 사람이 하는 실수도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사람이 하는 실수는 운전자 책임이니 물건을 파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차가 하는 실수는 회사가 책임져야 하고 목숨은 값을 따질 수가 없다.


물론 기술은 발달할 것이고 카메라 기능뿐 아니라 정밀 지도를 통해 거리 측정을 보완하고, V2V 통신을 통해서 차량 간 간격을 인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카메라를 여러 각도에서 여러 밝기로 촬영해서 비교 분석하면 눈만으로 판단한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겠지만, 이게 과연 라이더보다 더 저렴하고 간단할까?



테슬라는 기존의 자동차 회사와는 다른 기준을 가지고 앞서 가고 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LIDAR IS DOOMED라고 외친 엘런 머스크와 다른 자동차 회사의 차이는 기술력이 아니라 목표하고 있는 사고율의 기준인 듯하다.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고율이 대략 1% 정도인 사람 대신 사고율 0.05% 정도는 라이더 없이도 만들 수 있기에 자신 있게 선언하는 테슬라에 비해 다른 회사들은 그보다 훨씬 높은 내부 목표(예를 들어 0.01%) 때문에 프런티어의 위치에 나서기를 주저하고 있는 듯하다..


해가 갈수록 크기가 작아지고 저렴해지는 라이더 장비 자체의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테슬라가 굳이 라이더를 넣지 않겠다고 고집할 필요가 없는 시기가 곧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테슬라는 이미 본인들이 선도하고 있는 시장에서 언급하지 않은 0.05%를 메우기 위해 주저 없이 라이더를 선택할 것이다. 그것도 기존의 카메라 기반으로 출시한 차량들로부터 받은 무수한 빅데이트를 기반으로 학습한 인공지능은 기본으로 삼고 말이다. 마치 이세돌과 맞붙은 1세대 알파고와 자기들끼리 학습한 후 훨씬 더 막강했던 커제와 상대한 2세대 알파고 정도 차이가 나지 않을까? 이래 저래 자율 주행에 관한 이슈와 시장을 테슬라가 이끌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제 4 장 새로운 기술들이 차를 더 편하게 만든다.

    4-1 더 작지만 더 힘센 터보 엔진 이야기

    4-2 스포츠 모드와 에코 모드를 설정하면 차는 어떻게 달라지나?

    4-3 운전이 서투른 초보도 기사님들처럼 주행하게 해 주는 기술은 없나?

    4-4 위기의 순간 충돌을 막아 주는 ABS 이야기

    4-5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우리 삶의 변화들

    4-6 자율 주행의 딜레마 - 운전자 보행자 누구를 지킬 것인가?

    생각할 거리 : 라이더 없이 카메라와 레이더만으로도 자율주행이 가능한가


이전 07화 자율주행의 딜레마 - 운전자 보행자 누구를 지킬 것인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