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해안 철도 타고 요세미티 국립공원 거쳐 시애틀까지
시애틀 가는 동안 자연 풍광을 좀 즐겨 보려고 들른 전망칸 안에서 우연히 만난 태국 출랑콘대학 건축학과 졸업반 소녀들 4명과 대화를 한동안 나눴다.
1층 짐칸에 있는 브롬톤이 그대로 있는지? 체크할 때를 지나치고 아차 싶어 가 보니 아뿔싸 '쾌걸 조로'와 배낭이 깜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자세한 전후사정은 이러했다. 순간 정신이 혼미하고 아찔하다 못해 눈물이 날 정도였다. 역무원(Conductor)을 찾았으나 열차 앞 칸부터 맨 뒤 칸까지 두 번을 왕복했지만 보이지를 않는다.
기차 탑승 시 비상 상황일 때, 급정거시키는 레버가 있다는 사실을 영화에서 본 듯해서 사방을 두리번거려 보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남은 일정을 모두 취소해야 할지? 아니면 되찾을 때까지 연기해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해지면서 식은땀이 흐른다. 그때, 여기는 2층이니 1층 짐칸, 노약자석, 화장실 그리고 카페에 승무원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는 사전에 짐으로 붙어야 돼!
우당탕 1층 계단을 내려갔다. 각 열차 칸 1층은 연결되어 있지 않아 2층으로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몇 칸을 뒤지다가 뚱뚱보 승무원을 만났다.
“내 브롬톤과 배낭이 사라졌다!”라고 다짜고짜 소리치자,
“접혀있는 이상한 바퀴들이 네 거냐?”
“맞다”
“타고 내리는 승객 짐들을 꺼내고 넣는데 네 짐들이 많이 방해가 되어서 짐 창고로 옮겨 놓았다! 왜 자전거로 사전 신고하고 붙이는 짐으로 신고하지 않았느냐? 비용은 냈느냐? “ 정말 무진장 잔소리 들었다.
"이 자전거는 접이식이라서 일반 짐으로 봐야 한다."라고 여러 차례 설명하고 나서야 겨우 그녀의 레이다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이 같은 상황을 맞을지 아득하다. 특히 남미에서... 그러나 나는 쾌걸조로를 도둑맞지 않고 되찾은 것은 물론 일정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어서 너무나도 기뻤다.
그다음부터는 브롬톤과 배낭을 절대로 1층 짐칸에는 놓지 않고 승하차 시마다 좁은 2층 계단으로 올리고 내리고를 반복했다. 가뜩이나 안 좋은 무릎에 악영향을 주겠지만 그때는 그런 생각을 할 여유? 조차 없었다.
다른 승객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항상 맨 처음 타고 맨 마지막에 내렸다. 시카고에서 연결 기차 시간이 5분밖에 남지 않았을 때만 제외하고는!
2022년 9월 29일 알래스카 휘티어(Whittier) 가는 바다위에서
#나홀로 #브롬톤여행 #대륙간열차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 #역병시대 #해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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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발 : 이제야 여행 계획(‘21년 12월), 사전준비와 답사(’ 22년 2월-4월)부터 실행(‘22년 9월 14일-11월 14일)까지 ‘기록&보관한 ‘ 글과 사진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봅니다
*뱀발 2 : 둘째 주 동선 0921-0928, 그리고 그 이전
서울_공항버스> 인천공항_비행기> LA_Amtrak1> Sanfrancisco(Emeryville)_Amtrak2> Merced_Express bus> Yosemite_Ecpress bus> Merced_Amtrak3> emeryville_Amtrak4(23 hrs)>Seattle_Amtrak bus5> Bellingham Port_M/V Kennicott> ketchikan(37 hrs). Juneau(19 hrs). Whittier(36 h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