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열차여행, '정(情)' 담고 달린다!

미국 암트랙 No. 6 서동부 횡단철도 타고, 새크라멘토에서 마이애미까지

by 관계학 서설 II

시간차와 연착을 활용한 나만의 음식 향연

이제 중부를 지나 동부로 향한다. 밀밭인지?? 무슨 농사인지는 모르지만, 집집마다 곡식 저장 창고인 사일로를, 규모만 다를 뿐 죄다 갖추고 있는 대규모 영농 단지들을 마주한다. 아주 한적한 시골 마을조차도 농지의 규모가 서해안 간척지대만 하다.


미쿡 대륙간 철도여행의 두 번째 덴버> 시카고 구간 1,181 miles/1,901 kms이다. 여행을 시작하고는 거의 매일 크고 작은 happening 연속이었고 그다음 주부터도 하루 걸러 하루씩 예상하지 않은 일정 차질이 생겼다. 덴버역 출발시간이 1시간 연기되더니 30분 더, 또 30분, 나중엔 15분 정도 더 걸린다고 한다. 불안한 마음에 그동안 궁금한 사항도 물어볼 겸, 예정 출발시간 보다 2시간이나 일찍 온 데다 깜박 시간대 변경까지 잊어 결과적으로는 1시간을 더한 3시간의 원하지 않은 긴 여유 시간을 기차역에서 갖게 되었다. 여기에 2시간 delay! 해외여행에서 시간은 금金인데... 아침 일찍 서둘러 모든 일정을 좀 일찍 끝낸 것이 이렇게 아까울 수가 없다. 하나를 잃으면 다른 하나를 얻는다고 했던가? 기차역 인근 퓨전 중국집에서 대여섯 가지의 음식과 요리를 양껏, 실컷 즐겼다. 도시 내 동선과 일정상, 기차를 탑승하지 않고는 즐길 수 없는 오랜만에 맛보는 여유로운 식사시간이었다. 그동안 몸과 마음고생한 '나'를 한껏 토닥거려 준 셈이다.

중국집 벽면에 걸려있던 액자 그림을 계절감으로 음미했다.

늦게 출발한 기차는 결국 예정보다 1시간 반 정도 시카고에 늦게 도착했다. 1박 2일, 30시간 동안 대륙을 가로질러, 오래전 중국 연변> 선양 구간 열차 탑승 시간 기록을 갈아치웠다. 다행스러웠던 일은 그리 지루하거나 큰 불편은 없었다는 사실이다. 전 열차 '만석'이라고 승무원이 쉼 없이 자리이동을 엄격히 관리했다. LA에서 시애틀까지 가는 서부 해안을 달리는 열차를 탈 때는 처음인지라 여유를 가질 수 없었는데 이번 대륙 횡단 열차는 알래스카, 캐나다 로키 마운티어까지 탑승한 후인지라 그동안 암트랙에 대해 궁금한 사항을 이것저것 물어도 보고 관련 내용을 찾아서 호기심을 맘껏 충족시켰다. 또한 기차 여기저기를 두루두루 돌아보고 구조를 눈에 익혔다


일반석에는 비즈니스와 달리 ‘사람 마음'이 있다!

예상한 대로 암트랙은 대륙을 달리다 보니 기관차는 물론 객차자체도 종류가 다양했다. 2층인 것도 있고 1층만 있을 때도, 관람 전용 열차가 있기도 하고 없을 때도 있다. 공통적인 것은 침대차(Roomette; sleeper class)와 식당칸 그리고 Cafe는 꼭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일반석도 Coach, Regular Class 등 호칭도 지역마다 승객에 따라 다르게 말하곤 한다. 다만 식당칸은 침대칸 승객을 위한 것이고 공간도 따로 준비되어 있다. 식사비용은 이미 포함되어 있다. Coach/Regular class는 안내방송에 따라 지정된 시간마다 식당칸 한정된 곳에서 카페에서 돈을 지불하고 음식을 주문해서 먹을 수 있다. 맥주, 와인 알코올 종류를 제외하곤 합리적인 가격이다. 술은 시중보다 어림잡아 3배 이상 비싸다.

덴버> 시카고 구간은 침대칸 티켓이 다 팔려, 일정을 맞추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여 겨우 코치석 한자리를 얻었다. 옆자리에는 할머니가 히스패닉인, 자칭 직업이 여행이란 살짝 흑인 청년? 이 앉았다. 첫인상과 달리 공간이 부족할 거라며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자기 자리인 내 옆자리를 자주 비워주었다. 많이 고마웠다. 시카고 역에 밤중에 내려 우버 픽업 장소도 같이 찾아 주고 역 앞 인증사진도 찍어주었다. 이름이 다코다라며 사우스&노스 다코다주를 생각하면 절대 잊지 않을 거란 유머 섞인 말을 남기고 헤어졌다.


지금까지 '나름' 대우를 받으면서 탔던 열차 여행에서 일반석 기차여행은 말도 많은 암트랙 승무원들의 무뚝뚝하면서 고압적이며 무례하기까지 한 말과 행동을 충분히, 많이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브롬톤 핸드 캐리를 가지고 시비를 붙거나 보관 장소, 타고 내릴 때 브롬톤 동선 등이 긴장을 불러일으켰다. 기분이 좀 씁쓸했지만 뭐! 괜찮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또한 대평원의 단풍, 강, 구름 등 바깥 구경이 약간 다운된 감정을 다시 북돋우는데 큰 역할을 해 주었다.


비록 다코다가 밤새 식당칸에서 몰래 자며 자리를 비워줬지만 새우잠일 수밖에 없었다. 마음이 고마워서 그런지 피로감이 덜 하다. 다음날은 나 역시 식당칸과 관람 열차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 다코다의 배려에 보답했다. 생전 처음 만났지만 요구하고 바라지 않아도 상대편을 편안하게 해 주는 넓고 깊은 '이해심'이 동부 대평원과 이상하리만큼 많이 닮았다. 다코다 꼭, 또 보자!


'22년 10월 16일(일) 보스턴& 가는 열차 안에서

#나홀로 #브롬톤여행 #대륙간열차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 #역병시대 #해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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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발 0 : Sacramento 1 night (+ 1 night in a Roomette on Armtrak_30 hrs)/ Denver 2 nights (+ 1 night in a Coach seat on Armtrak_20 hrs)/Chicago 3 nights (+ 1 night in a Roomette on Armtrak_24 hrs)/ Boston 2 nights_8 hrs/ Wadhington D.C. 1 night (+ 1 night in a Roomette on Armtrak_28 hrs)/ Miami 2 nights

*뱀발 1 : To Dear Brompton Owner & Executive Director https://bit.ly/3Grv0o4 My journey in the Americas https://bit.ly/3WlJiMy on 'Brompton Folding Bicycle' http://bit.ly/3vcVJhW on 'Bicycle Travellers'

*뱀발 2 : 이제야 여행 계획(‘21년 12월), 사전준비와 답사('22년 2월-4월)부터 실행(‘22년 9월 14일-11월 14일)까지 ‘기록&보관한' 글과 사진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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