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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태고의 어둠과 밝음이 있었다-수중동굴 다이빙

CH III. 100 깡마다 공포, 그리고 교육

by 관계학 서설 II

Within the underwater cave, a display of iridescent thermoclines unfolds amidst the primordial darkness.

마흔이 넘은 나이에 미국 동굴다이빙협회(NACD) 정회원이 되었다.

내 책상엔 딱 3개의 기념패가 있다.


아들이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우등상장', 직장 대리 시절, 카피와 디자인, 그리고 캐릭터까지 직접 만들어 중앙일간지에 집행한 백지광고 원본, 그리고 전미 동굴다이빙협회(NACD, National Association for Cave Diving)로부터 받은 정회원 증서가 그것이다.


무지개 빛깔 수온 약층을 지나

2003년으로 기억한다. 11박 12일의 치열하면서도 행복했던 교육 코스였다. 매일 오전, 오후 각 1회씩, 수중동굴로 400-500m 들어간 후, 실시되는 위기상황 시 버디와 함께 비상 탈출하는 연습은 지겹도록 반복, 반복, 그리고 반복의 연속이었다. 멕시코 열대 밀림지역에서 30kg의 장비를 메고 세미드라이슈트를 입은 상태에서 40분 이상을 걸으면 온몸은 땀범벅이 된다. 6-7m 이상되는 높이에서 수중동굴 입구가 있는 '세노테' 물속으로 뛰어내린 후, 돌아올 때는 한 손엔 오리발을 들고 다른 한 손만으로 다시 직각 사다리의 7m를 올라와야 했다.


매일 밤 나이 마흔 엔 맞지 않은 활동 후유증으로 온몸이 결리고 쑤시는 고통에 잠을 설쳤다.


모든 다이빙 교육도 마찬가지이지만 동굴 다이빙 교육의 핵심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기상황에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생각 없이', '자동반사적인' 행동을 익히는 것이다.


수중동굴 바닥에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쌓인 모래 위를 상하 수직으로 움직이는 레크리에이션 핀 킥으로 차면 순식간에 부유물이 올라 시야를 가려버린다. 위험한 일이다. 따라서 동굴 다이빙의 가장 기초는 '트림(Trim)'이란 수평 자세를 유지하면서 핀 킥도 좌우로만 움직이도록 연습한다.


태고의 칠흑 어둠 속, 비상 탈출선 찾기

교육 마지막 날 평가시험의 하이라이트는 수중동굴 내 운동장보다 큰 공간에서 동시에 라이트를 끈 태고의 어둠 속에서 이미 설치되어 있던 가이드라인을 2분 내에 찾아내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다행히 6명 교육생 모두 무사히 교육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트레이너가 한 교육생에 대해서 끝까지 교육과정 이수를 인정해 주지 않아 스텝들이 많이 난처한 상황이었다고 전해 들었다.


수중동굴 내에는 다양한 수심과 공간이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가끔 수심 차이가 있는 좁은 통로에서 수온약층을 만나게 되고 위. 아래의 온도 차이로 발생하는 아지랑이 같은 물빛깔의 향연은 넓은 바다에선 볼 수 없는 새로운 삼광색을 눈앞에 펼쳐준다. 꿈속 세상 같다.


수중동굴 중간중간에 '물은 없고 공기가 있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는가? 수중동굴 속 바닥이 아닌 천정으로 물이 흐르는 기이한 현상을 보고 있으면 '신선이 산다는 선계'에 있는 것 같은 착각조차 든다.


교육을 마치고 귀국하는 여정에 세계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인 '코즈멜'을 두 번째로 다시 방문하는 기회를 잡은 행운도 있었다. 두고두고 여운이 남는 교육과정이다.


NACD Official 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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