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웠던 계절도 결국은 지나가

그리고, 그 시절도 이젠 아무렇지 않지

by seiren y

막상, 옛날 (이라고 하기엔 10년도 되지 않았지만) 글을 올리고 보니, 이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 뒤의 ‘나’들도 참 이야기가 많았거든.

하지만 그때의 내가 쓴 그 시절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의 내가 기억하는 그때의 ‘나’들의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먹었어.

지금의 ‘나’는 많이 달라졌으니 말야.


그래서, 그 후에 나는 다른 지역으로 옮겼어. 간단하게 정리를 하자면, 섬의 바다를 떠나 육지의 바다로.

아직은 내가 옮겨간 낯선 곳에는 더 가기가 싫다라는 마음 반, 그거 보다 더 낯선 곳에 있고 싶다라는 마음 반이었던 것 같아

(솔직하게 말하자면, 한 1-2년 알고 있던 지금 생각해 보면 진짜 별것도 아니면서 이상한 ‘NYUN’의 꼬임에 넘어간 게 훨씬 크지만)

각설하고, 육지의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옮기고 나서 별 에피소드가 없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아마도 나는 살고 싶었나 봐.

그래서 몇몇 에피소드들이 있는데, 간단하게 말하자면 나는 나를 소개한 그 ‘NYUN’에게 속아서 갔고, 일을 하는 내내 배신감에 휩싸여야 했어.

그래도 버팀목이 되어 주는 친구들을 만나 그나마 짧았던 육지의 바다 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

참 고맙고 미안하게도 말야 (우리 토끼 셋)


여기서도 저번과 다른 ‘그’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는데, 나와 ‘그’는 조금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어.

왜냐하면, 나는 정확하게 2019년 12월 24일 밤 그래, 무려 크리스마스이브에 쓰러졌어.

어디서 쓰러졌냐구? 버스정류장.

119에 실려 병원에 도착해 수술대에 오를 때까지 난 술도 마시지 않았지만 블랙아웃 상태였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나는 당시 뇌출혈이었어(물론, 뇌출혈뿐 만 아니라 나는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질병이 있었기에 더 위험했었어, 하지만 내가 어릴 때는 없던 병이었고 최근에 발견된 희귀병이었기에 더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걸 감안하고 읽어주면 너무 좋을 것 같아).

그래서 그런지 육지의 바다가 보이는 곳의 기억은 부분 부분 흐려져 있었고 나는 굉장히 중요했던 기억을 잊었더라고.


내 기억 속의 ‘그’는 든든한 친구로 남아있었는데, ‘그’는 내 남자친구였다고 내 부모님께 말을 했대. 당시 나는 수술 중 그리고 수술 후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에 나를 맡기고 있을 때라 그때까지도 나는 말 그대로 제정신이 아니었지.

그냥 삶과 죽음의 경계의 선에 놓인 한 낱 인간일 뿐이었으니까.

그 후 깨어나서 부모님께 들은 이야기야.

멀리서 찾아오면서(아무래도 육지의 바다에서 왔으니까 말야) 걱정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로 내가 좋아했던 것들을 바리바리 챙겨서 왔다고 하더라.


그럼,

나는 직접 못봤냐구? 아니 그 이후로도 ‘그’는 3-4번을 더 왔었어. 얼굴도 봤고 손도 잡아봤어. 근데, 내 기억의 한 부분을 누가 깔끔하게 도려낸 것처럼, “좋은 친구”이 외의 감정도 기억도 남아 있지 않더라고.


“전혀 기억이 안 나?” 하며 “우리 바다로 산책도 가고 촬영이 끝나면 맥주도 한 잔 하러 가고 울진으로 여행도 갔었는데..” 하면서 눈에 눈물이 고인 ‘그’를 앞에 두고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었어.

단지 가슴 한 켠이 좀 먹먹하다 정도? 하지만 잘려진 기억은 돌아오지 않았어.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미안해, 그래도 와줘서 너무 고마워. 그리고 상처 줘서 정말 정말 미안해. 대신 정말 좋은 사람 만나서 꼭 행복해줘” 밖에 없었어.

물론, 지금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도려내져 버린 기억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 덕분에 난 ‘그’에게 연락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어.

멀리 있는 이야기였는 줄 알았는데 써 내려가다 보니 어제 있던 일 같아서 또 먹먹해졌어.

그래도 후회하지 않아.

왜냐면, 나는 살아 있으니까. 멈출 뻔했지만, 모두의 바람대로 살아서 이렇게 글을 그리고 사진을 남기고 있으니까.

seiren y

2025.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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