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수업 1차시

by 서린

글쓰기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꼭 하는 말이 있다.


"글쓰기 노트와 필기구 외에는 책상 위에서 모두 치워 주세요"


정리가 되어야 인사를 할 수가 있다. 나는 이 과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글쓰기는 생각부터 시작한다. 생각이 또렷하지 않으면 글도 또렷하지 않다. 냇가에서 가재를 잡을 때 흙먼지가 뿌옇게 일어나 있으면 물속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글을 쓰기 전에 온갖 생각이 떠올라 있으면 속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글쓰기에 필요한 도구 외에는 모두 치우도록 한다.


"몸 바로, 인사"


학생들은 인사를 한 후에 노트를 펼친다. 그러고 나서 맨 윗줄에 날짜를 쓴다. 이제 준비가 됐다. 글쓰기 수업 첫 번째 시간. 첫날 해야 할 것은 '말하기'다. 글을 쓰지 않는다. 노트를 펼친 이유는 단순히 메모를 하기 위해서다.


생각은 형태가 없다. 그 생각을 형태로 나타내는 첫 번째는 '말(언어)'이다. 글이 아니다. 물론 생각에서 글로 바로 옮길 수 있다. 하지만 글쓰기가 익숙하지 않거나 막연히 어렵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생각을 바로 글로 옮기게 하는 건 고역이다. 글쓰기가 어려워지는 순간이다.


첫 번째 주제를 제시했다. 주제는 나의 물건. 더 정확히는 소중한 나의 물건. 학생들에게 가장 친숙한 주제가 무엇일까 고민을 하다가 나온 것이었다. 너무 동떨어진 글감을 던지면 생각이 떠오르기도 전에 벽에 막힐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물건이 무엇인가요?"


여러 가지 물건이 나왔다. 악기, 기념품, 의류 등 각자 다른 물건들을 말했다. 나는 칠판에 학생 이름을, 그리고 그 옆에는 물건 이름을 썼다. 마지막 학생까지 말을 마친 후에 모두에게 물었다.


"그 물건이 소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기서부터는 '말 잔치'가 시작된다. 학생들은 손님이고 나는 잔치를 연 주인이다. 각 학생이 이유를 얘기하면 나는 거기서 고개를 끄덕이고 넘기지 않는다. 내가 들은 말을 반복해서 말하며 그 뜻이 맞는지 확인하고, 질문이 떠오르면 묻는다. 어렴풋한 생각을 또렷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여기에 모두 풀어서 쓸 수는 없지만 나는 농담을 잘하는 편이다. 학생들의 말에 농담으로 양념을 더한다. 같이 웃고 떠들기도 한다. 그렇게 '손님 대접'이 끝나고 나면 어느덧 첫 번째 시간을 마무리할 때가 된다.


그즈음 학생들이 펼쳐둔 노트에는 짧은 메모들이 적혀 있다. 수업을 시작하면서 말했다. 오늘은 글을 쓰지 않는다고. 다만 자신이 말할 때 그리고 친구들 이야기를 들을 때 스쳐가는 생각들을 단어나 표현으로 써 두라고만 했다. 그래야 다음 시간에 그것들을 글감으로 삼아서 글을 쓰기 시작할 수 있으니까.


나에게 글쓰기 수업은 '글 쓰는 법을 가르치는 시간'이 아니다. 내가 각 학생에 대해서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며, 학생들도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시간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 더 알아가는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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