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부터 시작

by 서린

내가 의도한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목이 메었고 눈가는 벌겋게 달아올랐다. 학생들 앞이었지만 그랬다. 나만 그런 건 아니었다. 어쩌다 보니 거의 다들 그러고 있었다.


내가 맡은 글쓰기 수업은 하나가 아니다. 논리적 글쓰기라는 수업까지 더하면 모두 네 개 수업을 진행한다. 그중 한 반에 들어가 올해 첫 번째 수업을 시작했다. 작년에 이미 나와 함께 수업을 했기 때문에 학생들 모두 진행 방식에는 익숙했다. 주제는 '과거'였다.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을 글감으로 삼아서 쓰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쓸까부터 생각을 나누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제안들을 하다가 이런 물음을 던졌다. 만약 현재 갖고 있는 경험과 생각을 갖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때와 다르게 선택하거나 행동하고 싶은 게 있는지. 참고가 되라고 내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었다.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졸업식이 끝나고 담임 선생님과 따로 사진을 안 찍은 게 후회가 된다고. 그 당시 나는 다른 일로 학교 건물로 들어가다가 선생님을 마주쳤다. 선생님께서 같이 사진을 찍으러 왔느냐 물으셨는데, 나는 그게 아니라고 하고는 인사 후에 학교를 떠났던 그 순간. 그 순간으로 돌아가서 그렇다고, 사진 찍으러 왔다고 답을 할 거라고. 지금도 선생님 소식은 궁금하지만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돌아가신 것을 알게 되면 내 마음속에서도 돌아가실 것 같다고.


내가 한 이야기의 여파였을까.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그러고는 돌아가신 할머니와 연관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코끝이 찡해졌다. 이야기가 시작되고 얼마 안 있어서 어떤 학생은 벌써 맨 손으로 얼굴에 부채질을 하기 시작했다. 나오는 눈물을 막아보려고. 다음 학생도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결국은 나도 내 눈물을 막을 수가 없었다.


예전에는 눈물이 나면 숨기려고 했다. 지금은 눈물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어떤 이야기를 하다가 눈물이 나온다는 건 진심에 가까운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눈이 벌겋게 된 학생들에게도 말했다. 눈물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이야기에 진심을 담았다는 증거니까.


죽은 반려동물 이야기, 어떤 책이 너무 슬퍼서 과거로 간다면 다시 펼쳐보지 않겠다는 이야기, 어떤 순간에 부모님 말씀 잘 들을 걸 그랬다는 이야기... 다들 아쉽거나 후회되는 일들을 끄집어냈다.


"나도 선생님과 사진을 안 찍은 게 후회된다는 얘기를 최근에야 꺼낼 수 있게 됐어. 어떤 경험과 기억을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거나 쓰려면 그 감정부터 넘어서야 하니까. 30대쯤부터 생각하던 걸 이제야 구체적으로 꺼낼 수 있게 된 거야. 그러니까 지금 얘기한 것들을 글로 쓰기가 힘들다면 다른 소재로 바꿔도 괜찮아."


학생들은 글을 쓰면서 그 당시 기억을 끄집어낼 것이고 감정들을 또다시 느낄 것이다. 글을 쓰면서 그 감정과 연결된 생각에 힘들다면 그 글은 더 써 내려가기 힘들다. 먼저 지쳐버릴 테니까. 어떤 학생은 바꾸겠다고 했고 어떤 학생은 그대로 쓰겠다고 했다.


눈물부터 시작한 글쓰기 수업. 나는 이래서 글쓰기 수업이 좋다. 평소에는 한쪽으로 치워뒀던 혹은 슬쩍 피해 갔던 경험과 감정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니까.


과연 학생들은 첫 시간에 나누었던 이야기를 온전하게 글로 풀어낼 수 있을까? 해낼 수 있을까? 자신을 마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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