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적 글쓰기. 이 수업을 꾸려가기 위해서 참고한 책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이다. 가장 도움이 된 내용은 취향과 주장을 구분하라는 것. 우리는 주장하는 글을 쓰다가도 보면 단순한 취향 고백이 섞이는 경우가 있다. 글을 쓰는 목적 자체가 내 취향이 무엇인지 밝히는 거라면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내용이다. 그런데 주장은 다르다. 근거를 갖고 써야 한다. 그것도 명확하고 객관적인 근거를. 주장하는 글에 취향 고백이 들어가면 그 순간 쌓아 올린 논리는 무너져버린다. 아니, 설득력을 잃어버린다고 해야 할까. 취향은 논리의 영역이 아니다. 취향이 담긴 문장 하나가 운 좋게 독자의 '신경줄'을 안 건드릴 수도 있지만 자칫해서 앞에서 세운 논리와 전혀 관련이 없거나 그 논리를 흔들어버릴 수 있는 표현이 들어가면 글에 대한 신뢰가 깨져버린다.
사람의 뇌는 긍정보다 부정적인 것에 더 주의를 두게 된다. 생존 본능의 일종일 거다. 딸기 100개가 들어있는 그릇에 바퀴벌레 한 마리가 식욕을 꺾어버리는 것처럼 논리적으로 잘 풀어낸 100개 문장이 있더라도 문제가 되는 문장 하나가 글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
위 책과 함께 선택한 '교재'는 신문 사설이다. 수업을 준비할 때 가장 최근 이슈에 연관된 주제를 선택한다. 첫 번째로 선택한 사설은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신청과 한국 경제 상황 전반을 다룬 내용이었다. 학생들에게는 다소 생소했겠으나 단어 뜻풀이, 배경지식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면 충분히 이해할 만했다. 두 번째로 선택한 사설은 미등록 이주 아동에 대한 내용이었다. 평소에 접할 기회가 상당히 적은 소식이었고 다양한 입장과 목소리가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기에 선택했다.
사설의 각 문단을 요약하도록 했다. 요약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단어나 표현의 뜻을 모르고는 글쓴이의 생각을 따라갈 수가 없고 요약도 어렵다. 요약문을 써보는 것이 글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두 번째 사설은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학생들에게 바로 읽고 요약을 해보도록 했다. 25분 동안 요약하는 시간을 주고 각 학생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어떻게 요약을 했는지 모두에게 읽어 주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대체로 훌륭했다. 각 문단의 핵심을 잘 파악하는 편이었으며 긴 설명을 해줄 필요가 없었다. 어떤 요약문은 내가 쓴 것보다도 나았다.
학생들에게 세 번째 사설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첫 번째 사설이 한국 경제 상황이 심각함을 논하고 있었고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라는 표현도 나왔기에 관련된 사설을 다루어보면 어떨지 제안을 했다. 사설을 읽은 후 상호 관세가 우리 생활에 어떤 파급을 끼칠까 근거 자료를 찾아가며 글을 쓰는 것까지 해보려고 한다.
가르치면서 배운다고 하더니 틀린 말이 아니다. 내가 어떤 지식을 일러주고 설명해 주기보다는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이지만 같이 읽고 요약하고 하다 보니 나도 정리가 된다.
궁금하다. 학생들이 어떤 글을 쓰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