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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밤 Sep 22. 2020

오징어라도 괜찮아

세 번째 전세집을 계약하며

집과 사람 사이에도 인연이 있다고 믿는다. 사람을 대할 때 이 여자다. 이 남자다, 이 사람이다 라는 느낌을 갖는 것처럼 말이다. 같은 조건에서도, 또는 조금 나쁜 조건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집이다, 이 집에 살고 싶다, 는 느낌을 주는 집이 있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 집은 그런 집이었다. 옆 동네보다 교통도 불편하고 편의시설도 부족했지만, 자그마한 뒷산이 있고 단지 옆에 큰 도서관이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집을 보러가려는데 부동산의 아줌마 실장님이 내 어깨를 감싸며 이런 말씀을 하셨던 생각이 난다. "이 집에 연예인처럼 예쁜 세입자가 살아요. 어떡하죠..! 사모님이 오징어가 되실 것 같은데 어떡하죠?" (오징어는 과장이 아닌 정확한 워딩이다.)


열 동짜리 작은 단지에 달랑 두 개 있는 부동산에서 매물을 공유하고 있으니 뭐 오징어랬다고 기분 상해서 어디 다른 데 갈 수도 없었지만. 아무튼 연예인처럼 예쁘다던 세입자보다도 더 예뻤던, 일 층임에도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던 현관 앞 방 풍경에 나는 첫눈에 반해버렸다. 오징어가 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그 집을 보여준 그 부동산에서 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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