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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찹쌀부꾸미 Aug 19. 2022

오늘도 푹 자보겠습니다

맺는 글



 언젠가 잠에 대한 글을 쓰겠지 했다. ‘써야지’가 아니라 ‘쓰겠지’ 했다는 건 어느 정도 필연적인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거다. 타고나길 잠이 많고,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모두 종이배처럼 산다. 구멍이 나지는 않을지 바람에 휩쓸려 나도 모르는 먼 곳까지 흘러가 버리진 않을지 노심초사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래서 거대하고 튼튼한 함선이 되면 내 하루가 훨씬 평온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책 속을 뒤져보고, 나보다 단단해 보이는 사람들의 말에 귀기울여본다. 하지만 명상에 관한 책을 몇 권을 읽는다 해도, 마음을 다스리는 이야기를 몇 번을 들어도 깨어있는 동안 순간마다 그 조언들을 되새기고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어느새 나는 긴장하고, 사사건건 부르르 떨고, 생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빠져나오지 못한다.


 쉽게 생각하기. 마음 들볶지 않기. 나이가 들수록 필요로 하는 것들은 가만히 생각해보면 결국 나 자신을 평온하게 다독이는 것뿐이다. 그런데 늘 누군가와 맞닿아 있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관계 속을 헤매고, 그 관계가 남겨 놓은 기억이나 만들어 갈 일들에 끊임없이 다가간다. 심지어 혼자 있을 때에도 우리의 분신과도 같은 핸드폰 속에서 항상 누군가와 닿아 있다. 좋든 싫든 누가 하와이에 놀러 갔고 누구 아기가 백일이라는 걸 알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우리는 혼자 남아 나를 들여다보는 연습을 할 시간이 없다.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면서도.


 누워서 잠을 청하며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어쩌면 우리가 오롯이 혼자가 되어 나에 대해 생각하고, 내 감정을 관찰할 수 있는 건 잠들기 전 어둠과 고요 속에서 뿐이 아닐까. 요동치는 마음을 내려놓고 떠밀리듯 내가 모르는 세상으로 미끄러지는 시간. 그 시간만큼은 쫓기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의 반응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일어나야 할 일들이 일어나고 흘러가는 것을 가만히 떠올려보며 내가 지금 여기에 누워 숨을 쉬고 있다는 것에만 집중하면 된다. 그러면 이내 모든 것을 가라앉힐 수 있다. 늘 갖고 싶어 안달 냈던 평온을 만날 수 있다. 


 프랑스의 작가 볼테르가 말했다.

“신은 여러 근심의 보상으로 희망과 잠을 주었다.”


 역시 잠을 예찬하지 않을 수 없다. 잠들어 있는 동안 가장 평온함을 누리는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푹 자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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