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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희 Nov 10. 2019

우리 엄마도 그럴 건데

지인 자녀분 혼인성사가 있어 열 살 막내와 함께 갔다.

혼인성사를 마치고 신랑 신부가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는데 신부는 어머님뿐이다. 어머님도 우시고 신부도 눈물을 떨궜다.

 "엄마 혼자 두고 결혼하려니 마음 아픈가 보네" 같이 혼인성사에 참석한 친한 언니가 말했다.

그 소리를 듣고 막내가 내 허리를 두루며 말했다.

"우리 엄마도 그럴 건데..."

사실은 나도 속으로 그 생각을 했었다. 아이들 넷을 결혼시키는 자리에 늘 나 혼자 서 있겠구나...

그래도 그래도 막내야 너는 그럴 걱정 할 필요가 없어. 네가 결혼할 때에는 누나 셋이 엄마 옆에 주르르 서있을걸!

나와 축복해줄 타인의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 남편과 함께 할 수는 없지만 나조차 없는 일은 만들지 말아야지. 이제 생각이 남편이 없는 슬픔에서 나는 굳건해야 한다로 바뀌고 있다. 짧지만 그가 없는 시간이 세월이 되어 흐르고 있다.


남편 휴대폰을 막내에게 주어 쓰도록 했다. 해지는 도저히 못할 것 같아서 막내가 들고 다니게 했다.

"휴대폰 가입자의 신상변동이 있음에도 휴대폰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 확인되므로 가족이 사용할 경우 명의를 변경하라"는 문자가 왔고 막내로 명의를 변경해주었다. 그게 한 달쯤 전이다.

며칠 전에 막내가 내 휴대폰을 보다가

"엄마 이제 낭군님 말고 사랑하는 아들로 저장해줘"라고 말했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말이어서 나는 잠깐 동안 대답을 못하고 멍하니 있다가

 "아니야 아직은. 엄마가 아직은 낭군님으로 해두고 싶어"라고 말해주었다. 막내는 내 마음을 알까? 평생을 낭군님이라고 저장해 두고 싶은 내 마음을.

어쩌면 내가 모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빠의 휴대폰을 쓰면서 그립고 무거운 마음을 가졌을 막내의 마음을...

그리움과 기억을 일상의 어디까지, 언제까지 저장해두어야하는 것인 지 나는 알 수가 없어 마음이 헤매인다. 아직은 아직은 이렇게 중얼거리며 시간이 흐르고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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