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오늘도 퇴사를 참은 당신을 위한 심리학, 시작합니다.
11년 PR 마케팅 경력. 7번의 퇴사. 2번의 번아웃.
이력서에 적힌 7개의 회사 이름은 겉으로만 보면 ‘다양한 산업 분야의 홍보 경험이 많은 인재’ 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사팀의 눈에는 다르게 보입니다. 숫자만 보면 이렇게 말하겠죠.
“저 사람, 조직 부적응 아니야?”
“끈기가 없네. 조직에 대한 로열티도 없고.”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1~2년마다 회사를 옮기는 지원자를 채용하는 건 인사팀 입장에서 위험부담이 됩니다. 채용 비용은 다시 들어가고, 팀은 또다시 공백을 겪어야 하니까요.
어느 누가 애초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 ‘프로 퇴사러’가 되겠다고 결심할까요. 저 역시 7번의 퇴사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닙니다. 살다 보니 그렇게 되더군요. 첫 퇴사는 상사의 괴롭힘 때문이었고, 그 후로도 늘 “이번에는 더 잘해보자”라는 다짐으로 새 회사를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습니다. 도전, 적응, 몰입, 번아웃, 퇴사. 마치 주기가 정해져 있는 듯한 반복이었죠.
도전 → 적응 → 몰입 → 번아웃 → 퇴사→도전 → 적응 → 몰입 → 번아웃 → 퇴사→....
처음 겪는 번아웃에서는 ‘내가 약한가?’라고 자책했고, 그다음에는 ‘회사가 문제인가? 괜히 스타트업으로 넘어왔나?’라며 회사를 옮겨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곱 번을 반복하고 나니 알겠더군요. 문제는 어느 한 직장이 아니라, ‘일하는 나의 심리 구조’였습니다.
성과를 내도 만족하지 못하고, 휴식을 해도 번아웃은 반복되는 이유. 이것은 단순한 의지나 근성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왜 그런지 자세히 알고 싶어서, 잠시 퇴사를 미루고 공부를 선택했습니다.
지난봄부터 연세대학교 심리과학 석사 과정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비로소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왜 회사에서는 이렇게 다른 모습이 나오는 걸까? 왜 이런 상황에서 유독 에너지가 소진되는 걸까?’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하지 못했는데, 심리학은 알려주더라고요.
즉, 심리학은 저의 일하는 방식을 해부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였습니다. 수업에서 배운 내용, 책 속 문장이 지난 11년간의 경험과 겹쳐질 때마다, “아, 이래서 내가 힘들었구나” 하고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스스로를 탓하던 마음이 조금씩 풀렸습니다. 왜 이런 패턴을 갖고 있는지, 왜 그 당시에는 그런 마음이었고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가 쌓이자 회복도 가능해졌습니다.
연세대학교 심리과학 이노베이션대학원에서 배우는 생생한 심리학 이론과 11년의 직장생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어쩌면 일에 지쳐 있는 다른 분들에게도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처럼 퇴사와 번아웃의 반복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 혹은 직장생활을 하며 왜 이렇게까지 예민해졌는지 답을 찾지 못해 괴로운 사람들에게요.
<퇴사 대신 심리학 석사를 시작했다>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직장인 분들, 권태기를 겪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잠깐이라도 숨 쉴 틈을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스스로를 분석하고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은 사실 불편합니다. 하지만, 대면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조금은 불편한 진실, 내가 고착화되어 있는 심리 구조를 뜯어보고 한 발자국 뒤에서 스스로를 바라보는 연습을 하면 어쩌면 아주 조금은 마음이 편해질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 알잖아요. 잠깐의 불편함을 감수하면 아주 편한 시간이 온다는 것을.)
마음을 편하게 하는 방법에는 종교, 명상, 좋아하는 음식 먹기 등 다양한 게 있지만, 자기 자신에게 더 친절하고 다정할 때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나 자신에게 친절하고 다정해지려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먼저, 나의 생각 구조, 고착화된 사고 흐름을 뜯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퇴사 대신 심리학 석사를 시작했다>에서는 회사생활 속에서 내가 왜 무너졌는지, 어떻게 회복할 수 있었는지, 왜 자꾸 같은 생각에 매몰되는지, 그리고 나만의 패턴을 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룰 예정입니다. 또, 앞으로 더 건강하게 일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려 합니다. 일 안 하고 살고 싶은데, 애석하게도 100세 시대이기도 하고. 저의 기질상 일을 아예 안 하고 즐겁게 살 순 없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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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카리나는..
글로벌 PR과 콘텐츠 마케팅 분야에서 활동해 온 12년 차 홍보/콘텐츠 마케터입니다. IT, 헬스케어, 유통 산업 전반에서 브랜드 론칭과 리드 전환에 전문성이 있습니다.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기업까지 다양한 조직의 성장을 함께 합니다.
현재 초기 스타트업들의 홍보를 맡은 PR 디렉터이자, 연세대학교 심리과학 이노베이션 대학원 사회혁신 심리트랙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며, “일하는 마음”의 구조와 번아웃, 회복에 대해 탐구하고 있습니다. PR 전문가로서의 경험과 심리학적 시각을 접목해, 직장인의 정신건강과 건강한 조직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글과 영상으로 전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