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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나를 다시 일으키는 법

몸 근육만큼 중요한 마음 근육, 회복탄력성

by 카리나

그동안 성취중독, 번아웃, 자아고갈, 그리고 어쩌다 보니 발견한 가스라이팅 하는 주변 환경까지.

이번 글을 시작하기 전에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동안 정말 잘 버티셨습니다."라고.


사회생활이 다 이런 걸까요?

힘들 때마다 가끔씩 생각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하늘은 인간에게 견딜 수 있는 만큼의 고통을 준다."


그런데, 꽤 버티기 힘들 때는 하늘을 바라보고 한숨을 쉬며 역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혹시 더 힘든 고통이나 어이없는 일들이 일어날 예정인가요?"


물론, 하늘은 대답이 없습니다. 종교가 있으신 분들은 응답을 받으실 수도 있겠지만, 모태 천주교이자 불량 신자인 저는, 아직 신앙력(?)이 부족한 탓일까요. 하늘은 저에게 그저 묵묵히 버틸 힘을 키워주기 위해 여러 가지 에피소드와 해프닝들을 던지고 시험한다는 생각이 종종 듭니다. 여러분도 그러신가요?



실패나 역경을 마주 했을 때, 어떤 사람은 유리공이 부서진 것처럼 산산조각 나버립니다. 저 역시 마음 근육이 없을 당시에는 제가 산산조각 나는 줄도 모르고 (broken into pieaces) 부서져버렸습니다.


그리고 어떤 분들은 산산조각 나지 않도록 최대한의 주의를 기울입니다. 신경 쓴다고 해서 실패나 역경과 맞서 싸울 힘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만, 가능한 한 건강하게 대처하는 이분들은 자신이 부서지지 않도록 부단히 애를 씁니다. 한 번 자기 자신이 주저앉아 버리면 다시 일어나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마음이 산산조각 나지 않도록 방어하는 마음.

어떤 분들은 오히려 고난이 닥쳤을 때 그 고난을 밟고 앞으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가기도 합니다. 고난에 부서지는 사람과 고난을 밟고 일어서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이제는 많이 들어보셨을 '회복탄력성(Resilience)'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해집니다. 저 같은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마음의 근육이 아예 없이 태어난 사람은 어떡하나요?"라는 질문을 던질 텐데요. 좋은 소식은, 이러한 회복탄력성(마음의 근육)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몸 근육처럼 운동으로 얼마든지 키울 수 있습니다. 오늘은 회복탄력성으로 나의 마음의 근육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나의'관점'과 해석에 달렸다


연세대학교 심리과학이노베이션 대학원의 전공기초 수업, <인간 행동의 이해>에서 배운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하나는 바로 '모든 일에 선택지는 여러 가지다. 그러니 '선택지가 단 하나만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라'입니다. 이 이야기를 드리는 이유는, 회복탄력성의 핵심과 관련 있기 때문입니다. 회복탄력성의 핵심은 '일어난 일을 어떻게 해석하는 가'입니다.


즉, 이미 과거에 일어난 일,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해석의 관점은 내가 선택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관점에서 내게 일어난 일을 해석할 수 있는데요. 회복탄력성이 부족한 사람들은 오직 한 가지 관점을 선택해 일어난 일을 해석하기 때문에, 안 그래도 힘든데 더 힘든 상황으로 본인이 본인을 몰아갑니다.

여러분, 어떤 사오항에서나 길은 여러가지입니다. 선택하기 마련입니다.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긍정심리학의 대가 마틴 셀리그먼은 이 해석방식을 3P로 정리했습니다.

Personalization(개인성), Performanc (영속성), Pervasiveness (보편성)이 바로 3P인데요. 혹시 내가 힘든 상황에서 더 나를 곤경에 처하도록 아래의 '낮은 회복탄력성'의 사고패턴으로 움직이진 않으셨나요?


1. 개인성 (Personalization): '이게 다 내 탓일까?'

- 낮은 회복탄력성 (비관적): 실패의 원인을 자신의 내면, 즉 바꿀 수 없는 성격이나 능력 탓으로 돌립니다.

ex. "역시 난 뭘 해도 안돼. 내가 무능해서 프로젝트가 망한 거야." (→ 수치심, 무력감)

- 높은 회복탄력성 (낙관적): 원인을 외부 상황이나 구체적인 행동 탓으로 돌립니다.

ex. "시장 상황이 안 좋았고, 그 부분에 대한 내 준비가 부족했네." (→ 다음을 기약, 문제 해결 초점)


2. 영속성 (Permanence): '이 고통은 영원할까?'

- 낮은 회복탄력성 (비관적): 이 고통과 실패가 앞으로도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ex. "한 번 실수했으니, 앞으로도 계속 이런 일이 반복될 거야. 내 인생은 끝났어." (→ 절망, 포기)

- 높은 회복탄력성 (낙관적): 이 상황을 일시적인 문제로 받아들입니다.

ex. "이번엔 힘들었지만, 이 또한 지나가겠지. 이건 내 인생의 한순간일 뿐이야." (→ 희망, 인내)


비 구름 또한 지나갑니다. 지나가면 비 구름 렌즈 대신에 다른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세요. 계속 비 구름만 기다리지 마시구!


3. 보편성 (Pervasiveness): '이게 내 인생 전부를 망칠까?'

- 낮은 회복탄력성 (비관적): 하나의 실패가 자신의 삶 전체를 망가뜨릴 것이라고 확대 해석합니다.

Ex. "업무 평가를 안 좋게 받았으니, 내 인간관계도, 건강도, 모든 게 다 엉망진창이야." (→ 압도감, 공황)

- 높은 회복탄력성 (낙관적): 실패의 영향을 특정 영역에만 한정시킵니다.

ex. "일이 잘못된 건 속상하지만, 내 가족이나 친구 관계는 여전히 괜찮아." (→ 문제의 경계를 설정, 안정감 유지)



재미있는 건 의외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 원인을 내 탓만 하는 게 아니라, 외부 상황의 탓으로 돌리는 게 회복탄력성과 개인의 행복에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나르시시스트를 제외한 착한 한국 사람이 가장 하기 힘들어하는 것이 '다른 사람의 탓'인데요. 어릴 때부터 엄격하고 또 나의 실력이 곧 성공을 견인한다는 문화권에서 자라온 한국 분들. 제발 환경 탓, 남의 탓도 좀 하세요. 그래야 정신건강이 좋아집니다.


또, 어떤 문제나 고통, 슬픔이 발생하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것은, 아무리 고통스러운 상황이라도 (자신이 일부러 고통을 선택해서 연장하지 않는 한) 영원하지는 않다는 겁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힘든 일도 있지만, 결국 또다시 좋아지고. 죽으라는 법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고난과 역경, 시련을 마주한 상황이라면 자기 자신에게 다정하게 말해주세요. '이 고통은 나의 긴 인생에서 한 순간일 뿐야"라고. (실제로 그렇고요.)


아차차! 귀여운 내가 실수해버렸넹^.~ 하고 넘겨보자고요.


또, 회사 이직의 실패, 프로젝트의 실패 등과 같은 실패는 '내 인생의 실패'가 아닙니다. 실패의 영향력은 일시적으로, 그 기간/시간에만 적용됩니다. 일과 나를 동일시하는 분일수록, 프로젝트의 실패나 임원으로의 승진 실패를 내 인생의 실패라고 받아들이시곤 하는데요. 물론, 나의 인생의 서사를 회사에서 썼기 때문에 그렇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나는 나이고, 회사에서의 나는 '나'의 정체성 중 하나입니다. 사회적인 나의 실패가 물론 개인적인 삶에도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그게 결코 나 자신, 내 인생이 실패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런데도 콘크리트 같은 부정적인 사고?

ABCDE기법이 있습니다.


위의 내용으로도 충분히 조금은 마음이 풀어지고, 또 희망을 얻을 만 하지만. 나는 비관적인 사고의 틀이 굳건하다는 분들을 위해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마음근육 실전 운동법, 'ABCDE' 기법을 가져왔습니다. 이 역시 셀리그먼이 제안했습니다.


1. A (Adversity - 사건): 나에게 일어난 역경이나 힘든 사건을 정의하세요. 팩트만, 감정은 담지 마시고요.

예) "중요한 발표에서 상사에게 혹평을 받았다."


2. B (Belief - 믿음): 그 사건에 대해 나도 모르게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 생각을 써내려 가세요. 앞에서 다룬 바로 그 3P입니다.

예) 역시 난 발표에 재능이 없어(개인성).

앞으로 중요한 발표는 다 망할 거야(영속성).

난 이 회사에서 완전히 찍혔어(보편성).

(보통 이렇게 생각하시겠죠?

이런 걸 다 하나하나 적어보세요. 빈 종이에 부담 없이 적어보시면 됩니다.)


3. C (Consequence - 결과): 그 믿음으로 인해 나타나는 감정과 행동을 적어보세요.

예) "극심한 무력감과 불안을 느끼고, 다음 날 출근하기가 두려워졌다."


4. D (Disputation - 반박): (가장 중요한 운동 파트!)

- 그 비합리적인 믿음에 대해 스스로 객관적인 증거를 대며 반박하는 단계입니다.

- 마치 내 안의 변호사가 되어 비관적인 검사를 공격하는 것과 같습니다. 자신이 잘하는 부분, 또 실제로 과거에 성공했거나 정말 잘했던 부분을 천천히 떠올려 보세요.

- 반박 예시 증거 찾기)

"정말 내가 '항상' 발표를 망쳤나? 아니, 지난 분기 발표 때는 칭찬받았잖아.

이번 실수가 내 능력 전체를 의미하는 건 아니야."

- 대안 찾기)

"상사가 오늘 유독 기분이 안 좋았을 수도 있어.

혹은 내 아이디어는 좋았는데, 전달 방식에만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지."

- 유용성 따지기) 유용성 따지기는 MBTI S, J분들에게 특히나 더 유용합니다.

"내가 무능하다고 자책하는 게 지금 이 상황을 해결하는 데 무슨 도움이 되지?

오히려 다음 발표를 준비할 에너지를 뺏고 있잖아."


5. E (Energization - 활력): 성공적으로 반박한 뒤 새롭게 생겨나는 긍정적인 감정과 에너지.

- 예. "그래, 이번 발표는 아쉬웠지만 내 전부는 아니야. 상사의 피드백 중 보완할 점은 받아들이고,

다음엔 더 잘 준비해 보자!"라는 건설적인 희망을 갖기.


인생은 희노래락, 반복되는 고난과 기쁨으로 가득차 있더이다.Readytobe40s


회복탄력성은 무한긍정주의와는 다른 말입니다. 비관적인 생각의 소용돌이에 빠졌을 때, "잠깐, 더 생각하면서 파고들기 전에 기다려봐. 네가 생각하는 방식이 사실일까?"하고 스스로를 제삼자의 시각에서 바라봐주게 합니다. 비관적인 사고를 멈출 수 있는 힘에 가깝죠.


ABCDE기법 같은 것을 실제로 고착화된 나의 부정적인 사고 패턴에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겁니다. 적용하기도 전에 이미 우리는 관성대로 생각회로를 돌리고 있을 거거든요. 해서, 사소한 실패와 슬픔, 고난부터 ABCDE를 적용해 보면서 일기를 써보세요. 하루를 마치고, 오늘의 실패와 나의 비관적인 사고를 점검하는 - 안타깝지만 나 자신을 마주하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오늘 꾸물거려서 아침 버스를 놓쳤다'와 같은 아주 사소한 좌절부터 시작해 보세요.


네, 저 오늘 11시에 일어났어요. 어제 11시에 잤는데..^.~


참고로 저는 오늘 오전 11시에 일어났습니다.

오전을 다 날려버려서 하루가 짧지만, 제가 매일 11시에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일시적), 일찍 일어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개인성), 오전을 날렸다고 해서 제 인생이 망한 것도 아닙니다. (보편성)


실제로 이렇게 생각한 후, 11시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집 앞 스타벅스에 와서 조별 미팅과 과제를 끝내고 이 브런치까지 쓰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실패는 아침에만 한 것이고, 오후는 성공적으로 보냈으니 - 오전을 날린 건 속상하지만 아직 제 하루는 보람차니 괜찮지 않나요?ㅎㅎ 이렇게 작은 것부터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시도해 보세요. 이러한 작은 패턴을 여러 겹 쌓다 보면, 우리의 마음 근육 역시 긍정세포로 가득하고 단단해져 있을 겁니다.


연휴의 마지막 날, 잘 마무리하세요.

직장인의 멘털 헬스(mental health)를 위해 꼭 필요한 심리학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카리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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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brunch/394?t_src=pc_articl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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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카리나는..

글로벌 PR과 콘텐츠 마케팅 분야에서 활동해 온 12년 차 홍보/콘텐츠 마케터입니다. IT, 헬스케어, 유통 산업 전반에서 브랜드 론칭과 리드 전환에 전문성이 있습니다.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기업까지 다양한 조직의 성장을 함께 합니다.

현재 초기 스타트업들의 홍보를 맡은 PR 디렉터이자, 연세대학교 심리과학 이노베이션 대학원 사회혁신 심리트랙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며, “일하는 마음”의 구조와 번아웃, 회복에 대해 탐구하고 있습니다. PR 전문가로서의 경험과 심리학적 시각을 접목해, 직장인의 정신건강과 건강한 조직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글과 영상으로 전하려 합니다.


https://litt.ly/kar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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