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수록
정신이 너무 없어요. 전화도 해야 하고 이거 정리도 해야 하고.
보는 사람이 더 정신이 없을 지경의 바쁨.
사실 바쁜 것과 일의 성공/실패와는 무관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
바쁘게 일한다고 해서 결과가 무조건 잘 나오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바쁘게 일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결과가 실패로 마무리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일은 똑똑하게 해야 하는 것이지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고 해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이미 수많은 시간을 시도와 경험을 통해 쏟아보신 분들은 이것만은 알 것이다.
멈춰서 바라봐야 하는 순간이 있다.
가끔 보면 뭐가 그렇게 바쁜지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 맞는데 먹지도 못하는 건 좀 억울하긴 하다.
그런데 일이 쌓여있는 것도 많고 왜 일이 쌓여있을 때만 더 그런지 모르겠는데 이곳, 저곳에서 찾기 바쁘고 전화는 쉴 새 없이 울려댄다.
문제도 너무 많이 터져서 뭐부터 정리해야 할지 감도 잘 오지 않고, 막상 닥쳐온 문제를 직면했을 때 해결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자신감은 떨어지고 손톱은 하도 물어뜯어서 피가 날 지경이다.
머릿속은 그럴수록 왜 하얘지고 식은땀이 나는 건지, 그냥 다 모르겠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다.
꼭 문제가 생겨서가 아니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것에서 오는 긴장감은 그만큼 크다.
아니 눈 뜰 새도 없는데 코 뜰 새도 없다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밥도 못 먹으면서 할 일이면 그 일 자체가 문제가 있거나 나의 실력에 대해 깊이 한 번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결코 내 이야기다.)
우선순위를 잘 결정하고 정리해서 일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좋은 이야기도 있고 할 때 집중해서 빡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게 말은 참 쉬운데 일이 주어졌을 때 생각보다 우선순위를 잘 정해서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고 (한다고 하다가 중간에 잊고 까먹어버리거나)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경우는 더 많다.
담배도 피워야 하고, 커피도 마셔야 하고 사람들과 대화도 해야 하고.
요즘은 직장에서의 관계를 정말 직장동료로서만 가져간다고 하더라도 직장 내에서 서로 메신저나 업무툴을 통해서 이야기 나눌 대소사는 너무나도 많다.
누가 누구와 사귀는 것 같다느니, 누가 오늘 무슨 이야기를 했다느니, 회사에서 이런 복지가 없어진다느니, 누가 어디로 발령이 났다느니 등등 이야기할 것들 천지다.
결국 집중력을 흩뿌릴 수 있는 것들 투성이다.
(물론 그 와중에도 일을 잘하는 사람은 잘한다.)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그렇게 야근으로 이어진 업무는 결과마저 좋게 나올 리 만무하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거지.)
집중도 잘 못했고 우선순위도 맞지 않았던 일들을 처리하고 있다 보면 현타가 오는 정도가 아니라 내가 뭐 하고 있는지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되면서 또다시 퇴사가 마려운 상황이 오고 점점 악화되는 모든 것에 힘이 빠지고 다시 이력서를 다듬어보게 된다.
일을 처음 하게 되는 경우는 쏟아지는 업무가 있을 경우에 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우선순위를 잡아보려고 해도 어떤 것이 우선인지 알 수가 없고 판단하기도 어려운데 누구에게 물어보기도 좀 눈치가 보이고 더군다나 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기에 티를 내고 싶지도 않다.
그러다가 문제가 더 크게 터져서 낭패를 보는 경우들이 더러 있는데 이 또한 지나가리라.
어쩔 수가 없다. 겪기 마련이고 겪고 다시 실수를 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니까.
어쨌든 이런 숨 막히는 상황들이 들이닥쳤을 때는 보통 사람들이 더 노력하고 더 집중해서 해야 한다는 생각에 자기 자신을 탓하며 모든 것을 쏟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하다 보면 '과함'이 문제를 가져오는 상황들이 발생하고 다시 돌이키기 어려운 순간까지 닿을 수 있다.
그래서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멈추고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상황을 해결하고 일이 많을 때 다각도로 일을 처리하는 방법이야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제 막 회사에 들어가서 적응도 해 가면서 일을 처음 시작하는 경우에는 그런 것들을 적용하기 매우 어렵다.
그런 경우에는 일단 멈추고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유체이탈처럼.
그래야 그나마라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간과 시선이 마련된다.
그래서 무조건적으로 일단 10분, 20분이라도 멈춰서 지금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생각'이 필요하다.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보다는 이렇게 하는 것이 정말 맞는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리프레시한 생각을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고, 꼭 답이 나오지 않더라도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러다 보면 나만의 업무 방식이나 색깔이 생기기도 하고 실제로 몰두하고 매몰되어 있을 때는 전혀 보이지 않던 것들이 조금씩 눈에 띄기도 한다.
그게 앞으로 오래도록 직장생활을 하는 데에 있어서는 노하우처럼 스스로에게는 도움이 많이 된다.
누군가는 허겁지겁 정신없이, 야근도 수차례 해가면서 해야 하는 일을 조금은 멀리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선이 있다면, 그리고 멈출 수 있는 용기도 있다면 조금은 더 효율적으로, 내가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나의 결과도 가져오고 내 업무 방식도 발전을 시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데 사실 무작정 힘들 때마다, 벅찬 것 같을 때마다 멈추라기보다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을 때는 눈을 감고 멈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멈춘다는 것에는 꽤 용기가 필요하다.
멈추는 용기 한 번에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을 인정하는 용기 두 번, 마지막으로 고칠 용기 세 번.
3번 용기를 내면 일을 조금씩 더 잘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멈추어 바라보는 것은 회고와 리뷰를 하는 것과도 결부가 된다. 사람들은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자기가 한 것을 돌아보고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보통은 두려워한다.)
내가 무언가 잘못하거나 실수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은 기분도 좋지 않을뿐더러 그것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은 자존심이 상할 때도 있다. 누군가 볼까 뒤를 돌아보기도 하고.
그래서 다 불편하고, 불편하기에 용기도 필요한 것이다.
잘 생각해 보면 굉장히 멋있는 용기다. 한 번 부려볼 만하다.
그렇게 숨을 한 번 제대로 쉬고 나면 일이 한 번에 다 풀리는 것이 아니라 이제 알게 된 새로운 방식으로 조금 더 속도 내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력 없이 그냥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마지막으로 나에게만 일이 더 주어지는 것 같을 때는 뭔 회사가 일 할 사람이 없는지 나에게만 다 이렇게 일을 맡기냐는 불평보다는 내가 일을 잘하나 보다 하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시절도 좀 있어야 한다.
지금 막 일을 시작했다면 더군다나 기회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일 때 실제로 더 좋은 일들이 나에게 오기도 한다. 그게 훨씬 더 좋은 루트로의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일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정해진 일만 딱 하고 내가 돈 받는 만큼만 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이지만 그건 더 나중에 해봐도 된다.
그리고 어찌 보면 나중에는 꽤 많은 경험을 통해서 그렇게 하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포지션마다 당연히 또 다르겠지만.)
그렇게 오늘도 바쁘다 못해 사라지는 것 같은 하루를 보내는 여러분에게도 강제적인 쉼이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