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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더티브 Dec 02. 2018

다시 임신한다면 태교 말고 이것

[엄마발달백과] 버킷리스트, 부부일기... 꼭 해보고 싶은 5가지

육아책의 주어는 늘 아이입니다. 아이를 위해 엄마가 해야 할 것을 끝없이 나열합니다. 그럼 엄마는 누가 돌봐주죠? 처음부터 엄마인 사람은 없습니다. 육아는 아이도 엄마도 함께 자라게 합니다. '엄마발달백과'는 임신·출산·육아를 전지적 엄마 시점으로 다시 씁니다. 매주 월요일 만나요.


[엄마발달백과 - 임신편 ②]


안녕하세요. '마더티브' 에디터 주영입니다.  


아이를 배 속에 품은 열 달은 아이를 중심으로 흘러갔던 것 같습니다. 출퇴근길에는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고, 쉴 때는 육아법과 교육법을 다룬 책을 읽고, 주말에는 아이에게 선물할 태교일기를 썼죠. 아이의 두뇌 발달과 정서 안정을 위해 좋은 걸 최대한 많이 보고 듣고 느끼려 했어요. 태교에 소홀해질 때는 엄마 노릇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들기도 하더군요.  


그런데요. 생후 34개월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지금 타임머신을 타고 가 그 시절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몸이 허락하는 한에서 마음껏 즐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아이가 아닌 오롯이 나를 위해서요. 의미 있는 태교도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너무 아이만을 생각하며 지낸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좀 더 나를 위해 시간을 써도 괜찮았을 텐데 말이죠. 


아이를 낳고서야 알았어요. 

육아는 아주 긴 장거리 경주구나.


잠깐의 엄마 노릇으로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페이스 조절이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를 위해 계속 100%로 달리면 얼마 못 가 지칠 수도 있고, 정말 달려야 할 때 전력을 다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만약 육아가 이렇게 힘든 장기전인 줄 알았다면 나 홀로 비교적 편하게 밥 먹고 자고 놀 수 있는 임산부 시절을 좀 더 즐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때도 소화가 잘 안 되고 몸이 무거운 정도의 불편함은 있었지만, 아이와 온종일 집에 갇혀 커피 한 잔 편히 못 마시는 처지가 되니 그 시절이 그립네요(ㅠㅠ).  


그래서 마더티브 '엄마발달백과'에서 준비해봤습니다. 다시 임신부로 돌아간다면 꼭 하고 싶은 5가지.



① 후기 말고 버킷리스트


(출처: unsplash)


임신 초기에는 아이가 혹여 잘못될까 봐 최대한 누워서 쉬며 몸과 마음을 안정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때마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맘카페’에서 각종 후기를 찾아 읽었죠. ‘임신 ○주 증상’, ‘입덧 끝나는 시기’, ‘임신 아랫배 통증’ 등 다른 엄마들의 경험담을 보면서 저의 상태를 점검했습니다.  


그런데 맘카페 후기들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마음이 딱히 편해지진 않더라고요. 주수에 비해 너무 작은 건 아닐까, 배가 너무 자주 당기는 건 아닐까... 오히려 후기 속 임산부와 나를 비교하면서 괜한 걱정을 했던 기억이에요.   


만약 다시 돌아간다면 후기는 정말 궁금한 내용만 찾아서 하루에 딱 3개 또는 5개만 읽고, 차라리 그 시간에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싶어요. 배우고 싶은 일, 가고 싶은 곳, 해보고 싶은 도전을 곰곰이 생각하며 하나씩 써 내려가는 거예요. 출산하고 나면 매일 갓난아기를 먹이고 놀아주고 재우느라 나에 대해 차분히 생각할 여유가 정말 없어요. 가끔 정신없이 육아하다 보면 엄마가 되기 이전의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꿈을 꾸며 살았는지조차 까마득해질 때도 있죠.  


각종 후기를 읽으며 불안해하는 대신, 앞으로 살면서 꼭 하고 싶은 일들을 미리 적어놓고 즐거운 상상을 하는 건 어떨까요? 출산 후에도 육아가 지치고 힘들 때마다 그 버킷리스트를 꺼내 읽으면서 언젠가 기회가 찾아올 거라는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해요.



② ‘불금’에 고깃집 가기


아이를 키우다 보면 가끔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것들이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고깃집입니다(ㅋㅋ). 어린 애를 데리고 가기에는 너무 위험한 장소라 잘 엄두를 못 내겠더라고요. 연약한 아이 피부에 기름이 튈 수도 있고, 아장아장 뛰어다니다 불에 델 수도 있으니까요.   


임신했을 때는 몸도 무겁고 뜨거운 불 앞에 앉아 있기 싫어 고깃집을 선호하지 않았어요. 회식하러 가도 ‘또 삼겹살이네’ 하며 시큰둥했던 기억입니다. 왜 그랬을까요(ㅠㅠ). 다시 돌아간다면 남편 또는 친구들과 저녁에 불판 앞에서 두툼한 고기를 실컷 구워 먹고 싶네요. 



③ 조용한 북스테이 여행


(출처: unsplash)


아이와 함께 가는 여행은 갈 곳이 제한적입니다. 밥, 잠, 놀이방을 한 방에 끝낼 수 있는 호텔 아니면 아이가 질리지 않을 키즈펜션 등을 중심으로 동선을 짜는 게 일반적이죠. SNS ‘핫플’은 민폐를 끼칠까 봐 일찌감치 포기합니다. 특히 조용함이 콘셉트인 카페나 식당은 언감생심! 요즘엔 노키즈존인 곳도 꽤 있어서 가기 전에 꼭 확인해봐야 해요.  


다시 돌아간다면 당분간 내 삶에 없을(ㅠㅠ) 고요함을 맘껏 느끼고 싶습니다. 통영이나 제주의 북스테이에서 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차분히 동네를 걷는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은 것 같네요.



④ 보고 싶은 공연·영화 관람


임신 8개월 때로 기억해요.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표 예매가 시작됐다는 소식을 SNS에서 접하고는 잽싸게 제일 좋은 자리로 잡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예매하고 나니 걱정이 들었어요. ‘큰 공연장이라 스피커 데시벨이 클 텐데 아기가 놀라면 어떡하지?’ 카페나 길거리에서 음악 소리가 나면 태동이 활발해지곤 했거든요.   


아무래도 무리이겠거니 싶어 공연을 며칠 앞두고 취소했습니다. 아이 낳고 다시 도전하자며 내년을 기약했죠. 그 내년이 아직도 오지 않았다는 슬픈 전설이...(먼 산) 다시 돌아간다면 그 콘서트에 꼭 가겠어요. 찾아보니 배에 담요를 두르고 음악을 즐기신 분들도 있더라고요. 두 시간 넘게 서 있는 스탠딩 공연만 아니면 괜찮지 않을까요?   


그리고 주말마다 남편과 손잡고 오붓하게 영화 데이트도 즐길 거예요. 아이를 두고 자리를 비우기가 사실상 불가능할뿐더러 양가 부모님에게 잠깐 맡기는 것도 죄송해서 영화관에 잘 못 가는 게 현실입니다(ㅠㅠ). 임산부 여러분, 영화관에서 영화 볼 수 있을 때 많이 봐두세요! 



⑤ 태교일기 대신 부부일기


(출처: unsplash)


임신한 동안 아이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태교일기를 꾸준히 썼어요. 다니던 산부인과에서 진행한 태교일기 공모전에서 상도 받았답니다(ㅋㅋ). 그런데 아이를 키우는 지금이 훨씬 더 솔직하게(!) 쓸 얘기가 많네요. 일상이 ‘기승전육아’니까요.  


다시 돌아간다면 태교일기 대신 부부일기를 쓰고 싶어요. 출산하고 나면 부부가 서로 얼굴은 맞대고 대화하는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예요. 돌 이전에는 잠이 부족해 말할 시간이 없었고, 애가 걷고 나니 뛰어다니느라 바쁘고, 애가 말을 하기 시작하니 “엄마, 아빠 그만 말해”라며 자꾸 끼어들어 마음 편히 얘기를 못하게 되네요.  


새 식구를 맞이하기 전에 배우자와 속 깊은 대화를 나눠보고 싶어요. 말로 했다가는 괜히 예상치 못한 교전이 일어날 수 있으니(^^), 차분히 편지 형식으로 일기장을 같이 쓰는 거죠. 하나의 주제를 정해서 각자의 의견을 쓰는 방식으로요. 왜 당신을 좋아하게 됐는지, 결혼을 결심했는지, 앞으로 어떤 부모가 되길 원하는지, 아이가 태어나면 가사와 육아를 어떻게 분담할 건지 등의 이야기 등...   


육아는 아빠, 엄마, 아이 셋이서 벌이는 단체전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특히 초반에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아기를 돌보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 아빠와 엄마 둘의 호흡이 굉장히 중요하죠. 잠과 체력이 부족한 극한 상황에서 함께 아이를 키우려면 그만큼 서로를 잘 헤아려줄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배 속 아기와의 대화보다 당장 내 옆 남편과의 대화가 더 중요한 이유죠. 그렇게 서로 대화하는 법을 익혀두면 육아의 거친 풍파가 닥쳤을 때도 함께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엄마발달백과 - 임신편 ①]


[엄마발달백과 - 임신편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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