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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더티브 Nov 26. 2018

애 낳으면 인생이 끝날 줄 알았다

[엄마발달백과] 당신이 임신하기 전에 꼭 알아야 할 몇 가지


육아책의 주어는 늘 아이입니다. 아이를 위해 엄마가 해야 할 것을 끝없이 나열합니다. 그럼 엄마는 누가 돌봐주죠? 처음부터 엄마인 사람은 없습니다. 육아는 아이도 엄마도 함께 자라게 합니다. '엄마발달백과'는 임신·출산·육아를 전지적 엄마시점으로 다시 씁니다.


[엄마발달백과 - 임신편 ①]


안녕하세요. ‘마더티브’ 에디터 홍입니다.      


얼마 전 생후 8개월 된 아이 키우는 후배 부부 집을 방문했습니다. 후배 부부는 아이와 매일 전쟁을 치르느라 진이 다 빠진 듯했어요. 신생아를 키운다는 게 얼마나 지치는 일인지 잘 알기에 안쓰러운 마음 가득했습니다.

  

애 키우는 게 이렇게 힘들다고 왜 아무도 이야기 해주지 않은 거예요?   


후배 부부는 원망스러운 듯 물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남들 다 결혼해서 애 낳고 키우니까 우리도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요.       


저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결혼한 지 2년 쯤 됐을 때 아이를 임신했습니다. 비혼-비출산 주의자였던 저는 아이를 낳으면 제 인생은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고 싶은 일도 많고 욕심도 많고 지독한 개인주의자인 내가 과연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어요.      


어이없게도 아이를 낳아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저보다 늦게 결혼한 친구의 임신이었습니다. 이러다 남보다 뒤처지는 게 아닐까 초조해졌어요. 대학-직장-결혼. 정해진 트랙을 그저 열심히 달려온 모범생 콤플렉스가 발동한 거죠. 아마 저처럼 떠밀리듯 얼렁뚱땅 부모가 된 사람이 많을 것 같아요. 남들도 다 하니까.       


애 키우는 게 이렇게 힘든 줄 알았다면 아이를 낳지 않았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아이를 갖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어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지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았다면 육아가 조금은 수월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어요.      


그래서 ‘엄마발달백과’에서 준비했습니다. 당신이 임신하기 전에 꼭 알아야 할 몇 가지.       


(출처: unsplash)


첫째, 아이는 결코 절로 크지 않아요      


우리 때는 애 참 쉽게 키웠는데, 요즘 엄마들이 나약하고 애들이 워낙 별나서.


이거슨 저희 친정 엄마의 단골 멘트 되시겠습니다. 애는 절로 큰다는 말은 3대가 함께 살던 대가족 사회, 마을공동체가 살아있던 시절에나 가능한 말인 것 같아요. 아이를 돌볼 수 있는 눈과 손이 그만큼 많았으니까요. 이제는 그 눈과 손 역할을 한두 명의 양육자, 주로 엄마가 좁은 집안에 갇혀 홀로 해내야 합니다.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독.박.육.아      


돌 이전의 아이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요. 두 돌 정도까지는 의사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고요. 아이는 24시간 한시도 눈을 떼지 못 하고 돌봐야 할 존재더라고요. 이유를 알 수 없이 울고 떼쓰고 아무리 혼내도 도통 말을 듣지 않고 언제 차도로 돌진할지 위험한 물건을 집어삼킬지 알 수 없는 그야말로 제멋대로인 존재. 아이 낳기 전에는 전혀 몰랐어요.      


아이를 키운다는 건 아이에게 양육자의 시간과 체력, 거기에 정신력까지 갈아 넣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정말, 정말 다행스러운 건 이 시간이 영원하지는 않다는 거예요. 아이는 쑥쑥 잘도 자랍니다^^


(출처: unsplash)


둘째, 모성애는 당연한 게 아니에요


육아의 총량을 10으로 친다면 아이가 예쁜 순간은 1~2정도 될까요(제가 너무 짠가요;;). 누가 그러더군요. 육아는 단짠단짠이 아니라 단짜라짜라짠짠이라고. 문제는 그 예쁜 순간이 나머지 힘든 순간 8~9를 ‘잠시나마’ 잊게 할 만큼 치명적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둘째를 낳고 셋째를 낳고, 인류가 계속 번식해왔는지도 모르겠어요.     


저 같은 경우 아이의 예쁨이 힘듦을 상쇄하지는 않더라고요. 예쁜 건 예쁜 거고 힘든 건 힘든 거였어요. 그런데 우리 사회는 엄마가 애 키우는 게 힘들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을 금기시해요. 아이를 낳고 나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건 육아 그 자체보다 육아가 힘들다고 느끼는 내 자신이 비정상적이라고 느껴지는 상황이었어요.      


내가 모성애가 부족한 게 아닐까.
내가 나쁜 엄마인 건 아닐까.
나는 엄마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면 아이에게 한없이 미안해졌어요.     


엄마에게 무조건적인 모성을 강요하는 사회. 사회학자 오찬호는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에서 이렇게 비판합니다.        


“모성은 모성‘애’다. 다른 감정의 결이 여기에 끼어들 순 없다. 모성에 ‘애’가 붙은 순간, 존중받아 마땅한 각자의 ‘희로애락’은 부차적인 게 된다.”       


육아에도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한 것처럼 희로애락이 공존한다는 걸 인정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엄마도 사람이니까요.      


셋째, 애 낳는다고 인생이 끝나지는 않아요      


임신하는 순간 내 인생은 끝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일과 육아 사이에서 버티고 버티다 결국 일을 포기한 수많은 엄마들. 애는 같이 만들었는데(?) 남편의 커리어‘만’ 끄떡없는 분통 터지는 현실. 주변에서 너무나 많이 봐왔죠.      


‘여자도 남자와 다를 것 없다’ 교육받아왔고 개인의 성취감이 중요한 지금의 미혼여성들이 비혼과 비출산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도 이해가 가요. 저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였으니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애 낳는다고 인생이 끝나지는 않더라고요. 대신 다른 인생이 열렸어요. 아이를 키운다는 건 제 밑바닥을 들여다보는 일이었어요. 자고 싶을 때 못 자고 먹고 싶을 때 못 먹고 심지어 싸고 싶을 때도 못 싸는 삶. 그런 삶을 처음으로 경험하면서 저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게 되었어요.      


또 ‘나’ 자신과 아이, 일과 육아 사이에서 방황하면서 제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게 되었어요. 나를 지키고 싶은 엄마들을 위한 ‘마더티브’를 운영하게 된 것도 그런 고민의 결과였고요.       


그러니 여러분도 저처럼 아이를 낳으세요, 라고 강요할 생각은 없어요. 결혼도 출산도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이니까요. 다만 저처럼 떠밀리듯 아이를 갖지는 않기를 바랄 뿐이에요.       


(출처: unsplash)


넷째, 남편도 임신과 출산의 주체     

 

마지막으로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 임신을 진지하게 고민하기로 했다면 모든 과정에서 남편 역시 하나의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임신도 출산도 육아도 모두 엄마만의 일은 아니다.’      


이 당연한 명제를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 엽산 챙겨먹기보다 중요한 임신 준비라고 생각해요.      


이 글을 함께 읽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요.

 



[엄마발달백과 - 임신편 ②


[엄마발달백과 - 임신편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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