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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의 첫 직장과 새로운 도전

이민자의 적응기, 직장 문화의 차이와 변화 속에서

by 김종섭

캐나다에 오자마자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는 직장을 찾는 일이었다. 이곳에서 나의 경력과 능력을 인정받는 것,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 두 가지 모두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새로운 시작이 필요했고, 그 기회를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때 내 나이는 50대 초반이었다. "가능할까, 이 나이에?" 당시만 해도 60대 은퇴가 일반적인 시기였다. 그런 고민이 드는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한인 사회에서의 첫 직장

처음에는 캐나다의 사회 시스템과 직장 문화가 너무 달라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캐나다 사회는 전반적으로 여유롭고 느긋한 분위기였지만, 직장 문화만큼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업무는 철저한 시간 관리 속에서 이루어졌고, 정해진 근무 시간 동안 최대한 효율적으로 일해야 했다.

나는 한인 신문을 통해 한인이 운영하는 직장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이민자들이 흔히 접하는 단순 노동직이었지만, 신체 건강과 성실함이 중요한 일들이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고 힘들었지만, 주어진 기회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한인 사회에 머무를 수는 없었다. 나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캐나다 회사로의 도전과 직장 문화의 차이

이민 후 2년이 지나서야 정식으로 캐나다 회사에 취업할 수 있었다. 한인 사회를 벗어나 캐나다 회사에 들어가면서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되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 장벽이었다. 직장 내에서 한국인은 단 한 명도 없었고, 단체 회의에서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표현이 낯설었다. 대화 속도를 따라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하는 도중에도 틈틈이 영어 공부를 해야 했다. 하지만 문제는 용량 부족이 아니라 오래된 메모리 때문인지, 배우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일이 많았다. 어릴 적 어머니께서 “공부는 시기가 있다”고 하시던 말씀이 떠올랐다.

또한, 캐나다의 직장 문화는 한국과는 완전히 달랐다. 한국에서는 직장 동료들 간의 유대감이 강하고 팀워크가 중요하게 여겨졌지만, 캐나다에서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했다. 업무가 끝나면 동료들과 친목을 다지는 회식 같은 문화도 없었다. 대신, 각자의 개인적인 삶을 존중하는 분위기였다.

업무 방식도 차이가 컸다. 한국만큼이나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해야 했으며, 성과 중심의 평가 방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특히 효율성을 중시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일을 해내야 했다.

또한, 한국에서는 대부분 월급제로 운영되지만, 캐나다에서는 시간제로 급여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해진 시간만큼만 일하면 되었지만, 반대로 그 시간 동안에는 최대한 집중해서 일해야 했다. 처음에는 이런 시스템이 익숙하지 않았고, 마음의 여유마저 상실되는 느낌이었다.


창업의 여정

직장 생활에 한계를 느끼던 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안정적인 직장을 벗어나 직접 사업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작은 카페를 인수하고, 바리스타가 되어 커피를 만들었다. 아내는 카운터와 서빙을 맡고, 간단한 샌드위치를 준비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운영이 어려웠고, 1년 만에 카페를 접었다. 이후 스시의 성지와도 같은 밴쿠버에서 스시집을 공동 투자하여 상가를 매입해 운영했지만, 의견 차이로 인해 결국 사업을 정리했다. 두 번의 실패를 경험하면서, 나는 사업이 단순한 열정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때의 도전이 후회되기보다는 오히려 자랑스러웠다. 어떻게 그런 용기가 나왔을까? 지금의 나 자신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해주고 싶다.


변화와 나이의 장벽

그 후 다시 취업을 했고, 몇 번의 이직을 거쳤다. 하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나이는 취업 시장에서 불리한 요소로 작용했다. 젊을 때는 선택지가 더 많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기회가 줄어드는 것을 체감했다.

흔히 나이와 상관없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지만, 캐나다에서도 젊은 인력이 선호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숫자에 주저앉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하는 것이었다.


끝없는 도전 속에서

캐나다에서의 첫 직장 생활은 내게 도전과 적응, 그리고 성장을 의미했다. 언어 장벽, 직장 문화의 차이, 새로운 업무 방식, 나이의 벽까지. 모든 것이 힘들었지만, 결국 나는 버텨냈다.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기회를 찾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민자의 삶은 끊임없는 적응과 도전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또 다른 길을 찾아 나갈 힘을 얻게 된다.

도전은 끝이 없고, 삶은 계속된다. 나는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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