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통해 배우는 캐나다, 그 적응의 기록
낯선 환경에서의 첫걸음
캐나다로 이민 온 후 가장 어려웠던 건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했다. 마치 거대한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길거리 풍경도, 사람들의 말투도, 작은 생활습관까지 어느 것 하나 익숙한 게 없었다. 한편으로는 흥미로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점차 두려움으로 변해 갔다.
어디를 가든 사람들이 문을 열어주고, 뒤따라오는 이를 기다려 주었다. 쇼핑 중에 살짝 부딪히기만 해도 자연스럽게 "I’m sorry"라는 말이 오갔다. 처음엔 ‘이 정도로도 사과를 해야 하나?’ 싶었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게 "I’m sorry"를 입에 달고 살게 되었다. 길에서 모르는 사람과도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는 문화도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젠 자연스러워졌다.
무엇보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터번을 두른 사람, 히잡을 쓴 여성, 서로 다른 언어로 대화하는 이들까지, 정말 작은 지구촌 같았다. 하지만 그 다양한 배경 속에서도 영어가 공통 언어로 통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렇게 하루하루 새로운 경험을 하며 나는 깨달았다. 캐나다에서의 삶은 특별한 사건이 아닌, 일상의 작은 경험을 통해 서서히 스며드는 과정이라는 것을.
느림 속에서 여유를 배우다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 중 하나는 바로 "느림"이었다. 공공기관에서도, 카페에서도 줄이 길었지만 사람들은 서두르지 않았다. 특히 식당에서는 기다려서 자리 배정을 받아야 했고, 팁을 추가로 내야 해서 음식을 더 비싸게 먹는 느낌이 들었다.
한국에서 빠른 서비스에 익숙했던 나로선 처음엔 답답하기만 했다. 하지만 캐나다 사람들은 기다리는 동안 대화를 나누고, 여유롭게 손에 들고 있는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도 점차 기다리는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또 하나 놀라웠던 건 직장인들의 점심 문화였다. 한국에서는 동료들과 함께 식당에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여기서는 많은 사람들이 직접 도시락을 준비해 왔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나도 점차 도시락을 싸면서 건강한 식습관을 갖게 되었다. 작은 변화지만, 이런 것들이 하나둘 모여 내 생활 속에 자리 잡았다.
사람들과의 거리감도 새로웠다. 한국에서는 친한 사이일수록 가깝게 앉거나 어깨를 툭 치며 스킨십을 하곤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예의였다. 처음엔 다소 차갑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개인의 공간을 존중하는 문화라는 걸 이해하게 되었다.
일상의 작은 변화가 적응을 만든다
이민 초반에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새로운 환경이 두렵기도 했고,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다. 하지만 진짜 캐나다 생활에 익숙해진 건 거창한 변화 때문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배운 작은 것들이었다.
마트에 가면 낯선 식재료들이 가득했다. 처음 보는 과일과 채소들, 다양한 냉동식품, 그리고 비닐봉지가 유료라는 점도 신기했다. 한국에서는 비닐봉지가 무료였기에, 처음엔 돈을 주고 사야 한다는 게 어색했다. 하지만 장바구니를 챙기는 것이 점점 습관이 되었고, 이제는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자연스러운 행동이 되었다.
또 하나 당황스러웠던 건 술을 마트에서 살 수 없다는 점이었다. 술을 사려면 따로 주류 전문 매장에 가야 했다. 또한 공공장소에서 음주가 엄격하게 제한되었다. 애주가들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지만, 음주에 대한 규제가 더 엄격한 문화라는 걸 알게 되었다.
주택 생활을 하면서 이웃과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일도 많아졌다. 영어가 서툴러 처음엔 인사조차 망설였지만, 이웃들이 먼저 미소를 지으며 "Hello"라고 말을 걸어 주었고, 그 작은 인사가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그렇게 차츰 이웃들과 교류하며 캐나다 생활 속으로 스며들어 갔다.
자연과 가까워지다
캐나다에서의 삶은 자연과 뗄 수 없었다. 집 앞을 나서면 공원이 있었고,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산책이나 하이킹을 즐겼다. 처음엔 한국처럼 잘 정돈된 공원이 아니라서 조금 황량하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게 되었다. 인공적인 장식 없이도 나무와 풀, 호수만으로 충분히 멋졌다.
웅장한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나도 자연을 즐기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하이킹을 가고, 호숫가를 거닐며 사색하는 시간이 늘었다. 그렇게 캐나다의 라이프스타일이 내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익숙해지는 과정 속에서
이제는 캐나다에서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처음엔 모든 것이 어색하고 어렵게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적응하게 되었다. 빠른 변화를 강요하지 않고, 일상 속에서 하나씩 배워 나가는 것이 진짜 적응이었다.
이민 생활은 여전히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이곳에서 나만의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다. 젊은 날의 라이프스타일을 보내고, 이제는 다가올 노후의 라이프스타일을 배워 가는 단계에 있다. 앞으로도 새로운 것들을 더 많이 배우고, 새로운 경험을 쌓으며 성장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