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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없이는 안 되는 나라

캐나다 대중교통과 승용차 운전의 차이

by 김종섭
첫 대중교통 이용 경험

캐나다에 처음 오고 나서 가장 크게 느낀 차이점 중 하나는 바로 대중교통이었다. 한국에서는 지하철과 버스를 빠르게 연계하여 어디든 쉽게 갈 수 있었지만, 캐나다는 달랐다. 밴쿠버의 주요 대중교통수단은 스카이트레인과 버스인데, 버스의 운행 편수는 제한적이며 노선도 한정적이라 이동이 쉽지 않았다.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여러 번 갈아타야 하는 경우가 많았고, 연계도 원활하지 않아 이동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특히 날씨가 좋지 않을 때 대중교통의 불편함은 더욱 두드러졌다. 한겨울, ‘얼어붙은 밴쿠버’를 경험한 날이 있었다. 눈이 내리고 도로가 미끄러워 스카이트레인이 지연되었고,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손끝이 얼어붙을 정도였다. 결국 스카이트레인이 고장 나 운행이 중단되었고, 선로를 따라 걸어 나와 가족이 데리러 온 차를 타고 귀가해야 했던 경험도 있다. 이 일을 계기로 대중교통만으로 생활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운전면허 취득과 자동차 구매

캐나다에서 운전을 결심하게 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다행히 한국과 캐나다는 운전면허 상호 교환 협정을 맺고 있어 간단한 신체검사만으로 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 만약 처음부터 운전면허를 취득해야 했다면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렸을 것이다.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은 큰 부담이었지만, 이곳에서 살려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차량 가격뿐만 아니라 보험료도 예상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정부가 운영하는 단일 보험사(ICBC)만 존재해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보험료가 매년 인상되었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컸지만, 차가 생기면서 이동의 자유를 누릴 수 있어 만족감도 컸다. 최근에는 보험료가 일부 인하되었고, 흑자 전환으로 일부 금액이 환급되기도 했다.

운전의 새로운 경험

밴쿠버의 도로 환경은 한국과 차이가 컸다. 주차장은 대부분 넓고 주차 구획선도 여유가 있어 주차 스트레스가 적었다. 하지만 도로에서의 운전 스타일은 달랐다. 한국에서는 차선 변경이 빈번한 반면, 캐나다에서는 대부분의 운전자가 차선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었다.

또한, 대부분의 메인 도로는 비보호로 되어 있어 운전자는 차의 흐름 방향을 잘 파악하고 좌회전을 통과해야 한다. 특히, 4차선 이상의 도로에서도 비보호 좌회전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운전자는 반대 차선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신속하게 좌회전을 해야 한다. 이는 사고의 위험이 높은 구간이며, 특히 비보험 운전자가 사고를 낼 경우 책임을 온전히 져야 하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아내도 이민 초기에 비보호 좌회전 사고로 인해 보험료가 대폭 인상된 경험이 있어, 이 부분은 반드시 적응해야 할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처음 장거리 운전을 할 때는 길이 낯설어 내비게이션을 의존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한 번은 외곽 도로를 주행하던 중 주유소를 놓쳐 연료가 부족해질까 봐 초조했던 적이 있다. 도심과 달리 도로 주변이 허허벌판이라 주유소를 찾기 쉽지 않았다. 이런 경험을 통해 장거리 운전의 중요성과 대비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자동차, 없어서는 안 될 존재

차를 처음 샀을 때는 유지비와 보험료 부담이 컸지만,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었다. 대중교통의 불편함에서 벗어나 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고, 운전 자체도 이제는 자연스러워졌다. 처음에는 헷갈렸던 비보호 좌회전도 익숙해졌으며, 오히려 좌회전 신호가 있는 교차로를 만나면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다. 또한, 캐나다에서는 한국에서 말하는 U턴 개념이 다르다. 이곳에서는 ‘U’라는 표시는 좌회전을 의미하며, 도로가 많아 돌아가는 경로를 잘 계획해야 하지만, 이제는 이 방식에도 적응했다.

차를 갖게 되면서 내 생활은 더욱 편리해졌고, 이동의 제약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대중교통만으로는 불가능했던 생활이 가능해졌고,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나에게 더 나은 삶의 질을 선물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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